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인터뷰] 버려진 해파리, 산불 복구용 친환경 비료로 재탄생…‘오션퓨처’ 학생부 대상 수상
# 해양수산부가 주최한 ‘2025 해양수산 창업 콘테스트’에서 지난달 우리학교 학생 2명으로 구성된 팀 ‘오션퓨처’가 아이디어 부문(학생부) 대상을 수상했다. 해양수산 창업 콘테스트는 해양수산 분야 유망 창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개최되는 창업 경진대회다. 이들은 해파리를 자원화한 친환경 비료 ‘해타민’을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청년 창업의 가능성을 보여준 오션퓨처의 조성래(국제통상·금융투자학 2022)·전정배(유전생명공학 2020) 씨를 만나 수상 과정을 들어봤다.
버려지는 자원에서
산불 복구용 비료로
‘오션퓨처’가 선보인 ‘해타민’은 해파리의 유기질 성분과 콜라겐을 활용해 산불 피해 지역의 토양을 복원하는 친환경 비료다. 해파리의 높은 수분 함량 덕분에, 해타민은 기존 유기질 비료보다 수분 흡수력과 보존력이 뛰어나 불에 탄 토양의 수분 회복에 탁월하다. 조 씨는 “해타민은 해양 폐해 문제와 산림 복구라는 두 가지의 사회적 과제를 동시에 해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조 씨와 전 씨는 올해 초 ‘국제 대학생 창업교류전’에 참가하면서 해파리 문제를 접했다. 당시 교육 플랫폼 아이디어로 출전한 두 사람은 환경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고민하던 중 해파리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해파리는 대량 발생해 어업 피해를 유발하지만, 산업적 활용 가치는 거의 없었다. 수분 함량이 높아 재활용이 어렵고, 물을 잘 흡수하는 ‘트리플 헬릭스’ 구조로 인해 수분크림과 같은 화장품의 원료 정도로만 활용됐기 때문이다.
전환점은 올해 3월 발생한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산불이었다. 조 씨는 “산불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산불 복구용 특화 비료가 없어 조경용 유기물 비료만 사용되고 있었다”며 “학교 실험실에서 해파리 성분을 직접 분석해보니 산불 토양 복원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기존 산업에서는 버려지던 자원이 토양 복원의 핵심 소재로 전환될 수 있음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두 사람은 환경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고민하던 중 해파리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왼쪽부터 조성래(국제통상·금융투자학 2022), 전정배(유전생명공학 2020) 씨. (사진=김가빈 기자)
실질적인 문제 해결과
비지니스 가능성이 핵심
아이템 기획 초기 두 사람은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로서 지속가능한가’를 가장 먼저 고민했다. 전 씨는 “해파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충분한 양을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했다”며 “그 조건에 부합하는 형태가 바로 비료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대한민국에서만 약 6,800톤의 해파리가 수거됐다”며 “이 양만 제대로 소화해도 상당한 사회적 임팩트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들은 실제 사업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중요한 과제로 삼았다. 전 씨는 “기존 소셜벤처 중 상당수가 실제 판매와 시장성을 확보하지 못해 3년 안에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이 아이템이 실제 비즈니스로 이어질 수 있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조 씨는 “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거래를 진행하는 B2G 형태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기관 관계자와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면서 현실적인 피드백을 받았다”며 “이 과정에서 심사위원들도 우리가 단순한 아이디어 단계에 머물지 않고, 실제로 사업을 실행할 팀이라고 생각해 좋은 점수를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해파리 직접 채집
관련 기술도 배워나가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해 9월, 스위스에서 진행된 우리학교 신산업분야 지식재산융합인재양성사업단의 ‘2024 글로벌 지식재산 단기교육 프로그램’에서 시작됐다. 당시 조 씨는 스스로 의미있는 삶을 찾고자 19살 때부터 근무하던 국민은행을 그만둔 채 창업을 결심한 상태였고, 전 씨는 교내 창업동아리 ‘CC’를 통해 창업과 관련한 경험을 쌓고 있었다. 스위스에서 만난 두 사람은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의기투합했고 귀국 후 본격적으로 공동 창업의 길로 뛰어들었다.
이들은 지난 3월부터 ‘해타민’ 개발에 몰두했다. 외부 지원이나 도움은 없었다. 조 씨는 “학생 신분으로 해파리 비료를 만든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며 “그땐 직접 뛰어다닐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두 사람은 해파리를 직접 채집하러 다니기도 하고, 관련 기술을 배우기 위해 한국원자력연구원과 국립수산과학원을 찾아가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전 씨는 “3~4월에는 아무 지원도 없던 시기라 정말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다”며 소회를 밝혔다. 두 사람은 무엇보다 도움을 아끼지 않은 교수진에 감사를 전했다. ‘2024 글로벌 지식재산 단기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 기계공학과 김윤혁(기계공학), 유전생명공학과의 정치화(경영학) 교수를 비롯해, 유전생명공학과의 김기영(생화학)·이상원(생화학) 교수는 제자들을 위한 실험실 공간을 제공하고, 연구 자문을 해주며 실험을 직접 도왔다. 주변의 도움 덕분에 해타민의 개발은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다.
▲해파리 조사 현장 모습 (사진=전정배 씨 제공)
오션퓨처가 전하는
청년 창업의 미래
현재 오션퓨처는 의성군 ‘창업 실험 200실’에서 PoC(Proof of Concept)를 진행하며 해타민 검증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해타민의 시제품은 지난 8월 완성됐으며, 개선 작업을 거쳐 내년 중순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조 씨는 창업을 꿈꾸는 20대에게 “젊을 때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 값싸게 실패할 수 있는 기회”라며 “실패를 많이해보고 두려움을 갖지 않고 도전을 해봐라”고 조언했다. 이어 “우리도 여러번 실패했었지만, 결국 그 경험이 가장 큰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전 씨는 “국가 지원, 대회 등 기회가 풍부한 20대 창업은 도전할 만하다”면서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시간과 경험만 날리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와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션퓨처는 현재 국내 최대 규모의 창업경진대회인 ‘도전! K-스타트업’ 통합 본선에 진출해 40팀 중 우리학교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버려진 자원에서 가능성을 찾고, 직접 발로 뛰어 길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도전은 계속해서 청년 창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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