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혜
미디어학 2020
파견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일본에서 생활해 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얻었다. 평소 일본 문화를 좋아했기에, 직접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현지 문화와 생활 방식을 깊이 체험해보고 싶었다. 한국인이 많은 곳보다는, 현지 사람과의 소통이 많은 곳이 좋아 도쿄 근교의 타쿠쇼쿠 대학에서 약 반년간 이어질 생활을 시작했다.
일본의 동아리 문화
일본은 동아리 문화가 매우 탄탄한 나라다. 그래서 동아리에 가입하고 싶었다. 한국엔 학회를 제외하면 '동아리'라는 단일 카테고리만 존재한다. 일본에서는 '동아리'와 '애호회'로 나뉘어 있다. 이 둘의 차이는 얼마나 활동에 전념하는가에 따라 구분한다. 동아리는 대부분 일주일 내내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애호회는 일주일 1~2회 정도만 참여하게 된다. 이는 말 그대로 '애호회' 정도의 수준이다. 특별한 오디션이나 면접 없이 애정이나 관심만 있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학업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의 활동을 원했기에, '영화 애호회'에 가입했다. 그곳에서 다양한 영화를 감상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특별한 결과나 성과를 요구하지 않아 마음 편히 활동할 수 있었다.
댄스부에 가입한 친구도 있었다. 오디션 없이 다수의 부원이 가입한 것이 놀라웠다. 한국에서는 무대에 오를만한 실력 있는 사람을 선발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본에선 모두가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시간과 구성을 조정했다. 물론 짧은 연습 시간으로 실수하는 학생도 있었지만, 완벽하지 않은 모습도 충분히 빛나고 아름다웠다. 부원과 함께 열심히 땀 흘려 준비한 과정 자체를 더 소중히 여기는 것 같아 보는 나조차도 기분이 좋았다.
활성화된 지역 커뮤니티
일본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는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 정도에 있다. 일본에서는 마을의 크기와 상관없이 거의 모든 마을에 여름 축제가 열린다. 규모에 따라 축제의 크기나 화려함에는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역 주민이 축제의 모든 준비와 진행을 맡는다. 지역 주민이 주도하는 축제 문화는 일본 지역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마을축제에서 유카타를 입고 친구들과 찍은 사진. 오른쪽 아래가 필자 (사진=신은혜씨 제공)
특히 교환학생 기간에 경험한 한 마을 여름 축제는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유카타를 입고 축제에 참여했는데 이는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입었던 유카타는 마을 지역 운영회 분들의 기부로 마련된 것이었다. 축제의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지역 주민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자발적으로 지역 행사에 참여하는 문화는 지금의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라 더 인상적이었다. 마을 사람이 하나 돼 즐기는 모습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의 교류
유학생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일본인 외에도 여러 국적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 각기 다른 모국어와 문화적 배경, 생활 방식을 가진 친구들이지만 일본이라는 같은 공간에 함께 모여 생활하고 소통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언어 장벽과 문화적 차이로 소통에 어려움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그렇지만 오히려 이 차이가 우리의 대화를 더욱 풍부하고 흥미롭게 만들었다.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려는 태도 덕에 단순히 일본에서 머무는 유학생이 아니라, 서로의 배경과 경험을 공유하며 더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는 친구가 될 수 있었다.
▲ 유학생 기숙사에서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모여서 찍은 사진. 가운데 아래에서 정면에 브이를 하고 있는 것이 필자. (사진=신은혜씨 제공)
처음 경험한 한국어 어시스턴트 활동
교환학생 기간이 슬슬 끝나가는 시점, 국제과 교수님 부탁을 받아 외국어 강의에서 한국어 어시스턴트로 참여했다. 케이팝을 계기로 한국에 관심을 가진 고등학생이 많을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더 많은 학생이 참석해 놀라웠다.
이전에 한국어를 가르쳐본 경험이 없어 긴장했다. 그래도 다른 친구들과 교수님들의 도움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어시스턴트 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수업 중 학생들이 한국에 대해 궁금한 점을 질문한 것중에 , ‘손흥민과 방탄소년단 중에 누가 더 한국에서 유명한가요?’라는 재미있는 질문을 받아서 고민했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 오픈 캠퍼스 한국어 어시스턴트로 참여했을 때 교수님께서 윷놀이의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신은혜씨 제공)
단순히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 음식이나 전통 게임, 한복을 체험하는 기회도 있었다. 이러한 과정으로 학생뿐만 아니라 나 역시 즐거웠다. 공기놀이를 오랜만에했는데, 원래도 능숙하지 않았던 터라 학생들은 “선생님 정말 한국인 맞아요?”라며 장난스럽게 놀리기도 했다. 빠르게 배우는 학생들은 수업이 끝날 무렵에는 제기차기와 공기놀이에서 한국인인 나보다도 더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다.
케이팝뿐만 아니라 다양한 한국 문화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이 많아 놀라웠고, 동시에 기뻤다. 일본 문화를 좋아한다고 했을 때, 기쁘다며 밝게 웃어주던 일본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동시에 한국의 문화적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다시금 깨닫게 된 교환학생 생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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