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교양 수업 ‘빅뱅에서문명까지(빅문)’가 캠퍼스별로 수업 내용부터 형식까지 전반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학생들은 대학이 추구하는 방향에 부합하는 교양과목 이수를 통해, 전공은 다를지라도 대학 구성원이라는 정체성을 공유한다. 하지만 같은 수업이 캠퍼스별로 다른 교육과정으로 이뤄진 현 상황이 ‘원 캠퍼스’를 지향하는 우리학교 구성원의 인식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양캠 후마니타스칼리지(후마)는 관련 정책 논의 과정에서 결론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왔다. 대표적으로 지난 6월 후마 절대평가 논의는 서울캠의 ‘일단 도입’과 국제캠의 ‘단계적 도입’의 견해 차이로 결렬됐다. 빅문을 바라보는 두 후마 교수진의 의견 차이도 이와 다르지 않다.
빅문 수업을 위한 교재인 ‘빅뱅에서 인간까지’는 현재 서울캠에서만 공통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제캠에서는 빅문 수업이 교수마다 다른 커리큘럼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번 학기 국제캠에서 진행되는 10개의 빅문 강의계획서에서 ‘빅뱅에서 인간까지’ 교재가 ‘교재 및 참고자료’ 목록에 포함된 강의는 6개뿐이었다. 이마저도 해당 교재가 단독으로 수업에 사용되는 강의는 없다.
수업 방식도 차이를 보인다. 서울캠은 대부분의 수업이 두 교수가 분담해 가르치는 ‘팀티칭’ 형식으로 진행된다. 반면 국제캠은 한 수업을 제외하고 모두 한 명의 교수가 빅문 수업 전체를 전담한다. 특정 분야를 전공한 교수 입장에서 물리학과 생명과학을 넘나드는 빅문 커리큘럼을 학생들에게 온전히 전달하기 무리다.
물론 국제캠 학생들은 대부분 이공계 학문을 전공하기 때문에 수업이 다르게 진행될 여지가 있다. 국제캠 소속의 한 빅문 교수도 “이공계열이 많은 국제캠 특성상 담당 교수들이 심화 내용을 재량껏 첨가한다”라고 한다.
문제는 양캠 간 교양과목 편차가 빅문을 넘어서 전반으로 확산될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양캠에 배분이수교과로 개설된 ‘고전읽기’ 수업을 보면 서울캠에는 12개 강의가 다양한 분야의 작품으로 개설돼 있지만, 국제캠에는 고작 3개뿐이다. 이마저도 45명이 정원인 서울캠과 달리 국제캠 수업은 정원이 60명이다. 따라서 고전 수업의 핵심인 토론 수업이 불가능해 일방적인 강의 방식의 수업이 이뤄지는 상황이다.
절대평가 도입 논의 때도 그랬듯이 캠퍼스 간 통일된 교양수업 교재 집필의 필요성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그 방식과 관점에서의 차이가 항상 드러나고 있다. 양캠 후마가 앞으로도 발생할 사안마다 다른 입장을 보이며 논의 결렬을 반복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계속되는 양캠 후마 입장 차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진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교수 간의 이해관계 충돌인지, 학문적 차이에서 오는 구조적인 차원의 문제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근본적인 고민이 전제되지 않는 양캠 간 각종 논의는 결국 지금까지 그랬듯이 결렬에 이르는 비슷한 서사로 구성원의 답답증을 더하게 될 것이다. 파생되는 피해는 학생의 몫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 알립니다.
'빅문과 같은 필수 과목인 ‘세계와시민’은 이번 학기 서울캠 수업 정원이 19명, 국제캠은 25명이다. 조를 이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수업 특성상 수업 정원이 30%가량 차이가 나는 것은 수업의 질 차이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내용을 삭제합니다.
사설 작성 당시 수강신청 홈페이지에는 세계와 시민 과목 정원이 서울캠 19명, 국제캠 25명으로 나와있었지만, 정정기간에 서울캠 25명, 국제캠 25명으로 같은 정원이 명시됐습니다. 서울캠 19명 명시 근거는 외국인 학생 정원 6명을 제외한 정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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