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평: ‘줍깅’의 이면, 배출한 탄소발자국이 더 많다고? (양여진)
제주도에서의 줍깅 활동은 참가한 모든 학생에게 ‘플로깅’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뇌리에 심어주었다. 그리고 개개인이 환경을 향한 경각심을 인지했다. 스스로가 이를 극복해 낼 주체라는 자신감을 심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 “줍깅 활동이 환경 보호를 우선시했던 활동이었는가”라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네”라고 답하기엔 거슬리는 부분이 많았다. 줍깅단은 모두 푸른 티셔츠를 입고 많은 곳의 해변에서 꼼꼼하게 쓰레기를 주웠다. 플라스틱과 스티로폼은 모든 곳에서 자주 보이던 “단골”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와 달리 줍깅 과정에서 불필요한 플라스틱을 다수 소비했다. 혼인지공원과 표선해수욕장에선 포장된 도시락을 먹느라 대략 80명분의 엄청난 플라스틱과 쓰레기가 만들어졌다.
애초에, 줍깅 활동을 위해 80명이 단체로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오는 것 자체도 “환경 보호적 활동이자, SDGs에 부합하는 활동”이라고 선뜻 말하기 부끄럽게 만든다. 서울과 경기도에 있는 학교가 쓰레기를 주우러 제주로 가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제주도”, “줍깅”이라는 키워드를 앞에 내세웠지만 그 이면에는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와 탄소가 배출됐다. 이런 이면을 외면하고 학교가 SDGs에 부합하는 활동을 했다고 ‘세계대학 영향력 평가’에서 고득점을 받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진정한 세계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구축하기 위해 줍깅은 보다 생활화될 필요가 있다. 줍깅의 목적인 SDGs 14번 <해양생태계 보존>은 가까운 해변에서부터의 생활화가 필요하다. 14번 외 15번 <육상생태계 보존>은 대학 주변에서의 줍깅을 요구한다. 직접적이고 장기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 대규모 차원에서의 줍깅이 아닌 생활 속에서의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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