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를 다니고 있는 친척 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깜짝 놀랐다. 이제는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가지 않고 운동회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도교육청별 자료에 따르면 전체 초등학교 가운데 수학여행을 준비한 학교 비율은 서울 5%, 경기 7%, 대전 3%에 그쳤다. 운동회 또한 마찬가지다. ‘초교 운동회 운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역 초등학교 605개 중 106곳은 운동회를 열지 않았다. 운동장에서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뛰놀고, 버스에 올라 들뜬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던 학창시절의 특별한 기억이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점점 낯선 일이 되어 가는 슬픈 현실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엔 현대사회에 짙어진 개인주의가 자리하고 있다. 일부 부모들은 수학여행에서 자녀에 대한 특별 관리를 요구하고, 운동회는 경기에서 진 아이들이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학교 측은 행사 진행에 부담을 느껴 공동체 활동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물론 부모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할까 걱정하는 마음, 경쟁에서 밀린 아이가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우려가 공동체적 경험의 부재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아이들을 모든 갈등과 경쟁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이 보호는 아니다. 갈등 속에서 타인을 이해하고, 경쟁 속에서 스스로를 다독이는 법을 배우도록 돕는 것도 교육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수학여행과 운동회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다. 아이들이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고, 때로는 경쟁하며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다. 이는 교실 의자에 앉아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가치다.
필자는 아직도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학창 시절 운동회와 수학여행 이야기를 안주 삼는다. 그때의 기억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배려와 성장이라는 가치를 배우고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넘어져 본 사람만이 다시 일어나는 법을 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오래도록 지속될 삶의 태도를 만들기 때문에 아이들이 공동체적 가치를 배울 기회를 지켜낼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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