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화관을 찾았다가 뜻밖의 장면을 마주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 상영관이 빈자리 없이 관람객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영화산업의 침체 속에서도 이 작품은 누적 관객 1200만 명을 돌파하며 기록적인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문득 사람들이 왜 이토록 왕사남에 열광하는지 궁금해졌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조선 6대 왕 단종이 폐위된 뒤 영월로 유배돼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시간을 담담히 따라간다. 극의 흐름은 잔잔하다.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안부를 살피는 일상적인 장면들이 주를 이루며 사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려한 전투 장면이나 권력자의 화려한 모습은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결말 또한 자극적인 반전 없이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과 비슷하게 전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느 순간부터 영화에 몰입해 다른 관람객들과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잠시 잊고 있었던 일상에 대한 소중함이 나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지나치게 빠르고 강한 자극에 익숙해져 있다. 숏폼 콘텐츠와 OTT 플랫폼의 대량 소비가 그 방증이다. 도파민 추구 시대에서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더 큰 자극을 원한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반대일지도 모른다. 쉼 없이 쏟아지는 자극은 사람을 쉽게 흥분시키지만 순간적이다. 우리는 순간에 속아 일상 속의 정서를 잊고 있던 것이다.
어쩌면 관람객들은 사회 갈등에 지쳐 평범한 삶을 원했던 어린 소년의 얼굴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평범한 삶 속 여유가 주는 위로가 필요할 때다.
“나으리..왜 그러셨습니까..왜 혼자 짊어지셨습니까” 극 중 단종을 보필한 엄홍도의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누군가의 일상을 지키고자 한 이 대목은 눈물샘을 자극했다. 평범한 삶은 결코 하찮지 않다. 자극적인 요소가 흥행할수록 평범한 삶에 대한 의미는 희미해져 간다. 그러나 결국 우리를 움직이는 동력은 평범한 일상이다. 잠시 바쁜 일은 제쳐두고 주변 사람과 일상을 돌아보는 마음의 유배를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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