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르포] 미래로 향하는 자율주행버스 ‘동대문 A01’의 첫걸음
# 도심의 분주한 도로 위, 운전대는 손이 닿지 않은 채 스스로 돌아간다. 서울 동대문구의 자율주행버스 ‘동대문 A01’이 지난 14일 정식 운행을 시작했다. 때로는 멈칫하고, 작은 실수를 하기도 했지만 버스는 묵묵히 제 갈 길을 나아갔다. 우리신문은 미래로 향하는 이 버스의 조금 특별했던 첫 이틀간의 여정에 올라탔다.
▲경희의료원 정류장으로 들어오고 있는 동대문 A01 모습(사진=김민영 기자)
첫 운행, 설렘과 아쉬움 사이
가감속 문제로 수동 운행 전환하기도
지난 14일 오전 10시, 장한평역 3번 출구 앞. ‘동대문구 자율주행’이라는 문구가 선명히 새겨진 흰색 전기버스 한 대가 조용히 정류장에 들어섰다. 기대 섞인 얼굴의 시민 몇몇이 조심스럽게 버스에 올랐다.
요금은 무료지만, 환승 처리와 데이터 수집을 위해 교통카드 태그는 필수였다. 버스에 올라타자, 서비스 매니저가 안전벨트 착용, 운행 중 이동 제한 등 주의사항을 안내하며 탑승을 도왔다.
“자율주행을 시작합니다.” 기계음과 함께 버스는 부드럽게 움직였다. 운전자는 핸들에서 손을 뗀 채 앞을 볼 뿐이었지만, 핸들은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리듯 스스로 회전했다. 승객들은 일제 스마트폰을 꺼내 그 모습을 담았고, 창밖 시민들도 신기한 듯 발걸음을 멈췄다.
첫 정식 운행의 긴장감 속에서도 버스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도로를 달렸다. 하지만 차선을 변경하거나 교차로를 지날 때는 잠시 멈칫하며 속도를 조절했다. 이 미래적인 풍경의 비밀은 차량 곳곳에 숨겨진 첨단 장비에 있다. 전후좌우 4대의 라이다(LiDAR) 센서와 8대의 카메라, 1대의 전방 레이더가 실시간으로 주변 상황을 읽어낸다.
물론 모든 구간이 자율은 아니었다. 현재 A01버스는 운전자가 언제든 개입할 준비를 해야 하는 조건부 자동화 단계로, 전동초등학교, 동대문중학교 앞과 같은 어린이보호구역 등 규제 구간에서는 법령에 따라 운전자가 직접 핸들을 잡고 서행했다.
첫 정식 주행인 만큼 완벽하지만은 않았다. 정류장 앞 불법 주정차 차량을 인지하지 못해 한참 멈춰 서자 결국 수동으로 전환해 우회했고, 정차 시 가감속이 반복되며 승차감을 해치기도 했다. 잦은 가감속 문제가 이어지자, 청량리역 인근부터는 결국 수동 운행으로 전환해 운행을 마쳤다.
한층 익숙해진 두 번째 날
교통사각 지대 잇는 첫걸음
다음 날인 15일 오후, 경희의료원·경희여중고 정류장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로 줄이 길게 늘어섰다. 낯선 동대문 A01이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이날의 버스는 한층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차량, 배달 오토바이, 보행자가 뒤섞여 혼잡한 우리학교 정문 앞 도로에서도 차분히 주행을 이어갔다. 택시가 갑작스럽게 끼어드는 순간에도 스스로 속도를 줄여 피했고, 불법 주정차 차량을 인식해 자연스럽게 차선을 변경했다.
전날엔 없던 변화도 있었다. 네이버지도에서 실시간 위치 정보가 제공되면서 탑승객 수도 자연히 늘었다. 기다리던 버스가 자율주행차라는 사실을 마주한 시민들은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 같은 표정으로 올라탔다. 한 시민은 “정말 자율주행이야?”하는 탄성을 내지르며 버스에 올라타기도 했다.
버스 전면 스크린에는 주변 차량과 보행자의 움직임이 3D 지도로 실시간 표시됐다. 운전자가 마우스로 시스템을 조작해 수동·자율 모드를 전환하는 모습은 마치 SF 영화 한 장면 같았다.
탑승객 최서연 씨는 “회기동에서 장한평역까지 환승 없이 갈 수 있는 버스라 타게 되었다”며 “기사님이 계셔서 불안하지는 않았지만, 다소 속도가 느린 건 느껴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동대문 A01 노선은 장한평역에서 경희의료원·경희여중고까지 왕복 15km, 총 24개의 정류장을 오간다. 현재 서울에서 운행 중인 자율주행버스 가운데 가장 긴 노선과 가장 많은 정류장을 가진다.
동대문구청 교통행정팀 박하나 주무관은 “장한평역에서 경희의료원까지 환승 없이 한 번에 가는 대중교통이 부족했다”며 “교통 소외 지역 주민의 이동 편의를 높이고, 동대문구의 남과 북을 잇는 중요한 노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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