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출판정책의 흐름과 산업 구조를 최초로 집대성한 『출판에 대하여』가 발간됐다. 그간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던 정책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이 책은 한국 출판정책을 이해하는 교과서이자 정책 설계를 위한 참고서로 주목받는다. 저자인 김동혁 동문(생물학·신문방송학 1996)은 서일대 미디어출판학과 교수로 국내에서는 드물게 ‘출판’을 학문적으로 연구·교육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출판정책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며 양적 성장에서 문화적 가치 확산으로 지평을 넓혀왔다. 1970년대에는 ‘유신독재’ 체제하에서 불량·불법 출판물 단속이 이뤄졌고, 1980년대에는 출판 통제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대하소설의 시대’로 불릴 만큼 출판업이 전문화 단계로 나아갔다. 1990년대에는 세계무역 체제 변화와 맞물려 문화가 국가의 주요 산업으로 부상했다. 특히 김대중 정부는 문화산업을 국가기간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역대 문화정책 사상 최대 예산을 편성했다. 2000년대에는 MBC <느낌표>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를 계기로 독서 열풍이 일었고, 당시 추진된 ‘출판문화산업 5개년 계획’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제6차 계획이 수립되는 시점이다.

▲책의 저자인 김동혁 동문은 “독서 인구 감소는 산업 전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사진=이지수 기자)
현재 한국 출판산업은 양적 성장이라는 성과와 구조적 한계를 동시에 안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약 6만 4천 종의 도서가 발행됐고, 연간 한 종 이상을 출간한 출판사는 약 9천 개에 이르는 등 생산 기반은 여전히 견고하다. 이를 두고 김 동문은 “(출판업이) 지속적으로 ‘위기 산업’으로 언급돼왔음에도 영세한 구조 속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해 온 점은 분명한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독서 인구 감소다. 김 동문은 “지금은 책을 읽는 사람만 읽는 구조”라며 “다독자와 비독자 간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독서 인구 감소는 산업 전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 위에서 미래 출판정책의 방향으로 ▲출판의 경계 확장과 사람 중심 출판문화 진흥 ▲출판유통 혁신 ▲독자 개발과 책문화 확산을 제시한다. 특히 독서 인구 감소 대응, 디지털 전환, K-북의 해외 진출 확대를 핵심 과제로 꼽는다.
아울러 미래 출판정책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동문은 “이미 양서를 꾸준히 읽는 독자들은 스스로 사고하고 성찰하며 개인의 성장뿐 아니라 사회와 국가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며 “독자의 자발성에만 기대기보다 독자를 확장할 수 있도록 출판산업과 정책 환경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책은 출판산업 예산과 5개년 계획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못하고 별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출판정책의 재구조화’가 시급하다고 제언한다. 또한 출판계 보호를 위해 현행 도서정가제를 ‘완전 도서정가제’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출판산업 혁신과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AI 기술 활용을 지원하는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출판에 대하여』는 한국 출판정책의 과거와 현재를 짚으며 ‘책 읽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향을 묻는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개인의 지적·정보적·의식적 성장을 이끄는 동시에 더 나은 사회를 준비하는 일이다. 다가오는 23일 ‘세계 책의 날’을 맞아, 우리 독자들도 책 한 권 꺼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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