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속되는 물가 상승 속에서 대학생들의 한 끼 식사도 점점 부담이 되고 있다. 최근 저렴한 식당 정보를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 ‘거지맵’이 청년층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신문은 거지맵에 등록된 학교 인근 식당들을 찾아 고물가 시대 대학생들의 식생활과 지역 상권의 변화를 살펴봤다.
▲5일 기준 거지맵에는 서울캠 인근 23곳, 국제캠 일대 3곳의 식당이 등록돼 있다. (사진=거지맵 화면 캡처)
계속되는 식비 상승
학생들의 선택 ‘거지맵’
점심시간이 가까워진 오후 12시, 서울캠 중문에 위치한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식당 ‘따뜻한 밥상’에 도착하니 창문에 붙은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김치찌개 3,000원’. 대학가 주변 식당들의 메뉴 가격이 1만 원대를 웃도는 상황에서 3,000원이란 저렴한 가격이 눈길을 끌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식당 안은 이미 손님들로 가득했다. 혼자 식사하는 학생들이 자리를 채운 가운데, 외국인 유학생들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식당에서 친구들과 식사하던 박호연(응용영어통번역학 2024) 씨는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3,000원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부담이 없어 자주 방문한다”고 말했다.
최근 대학가에서 이처럼 저렴한 가격의 식당을 찾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계속되는 물가 상승으로 식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올해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 상승했다. 이는 2024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거지맵’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단연 화제다. 거지맵은 1만 원 이하 식당의 정보를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5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다운로드 수는 5만 회를 넘어섰다. ‘따뜻한 밥상’ 역시 거지맵에 등록된 식당이다.
거지맵을 직접 실행해보니 서울캠 인근에는 23곳, 국제캠 일대에는 3곳의 식당이 등록되어 있었다. 지도에는 식당별 가격대와 대표 메뉴가 표시돼 있으며 이용자들은 댓글을 통해 음식의 양과 맛, 혼밥 가능 여부 등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 실제로 일부 식당에는 “학생들이 부담 없이 먹기 좋다”, “가격 대비 양이 많다” 등 후기가 게시돼 있었다.
맛집보다 밥집
학생들을 위한 저렴한 한 끼
이같은 저렴한 가격에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학생들을 생각하는 사장님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따뜻한 밥상’의 심성훈 사장은 “생활이 넉넉하지 않은 청년들에게 부담 없는 한 끼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운영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는 매월 셋째 주 목요일마다 학생 50명을 대상으로 김치찌개를 무료로 제공하는 행사도 진행 중이다.
행사의 시작은 후마니타스칼리지 이상임(철학) 교수와의 우연한 인연이었다. 식당을 찾았던 이 교수가 운영 취지에 공감해 심 사장에게 강연을 요청했고, 이후 식당 이야기는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해당 수업을 수강하던 한 학생이 식당을 자주 찾게 됐다. 지방에서 상경해 홀로 생활하던 학생이었다.
심 사장은 “이 교수님께 그 학생이 매일 찾아온다고 말씀드렸더니, 교수님께서 5만 원을 건네시며 그 학생의 식사비로 사용해달라고 부탁하셨다”며 “그 사연을 SNS에 올렸더니 많은 분들이 뜻을 모아 후원해주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이 후원금이 무료 식사 행사에 쓰이게 된 것이다.
심 사장은 “학생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밥집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며 “특별한 음식을 파는 곳이라기보다 누구나 부담 없이 와서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거지맵에 등록된 국제캠 주변 서천동에 위치한 식당 ‘중식당 배유’ 역시 학생들의 식비 부담을 덜기 위해 가격을 조정했다. 배준우 사장은 2024년부터 현재 자리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개업 초기에는 기대만큼 손님이 많지 않았다. 이유를 고민하던 배 사장은 한 학생 손님에게 직접 의견을 물었고, 가격이 다소 부담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학생의 한마디는 과감히 가격을 낮추는 선택으로 이어졌다. 배 사장은 “학생들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가격으로 바꿔보자는 생각이었다”며 “이후 조금씩 손님이 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식당을 찾은 안종현(전자공학과 2025) 씨는 “여기는 학생들 사이에서 가성비 맛집으로 알려진 곳”이라며 “가격 부담이 적은 데다 맛도 좋아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중식당 배유’의 배준우 사장은 “가게 문을 닫는 날까지 짜장면 가격 5,000원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도은오 기자)
골목상권 살리고 청년 연대 강화
‘거지맵’의 선순환
전문가들은 거지맵이 학생들의 식비 부담을 줄이는 것을 넘어 지역상권과 공동체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한다. 사회학과 조광덕(사회학) 교수는 “공적 복지가 미흡한 상황에서 지역사회가 자체적으로 만들어낸 비공식적 사회안전망”이라며 “상인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학생들은 정보 공유와 단골 형성으로 화답하는 호혜적 관계를 통해 공동체적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거지맵 확산 이후 사장들 역시 골목상권의 활성화를 체감하고 있다. 배 사장은 “한 달 전 거지맵의 존재를 알게 됐다”며 “뒤돌아보니 거지맵이 유명세를 얻은 시점부터 매출이 꾸준히 증가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심 사장도 “예년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이번 학기에 손님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거지맵의 등장을 청년 세대의 새로운 문화적 실천으로도 해석했다. 조 교수는 “이러한 현상은 청년 세대가 구조적 경제난에 대응하는 능동적이고 집단적인 생존 전략”이라며 “가성비가 단순한 절약을 넘어 ‘힙함’과 ‘진정성’이라는 문화 코드로 자리 잡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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