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양] 셉테드는 도시를 바꿀 수 있을까? [불안을 줄이는 도시 설계]
셉테드는 도시를 바꿀 수 있을까? [불안을 줄이는 도시 설계]
기획 나하린 | harin0518@khu.ac.kr
편집 나하린 / 진행 김예별 / 출연 강한솔 김동일 황성은 교수님 / 구성 VOU
전국 최초, 수원 영통구에 설치된 ‘보이는 스마트 안심 지하보도’.
지하보도에 들어가기 전 안쪽에 사람이 있는지, 통로는 안전한지 미리 확인할 수 있다면 우리가 느끼는 불안도 조금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공간을 더 잘 보이게 만들고, 시민이 안심하고 걸을 수 있도록 설계하는 셉테드.
셉테드는 정말 도시를 안전하게 바꿀 수 있을까요?
[영상 전문]
지하보도 입구에 모니터가 달렸습니다.
화면에는 지하보도 안쪽 모습이 실시간으로 보입니다.
지하보도로 들어가기 전에 안쪽에 사람이 있는지, 통로가 어떤 상태인지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겁니다.
최근 수원 영통구에 새롭게 설치된 ‘스마트 안심 지하보도’의 기능입니다. 내부가 잘 보이지 않거나, 인적이 드문 시간대에는 지하보도 이용이 망설여질 때가 있죠.
스마트 안심 지하보도는 지하보도 입구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내부의 실시간 모습을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안쪽에 지나가는 사람이 있는지, 혹시 모를 위험 요소는 없는지 통로의 상태를 한눈에 파악한 뒤 안심하고 발을 들일 수 있게 된겁니다.
이런 접근은 ‘셉테드(CPTED)’와도 연결됩니다. 셉테드는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을 뜻하는데요,
어두운 길에 조명을 보강하고, 시야를 가리는 사각지대를 줄이고, 필요한 곳에 CCTV나 비상벨을 배치하는 것.
이런 요소들은 공간의 환경을 바꿔 범죄가 일어나기 어려운 조건을 만들고, 시민들이 더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지하보도처럼 내부가 한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는 시야 확보와 동선, 개방감이 이용자의 안전감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김동일 / 건축학과 교수]
“기본적으로 지하보도뿐만 아니라 폐쇄된 공간 자체는 예를 들어서 사람은 서로서로 감시하는 시스템이 있거든요. 아파트 복도도 똑같은 시스템인데 ‘이 공간에 들어왔을 때 누군가 나를 감시하지 않는 공간이다’라고 생각하면 그 공간은 안전하지 않은 공간이라고 사람들이 인지하거든요. 사람들이 서로서로 감시하는 망에서 벗어나게 되면 그 안정감이 뚝 떨어지는 거예요.”
‘보이는 스마트 안심 지하보도’는 내부 상황을 외부에서도 확인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셉테드의 자연감시 원리와 연결됩니다.
[황성은 / 한국셉테드학회 총무부회장]
“자연적으로 가시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하는 게 기본이에요 셉테드에서는. 그런데 지금 지하차도같이 들어가면서부터 또는 들어가 있는 상황에서 외부에서 그 내부를 바라볼 수 있게 시야를 확보해줄 수 없는 상황에서는 지금 수원 지하차도와 같이 기계적인 방식으로 가시성을 확보해 줘야겠죠. ‘자연 감시’ 또는 ‘거리의 눈’과 같이 자연적인 시야 확보가 더 맞는 표현이라고 볼 수 있어요.”
자연 감시는 공간을 한 눈에 들여다보이게 만들어서, 이용자가 주변 상황을 자연스럽게 살피고 인식할 수 있게 하는 방식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를 없앰으로써 범죄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가 있죠.
[강한솔 / 환경조경디자인학과 교수]
“뉴욕에 브라이언트 파크라는 공원이 있는데 1900년대 초반만 해도 거기에 똑같은 문제가 있었어요. 나무가 있고, 그 나무랑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보여야 되는 어떤 그 높이에 너무 많은 식물들이 있다보니까 저 너머에 뭐가 있는지가 안보이는 거죠. 그래서 조금 (높이가) 낮은 식물들을 다 걷어냈어요. 그래서 결국은 사람이 서로서로 보이는 어떤 구조를 만들어서(…) 시야를 확보하게 하는 것은 범죄 예방에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고(…)”
사실 셉테드는 우리 주변에서도 이미 볼 수 있습니다. 학교 근처 안심 귀갓길, 안심부스, 밝은 조명, CCTV가 그런 예입니다.
시민들이 오가는 일상 공간을 더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정비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공간을 ‘보이게’ 만드는 방식은 실제 체감 안전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까요?
개방감을 높이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건, 공간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범죄 예방 환경을 만드는 데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셉테드는 시설을 설치했다고 해서 모든게 해결되는 정답은 아닙니다.
[강한솔 / 환경조경디자인학과 교수]
“제가 우연찮게 그 길을 가본 적이 있거든요. 카메라만 있을 뿐 이게 어두침침하고 으슥한 분위기 자체가 바뀌진 않아서 단순히 그 기술력만으로 불안감이 해소되진 않는 것 같고 공공디자인, 환경적인 부분, 식재를 더 덧댄다든지 분위기를 바꿔줄 필요는 있어 보이더라고요.”
CCTV, 비상벨, 밝은 조명처럼 익숙한 안전 시설들도 지역의 특성과 주변 동선에 맞게 배치되고, 설치 이후에도 제대로 관리돼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화면은 잘 보이는지, 사각지대는 남아 있지 않은지, 위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는 갖춰져 있는지.이 모든 조건들이 함께 확인돼야 합니다.
결국 체감 안전은 장치 자체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같은 장치라도 어디에 설치됐는지, 사람이 적은 시간대에는 어떻게 관리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안전한 도시는 ‘보이는 장치’ 하나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그 공간이 설치 이후에도 꾸준히 관리되고, 시민들이 실제로 안심하며 이용할 수 있는지입니다.
셉테드는 도시를 바꿀 수 있을까요?
그 답은 우리가 매일 지나가는 공간을 얼마나 세심하게 설계하고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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