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모든 대학에서 학생부 교과·종합뿐 아니라 수능, 논술, 실기·실적 위주 전형까지 학교폭력 조치 사항을 반영한다고 한다.
엄벌주의에 초점을 맞춘 대책이 마련된 배경에는 무엇보다 <더글로리> ‘연진이’의 역할이 컸다. “사과하지 마. 사과받자고 10대도, 20대도, 30대도 다 걸었을까? 넌 벌 받아야지. 신이 널 도우면 형벌, 신이 날 도우면 천벌.” 문동은의 복수 이야기로 흘러가는 더글로리를 보며 사람들은 분노에 공감하고 ‘정의’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형성했다.
대중의 즉각적이고 감정적인 반응은 ‘연진이 대학 못 가는 학폭 대책’으로 곧바로 나타났다. 물론 학교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가해자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교육 현장의 실제 사례를 보면 피해자와 가해자의 구도가 단순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뀌는 경우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맞학폭(쌍방 학교폭력 대응 방식)’이 하나의 대응 공식으로 자리 잡은 모습도 보이고 있다.
학폭 조치 사항에 대한 반영 방법은 대학이 자율로 정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처분에 대한 경중과는 관계없이 사실상 학폭 이력이 있는 학생은 합격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각 대학의 2026년도 모집 요강을 살펴보면 학교폭력 기록은 엄격하게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는 학생부 교과(추천형)와 실기위주(체육인재) 전형에서 가장 가벼운 1호 처분(서면사과) 기록만 있어도 지원 자격을 제한하며, 고려대, 이화여대, 한국외대도 일부 전형에서 사안의 경중과 관계없이 지원을 막고 있다.
강력한 처벌이 없어서 연진이를 못 막았을까. 더글로리가 일으킨 사회적 반향은 우리 사회에 긍정적이다. 다만 그 형태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엄벌대책이 된 것은 아쉽다.
청소년기는 아직 성숙해 가는 과정이다. 예방이나 교화에 대한 고민 없이 제도화된 낙인만 남는다면 우리는 또 다른 형태의 ‘연진이’를 양산하게 될지 모른다. 정의의 이름으로 내린 처벌이 또 다른 불균형과 차별이 되지 않도록, 지금 필요한 건 뜨거운 분노보다도 차가운 성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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