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가 훌륭하다는 것은 저의 의견입니다. 그리고 형편없는 영화라는 것은 당신의 의견입니다.”
호프에 별점 4점을 매겼다가 악플과 조롱에 시달리던 한 평론가가 남긴 말이다. 평소라면 눈길도 안 줬을 영화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대체 얼마나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이길래 이렇게까지 화제인가 싶었다. 듣던대로 사람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누군가는 올해 최고의 영화라며 N차 관람까지 나섰고, 누군가는 340만 관객을 넘긴 지금까지도 혹평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런데 관람평을 찾아볼수록 정작 눈에 들어온 건 영화 내용이 아니라 대댓글이었다. 좋았다는 사람에게는 ‘영화를 볼 줄 모른다’는 조롱이, 별로였다는 사람에게는 ‘평론가도 좋다는데 네가 뭔데’라는 비아냥이 달렸다. 심지어는 ‘호프 좋아하는 사람 있으면 병원에 가라’는 댓글까지 봤다. 댓글의 대부분은 영화가 아니라 서로의 취향을 헐뜯는 말 뿐이었다. 정작 영화 내용은 뒷전이었다. 관람평을 봤음에도 나는 지금까지도 ‘호프’가 어떤 내용인지 알지 못한다.
우리는 영화를 두 번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한 번은 남의 시선을 따른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관객 10명 중 6명(60.2%)이 타인의 평점과 리뷰를 참고해 영화를 고른다고 답했다. 정답을 확인하듯 관람평에 의존하는 습관이 깃든 것이다. 그 다음에야 내 취향을 들여다보고 진짜 결정을 내린다. 이때 누군가에게 지루했던 장면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심금을 울리는 명장면이 된다.
취향에는 틀림이 없다. 단지 다를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타인의 감상을 오답 처리하는 일에 열을 올릴까. 결국 영화를 본 사람은 나다. 스크린 앞에 앉아 두 시간을 견딘 것도 어느 장면에서 어떤 감정을 느낀 것도 나의 몫이다. 그러니 각양각색의 감상이 존재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제는 내 감상이 옳다는 확신보다 너의 감상도 존재한다는 수용이 필요할 때다. 취향을 존중한다는 건 동의한다는 게 아니다. 존중은 나와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 그 자체에서 시작한다. 취향은 채점의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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