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양] 창작의 시대에 필요한 진짜 안목 | [감도 높은 사람이 좋습니다]
기획 홍지원 | hziione@khu.ac.kr 편집 홍지원 출연 김경진 교수님 김숭현 교수님 김혜경 교수님 박장훈 교수님 이동원 교수님 백요한 편집장님 구성 VOU 도움주신 분들 김선철 교수님 이서윤 교수님 이태훈 교수님 신지호 인류 역사상, 창작이 이토록 쉬웠던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같은 도구를 써도, 누군가의 결과물은 더 빛나기 마련입니다. 결과물에는 저마다의 감도가 묻어나기 때문이고, 그것을 판단하는 것 역시 여전히 사람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감도 높음'에 더욱 주목하고, 열광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감도 높은 사람들은 무엇이 다를까요? 삶의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 안목을 길러온 현업 창작자 6인에게 질문했습니다. [영상 전문] 인류 역사상, 창작이 이토록 쉬웠던 적은 없었습니다. 한 줄의 문장이면 그림이 그려지고, 음악이 만들어지고, 글이 쓰입니다. 하지만 같은 도구를 써도, 누군가의 결과물은 더 빛나고 주목받기 마련입니다. 결과물에는 저마다의 감도가 묻어나기 때문이고, 그것을 판단하는 것 역시, 여전히 사람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감도 높음'에 더욱 주목하고, 열광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감도 높은 사람들은, 무엇이 다를까요?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창작자들에게 질문했습니다. [박장훈/시각디자인학과 교수] "감도 높은 사람들은 자신의 한 분야에서 깊이 있는 성과물을 내기도 하지만, 전공 분야가 아닌 이종의 분야와도 협업하면서 좋은 결과물을 내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숭현/디지털콘텐츠학과 교수] "감도 높은 사람은 세상의 변화를 섬세하게 감지하고, 주변의 사소한 것들에도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관찰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백요한/요매거진 편집장] "정의 내리면 자기 객관화가 잘된 사람이 아닐까 싶은데, 되게 어렵죠. 감도가 높다는 표현 자체가. 저도 늘 되고 싶은 이상향 중에 하나거든요." [김혜경/디지털콘텐츠학과 교수] "감도 높은 사람들은 민감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좋고 나쁘게 느낄 수는 있는데, 느낄 때 무엇 때문에 좋게 느껴지는지 안 좋게 느껴지는지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감도가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경진/시각디자인학과 교수] "감도가 높은 사람은 본인은 좀 힘들겠지만, 사람들과 세상에 대해서 많이 느낄 수 있는 안테나가 많고, 호기심도 많고 알고 싶어 하고, 사람들이 느끼는 걸 같이 느낄 수 있어서, 사람과 세상을 다 마음 안에 담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안목'입니다. 우리는 아름다운 것을 마주할 때 그것을 갖고 싶어 하고, 안목이 뛰어난 사람을 동경합니다. 한 사람의 고민과 개성이 담긴 결과물에는 다른 사람을 이끄는 매력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안목이라는 단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눈이 두 번 들어 있습니다. 하나는 사물을 그저 바라보는 눈이고, 다른 하나는 그중에서 본질을 걸러내는 눈입니다. 쏟아지는 정보와 이미지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촘촘하고 단단한 그물일지도 모릅니다. '안목'이라는 나만의 그물을 어떻게 엮어 가면 좋을까요? [김경진/시각디자인학과 교수] "안목이라는 게 굉장히 시각적인 것처럼 보이는 단어이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분석적이고 설득력을 필요로 하는 영역의 키워드인 것 같아요. 이를테면 여기 책꽂이가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어떤 분이 책꽂이 저 높은 데 손을 뻗고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이 사람한테 필요한 게 뭘까요, 라고 물어보면 발받침대, 사다리, 서점이라면 키 큰 점원, 이런 걸 이야기한단 말이에요. 그럼 그 사람은 키 큰 점원이나 발받침대나 사다리가 정말 필요할까? 그게 왜 필요하냐고 한 번 더 물어보면, '이 사람이 필요로 하는 그 책을 꺼낼 수 있잖아요'라고 얘기한단 말이에요. 두 번째가 진짜 니즈인 거잖아요. 그 마음을 알아내기 위한 분석, 그게 한 번 더 필요한 게 아닌가." [김숭현/디지털콘텐츠학과 교수] "학생들이 안목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자주 부딪치는 어려움은, 정보의 과잉 속에서 자신의 기준과 관점을 잃기 쉽다는 겁니다. 