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우리학교 교수·연구자 현 정권 향해 시국선언
지난 13일 우리학교 및 경희사이버대 교수·연구자 226명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번 우리학교 시국선언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전후로 발표된 교수·연구자 시국선언 중 최대 규모다. 우리학교 시국선언 이후 고려대, 부산대, 국민대 등 전국 주요 대학에서도 교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시국선언문은 서울캠 노천극장 게시판, 청운관 로비 게시판을 포함해 교내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에 대자보가 부착됐다.
“인간의 존엄과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퇴진하라!”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에서 교수·연구자 226명은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들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개입 시사 ▲이태원 참사 ▲채상병 사건 ▲카이스트 졸업생 ‘입틀막’ 사건 ▲의대 증원 등 현 정권 하에 일어난 일들을 열거했다.
▲ 서울캠퍼스 노천극장 난간에 부착된 '하야하라' 플랜카드
이들은 교육자로서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갖는 심정을 고백했다. 이들은 “역사의 아픔이 부박한 정치적 계산으로 짓밟”힌다며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보편적 인권과 피해자의 권리를 위해 피흘린 지난하면서도 존엄한 역사에 대한 경의를 이야기하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또 ‘채상병 사건’을 언급하며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군휴학을 앞두고 인사하러 온 학생에게 나라를 지켜줘서 고맙고 건강히 잘 다녀오라고 격려하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또 여러 사안과 관련한 현 정권의 태도를 지적하며 교육자로서 갖는 고충도 고백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을 향해 “잘못을 해도 반성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격노의 전언과 지리한 핑계만이 허공에 흩어진다”며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잘못을 하면 사과하고 다시는 그 일을 하지 않도록 다짐하는 것이 서로에 대한 존중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이야기하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또 현 정권에 대해 “거짓이 거짓에 이어지고, 이전의 거짓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진실을 담은 생각으로 정직하게 소통하자고 말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이들은 “교육자로서 나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며 “우리는 이제 폐허 속에 부끄럽게 머물지 않고, 인간다움을 삶에서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이번 시국선언문에 이름을 올린 유원준(사학) 교수는 “열흘 정도 전부터 교수들 사이에서 ‘선생으로서 할 얘기를 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있었다”며 “잘못된 것이 있으니까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우리의 뜻을 밝힌 것”이라고 밝혔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우리학교 교수들은 이번 시국선언이 학내를 넘어 타학교 교수집단과 정치계까지도 자극을 줄 것이라고 바라봤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송영복(스페인어학) 교수는 200명이 넘는 참여 규모에 대해 “사태가 그 어떤 때보다 엄중하다는 뜻”이라며 “정치권에서도 영향을 받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유 교수 또한 “정치권도 아마 어느 정도 반응이 있을 것”이라며 “226명이 참여한 만큼 다른 학교에도 많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추후 행동에 대해 교수 간에 정해진 계획은 없다. 유 교수는 “추후 계획은 따로 있지 않다”며 “상황 봐서 목소리를 내야할 때 내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 사태가 지속될 경우 추가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송 교수는 “이후 상황을 지켜보면서 좀 더 적극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팔을 걷어붙이고 우리부터라도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시국선언문 전문
인간의 존엄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퇴진하라!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나는 매일 뉴스로 전쟁과 죽음에 대해 보고 듣고 있다. 그리고 이제 내가 그 전쟁에 연루되려고 하고 있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평화와 생명, 그리고 인류의 공존이라는 가치가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가치라고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역사의 아픔이 부박한 정치적 계산으로 짓밟히는 것을 보았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보편적 인권과 피해자의 권리를 위해 피 흘린 지난하면서도 존엄한 역사에 대한 경의를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여성과 노동자와 장애인과 외국인에 대한 박절한 혐오와 적대를 본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지금 우리 사회가 모든 시민이 동등한 권리를 가지는 사회라고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이태원 참사 이후 첫 강의에서 출석을 부르다가, 대답 없는 이름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을지 알지 못했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학생의 안녕을 예전처럼 즐거움과 기대를 섞어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안타까운 젊은 청년이 나라를 지키다가 목숨을 잃어도, 어떠한 부조리와 아집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갔는지 알지 못한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군휴학을 앞두고 인사하러 온 학생에게 나라를 지켜줘서 고맙고 건강히 잘 다녀오라고 격려하지 못한다.
나는 대학교 졸업식장에서 졸업생이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팔다리가 번쩍 들려 끌려나가는 것을 보았다. 더 이상 나는 우리의 강의실이 어떠한 완력도 감히 침범하지 못하는 절대 자유와 비판적 토론의 장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나는 파괴적 속도로 진행되는 대학 구조조정과 함께 두 학기째 텅 비어있는 의과대학 강의실을 보고 있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 교육의 토대가 적어도 사회적 합의에 의해 지탱되기에 허망하게 붕괴하지 않을 것이라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매일 수많은 격노를 듣는다. 잘못을 해도 반성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격노의 전언과 지리한 핑계만이 허공에 흩어진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잘못을 하면 사과하고 다시는 그 일을 하지 않도록 다짐하는 것이 서로에 대한 존중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매일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의 경계가 무너지며 공정의 최저선이 허물어지는 모습을 보고 듣는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공정을 신뢰하며 최선을 다해 성실한 삶을 꾸려가는 것이 인간다운 삶의 보람이라는 것을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매일 신뢰와 규범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있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규범을 지키는 것이 공동체 유지의 첩경이라 말하지 못한다.
