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봉
“여러분, 추석 때 아프지 마세요” 전공의 미복귀 문제를 취재하던 중 한 의과대학 교수가 건넨 말이다. 장난스럽게 생각했지만, 그 경고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고 있다. 전공의가 없는 의료 공백을 채우다 한계를 버티지 못한 전문의들은 대학병원을 떠나고 있다.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13531명 중 56.5%인 7684명의 사직이 수리됐다.
응급의학과와 같은 필수과 인력도 줄어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119 구급차 재이송 2645건 중 40.9%는 전문의 부재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지방에서만 문제가 되던 ‘응급실 뺑뺑이’가 대도시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7월 30일 서울의 편의점에서 쓰러진 40대 응급환자는 병원 14곳을 돌다 구급차에서 숨을 거뒀다. 부산에서는 폭염 속에 40대 남성이 쓰러지며 머리를 크게 다쳤지만, 부산에서는 받아주는 응급실이 없어 숨지고 말았다.
응급실 뺑뺑이가 지금도 나타나는 가운데, 병원이 문을 닫아 응급실만 운영하는 추석에는 더욱 큰 의료대란이 예상된다. 화상, 관통상, 교통사고가 연평균 발생량보다 높은 추석에 응급 의료환자가 몰리게 되면, 의료 대란을 피하기는 어렵다.
취재 중 의과대학 교수는 추석 연휴 동안 응급실이 폐쇄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상 평균적으로 한 해 5만 명 정도가 응급실에서 사망한다. 과장된 예측일 수는 있지만 그의 경고를 무시할 수는 없다.
‘추석 의료 대란’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현재 정부의 대책은 ‘의료 대란’ 해결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4000개소 이상 연휴 당직 병의원을 운영하고 중증 전담응급실 29개 이상을 지정해 운영한다. 하지만 전국 권역응급의료센터 내 전문의는 23년 4분기 910명에서 24년 8월 기준 513명으로 43% 감소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아프지 않아야 할’ 의무가 생긴 꼴이다. 즐거운 추석이라는 정겨운 인사 대신, “추석때 아프면 안돼요”란 인사를 건네야 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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