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 시장의 한파가 지속되면서 졸업 유예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5년 고등교육기관 학사학위취득유예생은 전년 대비 15.8% 증가한 20,769명에 달했다. 우리학교 역시 양캠 졸업 유예 인원(수료·졸업유예·학사학위취득유예)은 2024학년도 후기 2,217명에서 2025학년도 전기 2,776명으로 한 학기 만에 25.2% 증가했다. 지난 2월, 졸업 요건을 모두 충족한 후에도 일정 기간 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있는 ‘학사학위취득유예제도’가 도입된 가운데, 우리신문은 유예를 선택한 학생들과 전문가들의 시각을 살펴봤다.

▲유예생 B 씨는 “이력서상의 공백뿐 아니라, 졸업 후 붕 떠 있는 내 모습을 직면하는 것이 두려웠다”며 안정감을 위해 유예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사진=대학주보DB)
“졸업장보다 학생증”
‘공백기’에 따른 두려움 때문
학생들이 졸업 유예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백기’에 대한 두려움이다. 현재 학사학위취득유예제도를 통해 유예 중인 이민주(중국어학 2021) 씨 역시 졸업 공백기 관리를 위해 유예를 선택했다. 이 씨는 “교수님으로부터 ‘졸업 후 2년의 공백기는 여전히 기업에서 중요하게 여긴다’는 조언을 들었다”며 “한 학기 유예하며 부족한 자격증과 기업 지원 요건을 채우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유예생 A 씨 역시 “괜히 졸업 공백기를 만드는 것보다 유예가 취업을 준비할 때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며 ‘취준에 대한 압박감’을 유예 선택의 결정적 계기로 꼽았다.
‘무소속’ 상태가 주는 압박 또한 선택의 주 이유이다. 유예생 B 씨는 “이력서상의 공백뿐 아니라, 졸업 후 붕 떠 있는 내 모습을 직면하는 것이 두려웠다”며 안정감을 위해 유예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미래인재센터 김준완(첨단기술비즈니스학) 산학협력중점교수는 상담오는 학생들 상당수가 ‘대학생도 사회인도 아닌 애매한 위치가 주는 불안감’을 유예 이유로 꼽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많은 학생이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에 상당한 압박감을 느낀다”며 “이 같은 불안정함이 스스로를 위축시키기에,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 유예를 선택하는 경우가 1순위”라고 설명했다.
자격증·인턴·대외활동까지
“유예 기간 바쁘게 보내…”
유예생들은 늘어난 시간을 실질적인 취업 역량 강화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 학기 유예를 선택했던 이덕수(미디어학 2020) 씨는 한국어능력시험과 토익을 준비하고 대학생 기자단 활동, 개인 SNS 운영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시간을 바쁘게 채웠다. 이 씨는 “여러 진로를 두고 고민하던 중 취업 준비가 충분히 돼 있지 않았고, 기업에서 공백기를 부담 요소로 본다는 이야기에 결국 유예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민주 씨 또한 자격증 준비와 취업 서류 지원으로 재학생 시절보다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 씨는“컴활, HSK 등 자격증을 취득하고, 미래인재센터의 ‘My 취업 터닝업’, ‘졸업생 취업 집중반’ 같은 교내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A 씨 역시 “경험을 정리하고 자기소개서를 쓰는 등 말 그대로 취준 생활을 주로 하고 있다”며 “유예로 확보된 시간 덕분에 스펙 쌓기뿐 아니라 미래를 다시 한번 그릴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유예 제도는 ‘대학생’ 신분만이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유지하는 전략적 수단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인턴십 공고 상당수가 지원 자격을 ‘재학생 및 졸업예정자’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모집 중인 제일기획 대학생 인턴, 삼성그룹 대학생 인턴이 대표적이다. 대상 그룹 대학생 스마트폰 영화제, 대한민국 대학생 광고대회 등 대외활동·공모전 역시 대학생 신분을 필수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4학년 2학기를 앞둔 김은율(경영학 2021) 씨는 “인턴이나 대외활동 중 대학생만 지원 가능한 공고가 있어 유예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B 씨 또한 “대학생만 지원 가능한 대외활동이나 인턴 공고를 접할 때 학사학위취득유예가 도움이 된다고 느낀다”며 “현재도 대학생만 지원 가능한 대외활동에 참여하며 커리어를 쌓고 있다”고 밝혔다.
공백기 자체가 감점 요인은 아냐
‘내용’과 ‘밀도’가 중요
현직 인사 담당자들은 졸업 이후 공백기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지만, 그 기간을 채운 ‘내용’과 ‘밀도’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AP Search 인사&경력개발팀장이자 우리학교 겸임교수인 박종명(국제경영학) 교수는 “공백 자체를 감점하지는 않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공백기가 있다면 자연스럽게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유예를 통해 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인사 담당자인 정주영 책임 역시 “공백기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은 없다”며 “다만 기업마다 프레시한 신입을 선호하거나, 다양한 경험을 쌓은 중고신입을 선호하는 등 기업문화적인 차이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학 기간이나 졸업 이후 공백기가 길어진다면 그 기간 동안 어떤 활동을 했는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며 “지원 직무와 관련해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수업을 듣는 등 구체적인 노력이 보인다면 기업도 충분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학사학위취득유예는 학생들이 일 경험을 쌓으면서도 학생 포지션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라며 “학교 역시 졸업유예생들을 위한 보다 세밀하고 적극적인 취업 지원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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