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같은 세대의 한국 학생들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그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이번 워크숍에 참가하였습니다” (휴먼라이츠학과 3학년 아베 하루카)
지난 9월 9일 경희대학교 네오르네상스관에서 경희대학교 학생들과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학교 법학부 휴먼라이츠 학과 학생들과의 집중 워크숍이 열렸다. 처음으로 개최된 이번 워크숍은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와 아오야마가쿠인대학 법학부 휴먼라이츠 학과가 협력하여 개최했다.
이번 집중 워크숍은 세계시민이 처해있는 여러 인권에 관한 문제를 공유하고 사유하며, 해결 방안 모색을 목표로 한다.
▲ 수도권 인구 과밀화에 의한 출산율 감소’ 프로젝트를 공유하는 2조
# 10:00~12:00 모둠 구성 및 주제 탐색, 자기소개와 아이스 브레이킹
서로의 문화에 관해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모였지만 첫 만남은 어색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기소개와 아이스 브레이킹을 진행했다. 한국 학생들은 각자 한 장의 PPT를 준비해 자기소개를 했다. 일본 학생들은 PPT 없이 자기소개를 했는데, 동시통역이 진행되어 해석에 어려움은 없었다. MBTI와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대학생이었다. 차가웠던 분위기는 점차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자기소개가 끝나고 조별 프로젝트 토의 시간이 열렸다. 양교의 교수들이 10가지의 주제를 먼저 선정한 후, 교수와 학생들의 사전 토의를 거쳐 4가지의 주제로 압축했다. 주제는 한국과 일본 학생들이 집중적으로 탐구할 의욕을 가진 고독/고립, 인구, 재해/재난, 기후 위기로 선정됐다. 학생들은 사전에 단톡방을 통해 희망하는 주제를 선택하여 팀을 구성했다. 구성된 팀원들끼리 주제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눈 후 서울 탐방을 계획했다.
# 12:00~16:00 환대의 필드워크: 서울의 공간 탐구와 체험, 의미 분석
각 조는 서울의 곳곳으로 탐방을 떠났다. 한국 학생들은 한국의 전통적인 모습을 간직한 장소를 선정했다. 흥인지문, 인사동, 익선동 등이었다. 또 한국의 대학생들이 평소에 생활하는 모습을 체험시켜 주고 싶어 경희대 탐방을 진행한 조도 있었다. 보쌈, 칼국수같이 대중적인 한식이지만 해외에선 접하기 어려운 한식을 점심 식사로 골랐다. 육회를 점심으로 선택한 조도 있었다. 일본에서는 2011년 소고기 육회를 먹다 식중독으로 5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육회를 먹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 ‘자연재해 및 인재에 대한 인식 차이’ 프로젝트를 공유하는 3조
서울을 걸으며 서로에 대한 질문은 그치지 않았다. “어린 세대보다 노년 세대의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높은 것이 사실인가요?”, “결혼하고 싶은가요?”, “오타니 좋아하시나요?” 등 현실적이면서도 재밌는 질문은 조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탐방을 마친 후 각 조는 카페에 모여 조별 프로젝트 토의를 진행했다. 누구는 일본어로, 누구는 영어로, 각자 대화할 수 있는 언어는 달랐다. 그러나 번역기를 쓰면서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은 한결같았다.
# 16:00~18:00 토론과 필드워크를 종합한 조별발표
탐방을 끝낸 4개의 조는 다시 네오르네상스관에 모였다. 강의실에 도착하자마자 쉴 틈도 없이 각 조는 발표를 준비했다. 칠판에 양국의 언어로 그동안 토론했던 내용을 정리하여 적었다. 웃으며 대화하던 모습은 없어지고 사뭇 진지하게 주제에 대한 내용을 써 내려갔다.
각 조는 4가지 주제에 대해 한국과 일본의 문화 비교를 통해 분석했다.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에 대해 느끼는 감정과 그에 대한 정책의 차이,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에 대한 인식 차이, 수도권 인구 과밀화에 의한 지방 인구 감소 등 주제에 대한 양국의 상황은 조금씩 달랐다. 그러나 그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쏟고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은 다르지 않았다.
법학부 휴먼라이츠학과 모리모토 마이코 교수는 “휴먼라이츠 학과는 개설된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신설 학과다”라며 “일본 최초로 이런 학과가 생길 정도로 세계 인권 문제가 심각하기에 해결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문자로만 법을 공부하면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며 “세계의 인권 문제를 피부로 직접 경험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전했다. 또한 “일본의 젊은 세대는 K-컬처를 통해 한국의 문화에 친근감을 가지고 있다”며 “친근감은 있으나 한국 사회의 문제나 과거 식민지 역사가 가져온 결과들을 너무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DMZ나 서대문 형무소 방문 등의 활동으로 역사를 직접 보고 느끼고, 동 세대 대학생들과 대화하며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경희대학교 자연사 박물관을 탐방하는 학생들
이번 워크숍에 참여한 일본 학생들은 학교의 지원 없이 전부 사비로 한국에 방문한 학생들이었다. 그만큼 한국의 문화에 관심이 있었고 또 인권에 관심이 있었다. 아베 하루카(휴먼라이츠학과 3학년)는 “역사적인 문제에 의해 반일 감정을 가지고 있는 학생이 있을 수도 있어 처음엔 불안했지만 실제로 만나서 활동하니 걱정은 사라지고, 경희대학교 학생과의 만남이 가장 즐거웠다”고 전했다.
김미영(Hospitality경영 2024)씨는 “세계와 시민 수업을 수강한 후에 사회문제에 대한 정책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생겼다”며 “한일 양국이 모두 지니고 있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학생들의 견해를 들으며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또한 “다양한 가치관과 경험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전했다. 이어 “외국 학생들과 교류하며 소통하는 방법을 배웠다”며 “추후에 일본에 교환학생을 가겠다는 목표가 생겼다”고 전했다.
양국의 학생들은 사전에 발표를 준비하지 않았다. 그저 토론 주제만을 간단히 생각했을 뿐이었다. 밥을 먹고 서울을 탐방하는 4시간의 짧은 시간 동안 주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발표를 준비한 학생들의 모습은 언어의 장벽이 없는 하나의 대학생으로 보였다.
문화는 사뭇 달랐고, 워크숍을 통해 얻은 바는 각자 다르겠지만 결국 해결해야 할 문제는 같다. 양국에 얽힌 복잡한 역사의 해결과 앞으로 인류가 당면한 여러 과제는 청년세대의 몫이다. 이번 워크숍이 학생들의 주기적인 교류의 통로가 되고, 한층 더 성장한 프로그램이었길 바라본다. 그렇게 됐을 때 회기역에서 헤어질 때 한 “도쿄에서 다시 만나요”라는 약속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올 것이다.
▲ 한·일 대학생 집중 워크숍 후 단체 사진
※ 기사 사진 모두 최고훈 기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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