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으로 국회가 시끌시끌하다. 여당의 격차 해소 특별위원회는 60세 정년을 2033년부터 65세로 연장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야당에서도 정년 연장 내용을 담은 고령자고용법 개정안이 총 5건 발의됐다. 모두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인한 노동력, 재정 불안정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년 연장은 세대 간 밥그릇 싸움이 본격화될 주제다. 정년 연장이 청년층 고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2020년 발간된 KDI의 보고서가 이를 보여준다. 보고서는 민간사업체에서 정년 연장 수혜자가 1명 증가할 때, 청년층 고용은 0.2명 감소한다고 말한다. 기존 정년이 55세 이하인 사업체에서는 청년 고용이 0.4명 감소한다.
정년 연장은 취업난을 겪는 청년세대에 반갑지만은 않은 소식이다. 청년층 취업난은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10월 청년층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8만 명 감소한 368만 명이었다. 청년 고용률은 전년동월대비 0.8%p 감소한 45.6%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조사에서 4년제 대학 재학생과 졸업자의 50.8%는 ‘일자리 부족’을 취업 준비 과정의 어려움이라고 답했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년 연장과 관련해 “청년관련 대책도 중요하지만, 정년을 앞둔 노년 노동자의 생계 문제도 보장돼야 한다”며 “두 마리 토끼를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정책 방향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시대에 노년층의 생계가 중요하다는 것은 당연히 동의한다. 하지만 청년들은 의심이 든다. 취업난에서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현재까지도 정년이 연장된 근로자에게 밀리는 ‘잃어버린 세대’가 될 우려 때문이다. 정계와 노동계의 말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먼저 신뢰를 얻어야 한다. 정년 연장 이후로도 취업과 재정 상태에 있어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믿음을 확보해야 한다. 퇴직 후 재고용 확대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노동계는 퇴직 후 재고용이 아닌 법정 정년 연장을 주장한다. 정년 연장 논의가 누군가가 일자리를 잃어야 일자리가 생기는 ‘제로섬 게임’으로 흘러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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