나는 매일 수많은 거짓을 목도한다. 거짓이 거짓에 이어지고, 이전의 거짓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진실을 담은 생각으로 정직하게 소통하자고 말하지 못한다.
나는 매일 말의 타락을 보고 있다. 군림하는 말은 한없이 무례하며, 자기를 변명하는 말은 오히려 국어사전을 바꾸자고 고집을 부린다. 나는 더 이상 강의실에서 한 번 더 고민하여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말을 건네고 서로의 말에 경청하자고 말하지 못한다.
나는 하루하루 부끄러움을 쌓는다. 부끄러움은 굳은살이 되고, 감각은 무디어진다.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다.
나는 하루하루 인간성을 상실한 절망을 보고 있고, 나 역시 그 절망을 닮아간다.
어느 시인은 “절망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라고 썼다. 하지만 그는 그 절망의 앞자락에 “바람은 딴 데에서 오고 / 구원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리라는 미약한 소망을 깨알 같은 글씨로 적어두었다.
나는 반성한다. 시민으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 나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
나는 취약한 사람이다. 부족하고 결여가 있는 사람이다. 당신 역시 취약한 사람이다.
하지만 우리는 취약하기 때문에, 함께 목소리를 낸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인류가 평화를 위해 함께 살아갈 지혜를 찾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역사의 진실 앞에 올바른 삶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모든 사람이 시민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갖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서로의 생명과 안전을 배려하는 방법을 찾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이를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자유롭게 생각하고, 스스럼없이 표현할 권리를 천명하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우리가 공부하는 대학을 신뢰와 배움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잘못을 사과하는 윤리를 쌓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신중히 동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정한 규칙을 찾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서로를 믿으면서 우리 사회의 규칙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진실 앞에 겸허하며, 정직한 삶을 연습하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존중과 신뢰의 말을 다시금 정련하고 싶다.
우리는 이제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며, 현실의 모순을 직시하면서 만들어갈 우리의 삶이 어떠한 삶일지 토론한다.
우리는 이제 폐허 속에 부끄럽게 머물지 않고, 인간다움을 삶에서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새로운 말과 현실을 발명하기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낸다.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무관심하며, 거짓으로 진실을 가리고,
무지와 무책임으로 제멋대로 돌진하는 윤석열은 즉각 퇴진하라!
2024.11.13.
경희대학교 ·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연구자
강내영, 강성범, 강세찬, 강신호, 강윤주, 강인욱, 고봉준, 고 원, 고인환, 고재흥, 공문규, 곽봉재, 구만옥, 구철모, 권순대, 권영균, 권현형, 김경숙, 김광표, 김기국, 김남일, 김대환, 김도한, 김동건, 김만권, 김미연, 김선경, 김선일, 김성용, 김성일, 김세희, 김수종, 김숭현, 김승래, 김승림, 김양진, 김원경, 김윤철, 김은성, 김은정, 김은하, 김일현, 김재인, 김종인, 김주희, 김준영, 김종곤, 김종수, 김종욱, 김종호, 김지형, 김진해, 김진희, 김태림, 김홍두, 김효영, 김혜란, 노상균, 노지영, 문 돈, 문지회, 민경배, 민관동, 민승기, 민유기, 박상근, 박성호, 박승민, 박승준, 박신영, 박신의, 박원서, 박윤영, 박윤재, 박정원, 박종무, 박증석, 박진빈, 박진옥, 박찬욱, 박환희, 백남인, 서덕영, 서동은, 서보학, 서유경, 서진숙, 석소현, 성열관, 손보미, 손일석, 손지연, 손희정, 송병록, 송영복, 신동면, 신자란, 신현숙, 안광석, 안병진, 안현종, 양정애, 엄규숙, 엄혜진, 오태호, 오현숙, 오현순, 오흥명, 우정길, 유승호, 유영학, 유원준, 유한범, 윤재학, 은영규, 이관석, 이기라, 이기형, 이명원, 이명호, 이문재, 이민아, 이봉일, 이상덕, 이상원, 이상원, 이선이, 이선행, 이성재, 이순웅, 이승현, 이영주, 이영찬, 이윤성, 이은배, 이은영, 이재훈, 이정빈, 이정선, 이종민, 이종혁, 이진석, 이진영, 이진오, 이진옥, 이찬우, 이창수, 이해미, 이효인, 임승태, 임우형, 임형진, 장문석, 장미라, 전중환, 정 웅, 정의헌, 정지호, 정진임, 정태호, 정하용, 정환욱, 조대희, 조민하, 조성관, 조세형, 조아랑, 조정은, 조진만, 조태구, 조혜영, 지상현, 지혜경, 진상욱, 진은진, 차선일, 차성연, 차웅석, 차충환, 천장환, 최서희, 최성민, 최원재, 최재구, 최정욱, 최지안, 최행규, 하선화, 한기창, 한미영, 한은주, 허성혁, 호정은, 홍승태, 홍연경, 홍윤기, 무기명 참여 30명, 총 22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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