지금은 너무나 많은 훌륭한 결과물을 손쉽게 접할 수 있어서 그만큼 눈은 빠르게 높아지는데, 겉으로 드러나는 세련됨에 현혹되거나, 많은 정보를 접했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의 안목도 함께 높아졌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하게 많이 보고 아는 것과, 실제 안목이라고 할 수 있는 본질을 꿰뚫어보는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안목은 생각하고 관찰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길러지지 않습니다. 자신의 관심 있는 분야에 직접 뛰어들고, 시도하고, 실수도 하고 실패도 하고, 또 수정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동원/SBS PD] "저도 방송 콘텐츠를 15년째 하고 있지만 시사프로도 해봤고, 동물 프로그램도 해봤고, 다큐멘터리도 해봤고, 버라이어티 예능쇼도 해봤고, 지금은 토크쇼를 만들 거예요. 자꾸 다른 분야를 계속 해보는 이유는,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도전을 해보는 겁니다. 그걸 함으로 해서 다른 경험치가 생겨서, 그 경험을 갖고 다른 콘텐츠를 만들 때는 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업무가 쉬워지는 느낌, 조금 다르게 만드는 느낌. 그래서 그냥 답을 찾지 마시고 일단 뭐든 해보세요. 뭐든 하는 것밖에 답이 없지 않을까?" 우리가 안목을 키워 가며 마주하는 모든 화살표는 결국 나 자신을 향합니다. 안목이라는 것은 결국,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보여주는 목록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어떤 그물을 가졌느냐에 따라 내 삶에 걸려드는 것들이 달라지고, 그렇게 걸려든 것들이 모여 나라는 사람의 무늬를 만들어냅니다. [이동원/SBS PD] "첫 학기 첫날, 학생들한테 이런 과제를 냈어요. 최근 6개월 동안 본인이 본 영상 콘텐츠 중에 나만의 순위를 1위부터 12위까지 쓴다. 그때 저의 목표는, 여러분들이 취향이 독특하고 개인의 성향이 강하다고 해도 모아놓고 보면 결국 모두가 같은 걸 보고 있다는 말을 다음 수업 시간에 하고 싶어서 시킨 거였거든요. 그런데 결론은 등수가 없었어요. 모두의 취향이 완벽하게 파편화돼서 완전히 쪼개져 있었고, 더 황당했던 건, 제가 꼬꼬무라는 프로그램의 연출자였는데 꼬꼬무를 유튜브로 봤다고 쓴 친구가 있었거든요. 유튜브에는 14분짜리 요약본만 올라가요. 그런데 그 친구는 풀 버전이 존재하는지 몰랐대요. 요약본을 충실히 계속 다 봐왔대요. 각자가 원하는 대로, 원하는 이야깃거리를 찾아다니고 있구나." [박장훈/시각디자인학과 교수] "알고리즘이 너무 잘 되어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학생들의 감도나 취향 같은 것들이 한쪽으로 편협해지기도 하고, 너무 좁아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학생들 스스로 노력해야 됩니다. 자기가 찾아보기 힘든 것들도 불편해하면서도 찾아볼 수 있어야 되고, 낯선 것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훈련들을 해야지만, 자신의 감을 다양한 방면에서 풍부하게 키워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숭현 디지털콘텐츠학과 교수] "누구나 자신의 정원에 이런 꽃도 심고 저런 꽃도 심고, 연못도 파고, 조형물도 세우고, 자신만의 정원을 조금씩 가꾸어 나가는 게 고유한 취향을 만들어 나간다고 생각했어요. 그 과정에서 트렌드를 완전하게 무시할 수는 없어요. 해가 나고 비가 오고 때로는 태풍이 불고 눈이 내리는 것처럼, 트렌드도 끊임없이 변하면서 우리의 취향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하지만 날씨가 바뀔 때마다 정원의 모습을 전부 바꾸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변화하는 날씨를 살피고 앞으로의 흐름을 예측하되, 그 변화를 즐기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정원을 꾸준하게 가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는 내가 가꾼 정원의 향기가 너무 좋아서 사람들한테 호응을 얻고, 나의 정원을 보러 오는 사람들도 늘어날 수가 있어요. 그런 경우에는 나의 취향이 세상에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결국 트렌드를 쫓는 것보다는, 자신만의 정원을 충실히 가꾸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취향마저 추천받는 세상에서, 나만의 기준을 지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처음엔 조금 서툴러도 괜찮습니다. 기본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서, 필요 없는 것들은 과감히 걷어내고, 세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삶을 채워 나가면 됩니다. 그렇게 단단해진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흐릿했던 일상 속에서 빛나는 본질의 조각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이야말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안목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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