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교내 신호등 설치하면 안되나요? ‘법’ 때문에 어렵습니다
국제캠퍼스는 통행량이 많음에도 무단횡단 등의 문제가 잦아 안전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학교에도 신호등과 같은 교통안전시설 설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신호등 설치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캠퍼스 내 도로는 ‘공공도로’가 아닌 ‘단지 내 도로’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국토교통부는 교통안전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통해 ‘고등교육법’ 제2조에 해당하는 학교 내 도로를 단지 내 도로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단지 내 도로란 「공공주택관리법」에 따른 공공주택단지 등에 설치되는 통행로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도로가 이에 해당한다. 교내 도로는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사유지라는 점에서 학교가 법적으로 교통안전시설을 설치해야 할 의무는 없다. 중대한 사고가 발생한경우에 한하여 시·군·구청장이나 한국교통안전공단이 교통안전시설 설치를 권고할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사후 대책에 가깝다.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신호등을 왜 사고가 발생해야만 설치를 논할 수 있는가.
교통사고 예방 차원에서 신호등 설치가 추진되더라도, 여러 현실적인 제약에 부딪히는 경우가많다. 행정기관의 직접적인 관리 대상이 아닌 교내 도로는 시설 설치 및 운영을 학교가 직접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점검과 유지보수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고장난 신호등이 즉각적인 조치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신호등과 같은 교통안전시설이 설치되면, 그 순간부터 해당 공간은 ‘법적 규제 공간’으로 간주된다. 정해진 횡단보도를 조금이라도 벗어나 건너는 경우, 무단횡단으로 간주되어 범칙금 부과 대상이 되는 것이다.
재학생 A씨는 “지금도 불편한데, 신호등까지 생기면 이동 동선이 더 제한될 것 같다”며, “그런 부분에서는 신호등 설치가 꺼려진다”고 전했다. 안전을 목적으로 설치한 시설이 오히려 학생들의 불편과 법적 처벌 가능성을 불러올 수도 있는 상황이 되는 셈이다. 단순히 ‘교통안전시설이 필요하다’는 주장만으로는 신호등 설치의 당위성이 부족해 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부산대의 경우, 사고 위험 구간에 과속방지턱과 속도 인식 장치를 추가적으로 설치하고, 시야를 방해하는 수목과 같은 사각지대를 전면 제거했다. 과속방지턱과 속도 인식 장치 설치는 사고 위험 구간에서의 충돌 위험을 줄이는 데 효과를 보였으며, 사각지대의 제거는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의 시야를 확보하여 돌발 상황에 대한 대응 속도를 높이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우리 학교는 현재 등•하교 시간에 교통 별도 인력을 배치하여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한 생명과학대학 부근에 펜스를 설치하여 무단횡단 근절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설치 결과, 무단횡단 횟수가 현저히 줄었으며, 보행자 안전과 운전자 시야확보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이러한 노력에 더해, 총무관리처 관리팀은 주차면 도색 작업을 통해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는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교내 통행 제한 속도인 시속 20km를 알리는 문구를 30곳 이상의 노면에 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차량이 좌회전 또는 우회전하는 구간 중 특히 혼잡한 지역을 중심으로 횡단보도 위치를 조정하는 등의 계획을 통해 교내 사고 발생 위험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보행자와 차량 통행자의 교통 안전을 위한 학교의 노력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캠퍼스를 이용하는 모두의 ‘안전 의식’이다. 보행자는 반드시 횡단보도를 이용하고 운전자는 서행하며 주변을 주의하는 작은 실천만으로도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캠퍼스를 안전하게 만드는 건 시설이 아닌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예지 기자 | paran977@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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