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우리학교와 경희사이버대 교수·연구자 226명의 시국선언문이 발표됐다. 이후 같은 날 전국 곳곳 대학에서 수백 명에 이르는 교수들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다음날에도 고려대, 국민대를 포함해 전국에서 윤 대통령의 퇴진 또는 탄핵을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이 줄을 이었다.
현 정부를 향한 교수 시국선언이 우리학교가 처음은 아니지만, 무려 200명이 넘는 교수들이 동참한 이번 시국선언은 분명 국내 대학교수들의 비판적 목소리를 한층 고조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정부는 사태의 엄중함을 받아들이고 민심 앞에 겸허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정부의 태도와 당국의 조치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 같아 매우 우려스럽다.
자유로운 토론의 장인 대학에서 학생들이 표현할 수 있는 권리가 제한되고 있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은 현 정부가 국민을 대하는 태도의 연장선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최근 부경대에서는 대학 본부가 학생들의 정치적 활동을 제한했다. 학교 측 요청으로 캠퍼스에 투입된 경찰은 ‘법 집행’을 명분으로 학생들을 과격하게 진압했다. 또 창원대에서는 정권과 민감한 사안인 ‘명태균 게이트’ 비판 대자보를 대학 본부가 철거한 일까지 벌어졌다.
정부는 ‘법치’를 명분 삼아 약자를 배려하지 않고, 반대하는 사람은 반국가, 자유민주주의에 반하는 공산주의자라고 규정하기 바쁘다. 대통령에게 항의하는 한 졸업생이 입이 틀어막힌 채로 끌려간 일, 삼권 중 ‘입법’을 구성하는 국회의원이 대통령에게 목소리를 높였다고 끌려간 일도 벌어졌다.
또 정부는 각종 논란을 마주할 때마다 어쭙잖은 해명과 이해하기 힘든 말로 일관하며 국민을 무시했다. 일례로 북한의 각종 도발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골프 연습을 한 것을 두고 대통령실은 ‘트럼프 외교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 대선 전에도 수차례 연습한 사실이 확인됐다. 골프를 쳤다는 사실보다도 곧 탄로 날 것이 뻔한 해명이 공식 경로를 통해 이뤄졌다는 점이 기가 찬다. 대통령실은 국민도 눈과 귀가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듯하다.
국가의 통치자부터 모범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 상황에 교육자는 어떻게 정직한 소통의 중요성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겠는가.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수들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규범을 지키는 것이 공동체 유지의 첩경이라 말하지 못한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또 “더 이상 강의실에서 한 번 더 고민하여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말을 건네고 서로의 말에 경청하자고 말하지 못한다”고 하기도 했다.
우리학교 교수들이 “인간의 존엄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한다고 한 만큼 현 시국은 결코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다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만일 그런다면 국민의 엄중한 심판이 기다린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많은 부침을 겪어온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한 정권은 몰락을 맞이했다. 현 정부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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