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능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시기,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의 발언이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한은은 지난 8월 ‘입시 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 방안’ 보고서를 발표해 지역 비례 선발제를 대안으로 냈다. 수도권 과밀화 문제와 저출생 문제 해결의 일환이다.
지역 비례 선발제는 일부 상위권 대학이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입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이다. 입시경쟁이 사교육 부담, 수도권 과밀화, 집값 상승 등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한은이 고유 업무 범위를 넘어 사회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당연한 반응이지만 이창용 총재의 입시에 대한 발언은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사실상 수도권 쏠림 문제는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GDP의 53%가 쏠려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은의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 진학에 학생의 거주지가 미치는 영향이 92%에 이른다. 이는 부모의 재력에 따라 자녀가 어떤 대학을 가느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방의 기회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며 수도권은 성장했고, 그 중심에는 강남이 자리 잡았다. 결국 수도권 최정점에 올라선 강남은 부와 교육, 기회의 상징으로 떠오르며 이른바 ‘강남 신화’를 지속시키고 있다.
물론 지역 비례 선발제는 역차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수도권 학생들은 자신의 성적에 비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발선이 다른 사회에서 진정한 기회의 평등을 추구하기 위해 균형적 분배가 반드시 필요하다. 당장의 채택은 어렵더라도 귀를 기울일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부모의 재력에 따라 출발선이 달라지는 불완전경쟁에서, 공정한 기회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비록 그 격차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할지라도, 격차를 보다 좁히는 것은 가능하지 않겠는가. 한국의 공교육 시스템에 경고등이 켜진 것은 분명하다. 단순히 실현 가능성 없는 대안이라며 둘러댈 것이 아니라, 한은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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