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있었던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학소위) 폐지 안건이 부결됐다. 대학 사회의 다양성과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가치가 공존할 때 더욱 단단해진다. 이번 부결은 그 공존의 가능성을 열어둔 결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학생 사회와 학소위, 그리고 총학생회는 학내 자치기구의 의미와 제도적 허점을 짚어봐야 한다.
학소위 존폐 논쟁은 단순히 한 기구를 둘러싼 찬반 대결이 아니었다. 정경대 학생회는 특정 대선 후보 강연 갈등을 계기로 학소위 존재 이유를 문제 삼았고, 학소위는 소수자 인권을 지키는 장치로서 필요성을 호소했다. 논쟁 과정에서 드러난 가장 큰 우려는 학내 공론장이 언제든 대립 속에서 ‘존재 자체의 폐지’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는 향후 유사한 사안의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
운영이 미흡했다고 곧바로 존폐를 논하는 것은 성급한 대응이자 반민주적이다. 대학 공동체의 공론장은 불편한 비판을 배제하는 자리가 아니라, 성찰과 보완, 논리적 대화를 통해 제도를 발전시키는 과정이어야 한다. 전학대회 이후 만나본 참여위원의 말을 들어봤을 때, 그래도 여러 학생이 공론장으로서 대학의 의미를 확인한 모습을 보여줘 다행스럽기도 했다.
존폐 논의의 직격탄을 맞은 학소위 또한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고정지출, 발제비 기준, 외부 단체 분담금 등 운영상의 허술함이 감사에서 지적됐고, 학소위 위원장 또한 일부 미흡함을 인정했다. 존립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더라도 시급한 개선은 필요하다.
서명운동과 공청회에 머무른 대응 방식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소수자 관련 정책을 수행할 때, 학내 여러 부서가 학소위와 협업하는 만큼, 소수자를 위한 인권 보호 활동과 관련한 사항을 학내 구성원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본인들의 가치를 널리 알렸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전학대회 이후 총학의 대응 또한 개선이 필요하다. 중요한 사안을 학내 구성원에게 알리기 위한 전학대회 참여 요청에 응하지 않은 일부 대표자의 태도는 아쉬움을 남긴다. 게다가 회의 속기록 역시 일주일이 지나도록 공개되지 않아, 학내 구성원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속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알려진 부결 소식은 학소위 공식 SNS 계정을 통해서만 나왔을 뿐, 3분의 2를 넘지 않은 찬성률은 몇 % 인지, 전학대회 안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는 그 어떤 곳에서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학내 구성원은 시일 내에 회의 내용을 확인할 권리가 있다. 기록과 발언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면 자치기구에 대한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제 중요한 것은 ‘폐지냐 존속이냐’의 소모적 대립을 넘어서는 일이다. 학소위는 성숙하고 투명한 운영으로 존재 의의를 증명해야 하며, 학생 사회 전체는 제도 보완을 통해 자치 민주주의의 기반을 튼튼히 다져야 한다. 특정 단체를 없애자는 성급한 태도를 내려놓고, 개선을 통해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보여줘야 할 민주주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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