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봉

하시언 기자

일주일에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취업자가 지난달 192만 명을 웃돌며 1년 새 24% 급증했다. 이 중 20, 30대 청년들이 45만 명에 육박하며 역대 가장 많았다. 계속되는 최저 임금 인상과 인건비 부담으로 소상공인들은 노동 시간을 쪼개 알바를 고용한다. 이에 청년들은 안정적인 일자리가 아닌 쪼개진 알바 자리를 찾는 것에 급급하다. 

초단시간 취업자가 급증한 것은 주휴수당의 영향이 크다. 주휴수당은 주 15시간 이상 근무한 근로자에게 일주일에 하루 유급 휴가를 주도록 하는 제도다. 5일을 일해도 6일 치 임금을 주는 셈이다. 

최저임금 급등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자영업자들이 주휴수당이라도 줄이려고 주 30시간 일하는 직원 대신 15시간 미만 근무하는 2명을 채용한다. 이른바 ‘쪼개기 고용’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 30원으로 확정됐다. 계속되는 물가 급등 기조에 맞춰 최저임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은 인건비 부담에 허덕이는 소상공인과 알바를 전전하는 청년들 모두를 울리는 부메랑이 되기도 한다.

청년들은 ‘메뚜기 신세’다. 매년 인상되는 최저임금은 쪼개기 고용을 성행하게 할 것이다. 최저임금이 올랐음에도 청년들은 쪼개진 알바 시간을 따라 이곳저곳 뛰어다닌다. 기술을 배우고 인적자본을 축적해야 할 시기에 초단시간 일자리를 전전한다. 불투명한 고용 연속성은 청년들의 숨을 더욱 가쁘게 한다. 

더불어 쪼개기 고용은 노동 보호 사각지대를 넓힌다. 주휴수당을 받을 수 없을뿐더러 연차휴가, 퇴직금, 건강보험 등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소상공인들이 쪼개기 고용을 늘리고 그 피해를 청년들이 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근로자 권익을 보호하려 도입됐던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이 청년들의 안정된 알바 자리를 빼앗는 역설을 바로잡을 때가 됐다. 지금이라도 최저임금제의 취지를 살리면서 현실을 반영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 제도를 유연하게 개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