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학기부터 학점포기제가 전 교과목 대상으로 확대된다. 일반학과 기준 7학기 이상 등록한 재학생은 졸업 때까지 최대 6학점을 포기할 수 있다. 지난 4월 취재 당시 양캠 총학의 학점지우개 도입에 관해 “현재로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학교의 입장을 고려하면 주목할 만한 변화다.
이번 결과에서 눈여겨볼 점은 제도 변화 자체보다 과정에 있다. 총학은 설문을 진행해 3,822명의 재학생 의견을 모으고, 제도가 성실히 공부하지 않은 학생이 낮은 성적을 만회하려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학교의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성적 구간별 의견을 분석했다. 주관식 응답까지 담은 30쪽 분량의 보고서를 만들어 학교에 전달하기도 했다.
출범 당시 목표했던 ‘학점지우개’라는 별도의 제도를 신설하는 대신 기존 학점포기제를 확대하는 방식을 택한 것도 행정·전산 부담을 줄이면서 제도 도입의 현실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단순히 학생들의 요구를 학교에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교가 우려하는 지점을 파악한 뒤 그에 맞는 근거와 대안을 마련한 것이다.
다만 확대된 학점포기제가 시행되면 포기한 과목의 재수강이 가능해지고, 필수·인기과목의 수강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서울캠 총학생회장 역시 이를 “충분히 합당한 우려”라고 인정하며 2학기 동안 개선책을 찾겠다고 밝혔다. 제도를 관철한 뒤 그 부작용까지 점검하는 것이 제도 변화를 완성하는 다음 과제다.
이번 학점포기제 확대는 학생들의 요구를 구체적인 근거로 만들고 학교의 우려에 대응하는 과정이 실제 제도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경험을 다른 사안에서도 이어가는 것이다.
총학 임기는 한 해에 그치지만 학사제도와 등록금, 교육환경은 학생들의 대학생활 내내 영향을 미친다. 학점포기제 확대가 현재 재학생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라면, 다전공 의무화는 앞으로 입학할 학생들의 대학생활까지 좌우할 문제다. 아직 큰 틀만 마련된 다전공 의무이수제에 대한 학생사회의 입장을 정리하고 학교에 전달해야 한다. 특정 학과 쏠림 현상에 대비해 사전 수요 예측과 충분한 준비를 요구하는 것도 총학의 몫이다.
등록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총학은 이미 등록금 협상 대응 TF를 꾸리고 학무부총장 정기협의체와 재정운용설명회 일정을 예고했다. 오는 9월 총장과의 대화에서는 등록금 대원칙 수립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남은 것은 그 구조를 실제로 작동시키는 일이다. 인상에 대한 찬반을 정하기보다, 학교가 제시하는 인상 근거와 재정 운용을 먼저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에서 편성한 예산이 실제로 집행됐는지, 학생들의 요구가 정책에 반영됐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학점포기제에서 보여준 좋은 선례가 다전공 의무화와 등록금 협상에서도 이어져야 한다. 학생들의 요구를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학교의 논리를 확인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만들어 협상하는 것. 단기적인 공약 이행을 넘어 학생들의 대학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를 꾸준히 점검하고 개선해 나가는 것, 총학이 보여줘야 할 학생자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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