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 선수는 “60살까지도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며 “몸이 따라주는 한 오래 선수로 남아있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진=김 선수 제공)
# 경기장에서의 환호 뒤에는 선수들의 혹독한 훈련, 그리고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우리신문은 체육부 선수들을 만나 그 목소리를 담으려 한다. 성적과 기록뿐만 아니라 종목을 향한 열정과 선수로서의 일상, 그리고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나눈다. 아홉 번째 주인공으로 승마 마장마술을 주종목으로 하고 있는 김태건(스포츠지도학 2025) 선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운동과 동물 좋아해 시작한 승마
말 돌보느라 사춘기도 안와
김태건 선수는 초등학생 시절 국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말을 탔다. 시작은 취미였지만 선수로 발탁돼 5학년부터는 대회에 출전했다. 운동도, 동물도 좋아했던 김 선수에게 승마는 최고의 종목이었다.
다양한 출전 경험이 있는 김 선수의 주종목은 마장마술이다. 마장마술은 정해진 운동과목을 얼마나 정확하고 아름답게 하는지 평가하는 종목이다. 처음엔 마장마술에 흥미를 못 느꼈다는 김 선수는 최고 난이도인 S클래스 경기를 뛰고 나서 “뿅 반했다”며 “까도 까도 계속 배울 게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껴서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두 마리의 말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평균 수명이 26년 정도 되는 말들에게도 전성기가 있다. 종목별로 장애물은 9살부터 15살, 마장마술은 9살부터 관리하기에 따라 25살을 넘기는 말들도 있다. 장애물은 15살 ‘리베로’와, 마장마술은 17살 ‘산드로’와 함께하고 있다.
취미가 일이 되면 뭐든 그렇듯, 김 선수는 “가끔 운동 나가기 싫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꾸준한 운동의 동력이 됐다. 그는 “다른 종목과 달리 내가 쉬면 말들이 1평도 안 되는 곳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책임감으로라도 꾸준히 운동한다”고 말했다. 승마는 혼자 하는 종목이 아니기 때문에 말과의 유대감이 중요하다. 선수의 기량이 뛰어나도 말이 따라오지 못하면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 김 선수는 “리베로가 요즘 속을 썩이고 있다”며 “시합장 들어가서도 조금이라도 자기 마음에 안 들면 하기 싫다고 표현을 하는데 그런 걸 보면 마음이 찢어진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말 뿐만 아니라 김 선수도 장애물 거리를 제대로 재지 못하는 등 슬럼프가 있었다. 하지만 중학생 때도 흔히 말하는 ‘중2병’은 오지 않았다고 한다. 김 선수는 “매일 관리해야 할 말들이 있으니까 내가 사춘기가 올 틈이 없었다”고 돌아봤다.
승마 전설 故서정균 감독의
마지막 제자가 되다
“승마장에도 아빠가 있었다”
김 선수의 스승은 우리나라 승마계의 전설 故서정균 감독이다. 서 감독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부터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까지 총 6개의 금메달을 획득하며 우리나라 아시안게임 역대 최다 금메달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김 선수는 “집에도 아빠가 있고, 승마장에도 아빠가 있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서 감독의 다른 제자는 김혁, 남동헌 등의 국가대표 선수들이다. 서 감독이 이끌었던 청학승마클럽에선 김 선수를 ‘막내 아들’이라고 불렀다. 지난해 서 감독이 별세하면서 김 선수가 마지막 제자가 됐다.
김 선수에게 서 감독은 좋은 선생님이자 무서운 선생님으로 남아있다. 그런 서 감독은 뒤에선 김 선수의 어머니에게 “엄마는 좋겠어, 아들내미 말 잘 타서”라며 너스레를 떨었다고 한다. 김 선수는 “감독님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사람”이라며 “이유 없이 항상 좋은 말을 해주시고 가르쳐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셀 수 없이 많았던 낙마 부상에도
“예순까지 선수로 남고 싶다”
김 선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말에서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그만큼 부상도 많았다. 그는 “예전에 장애물 훈련을 하는데, 말이 거부하길래 오기가 발동했다”며 “무거운 나무 장애물에 입을 박아서 송곳니에 입술 옆이 뚫려 피가 철철 났던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그런데도 당시 ‘말에 미쳐있던’ 김 선수는 “한 번만 더 해보고 가겠다는 걸 코치님이 제발 병원에 가라고 애걸복걸하셔서 갔던 기억이 있다”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아직 우리학교엔 승마부가 없다. 현재 정기적으로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 역시 김 선수뿐이다. 김 선수는 “새내기가 들어오면 현역선수가 있어서 승마부가 만들어질만 한데, 아쉽다”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승마는 60대 현역선수가 있을 정도로 다른 종목에 비해 선수 생활을 오래 이어갈 수 있다. 김 선수는 “60살까지도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며 “몸이 따라주는 한 오래 선수로 남아있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 선수의 최종 목표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출전이다. 단기적으로는 내년 전국체전 입상을 목표로 두고 있다. 그는 “감독님이 올해 아시안게임 선발전까진 레슨하고 은퇴하신다고 하셨었는데, 감독님을 생각해서라도 아시안게임 한 번은 나가고 싶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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