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주요 대학이 전문 교육 지원 인원인 속기사를 고용해 장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학교는 장애 학생 학습도우미(학습도우미) 제도에 전적으로 의존해 장애 학생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속기사는 국가기술자격인 한글속기 자격증을 취득한 인력이다. 수업 내용을 실시간으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수업 내용을 기록하기 때문에 장애 학생이 가장 선호하는 서비스 중 하나다. 실제로 연세대, 고려대, 동국대, 중앙대, 서울대, 서강대, 한양대, 서울신학대학교 등은 속기사를 채용하고 있다.

▲ 장애 학생의 수업 자료를 대필하고 있는 학습도우미는 “어떤 학습 도우미가 배정되는가에 따라 자료 형식이 달라질 수 있고, 속기 역시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무이기에 언제까지나 학습도우미 학생들에게 그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학습도우미 제도 및 속기사 고용은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4조는 “장애 학생의 교육활동에 불이익이 없도록 교육책임자가 문자 통역, 속기 등의 수단을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4조는 “장애인 및 장애인 관련자가 필요로 하는 경우, 교육 보조 인력 배치”와 “시·청각 장애인 교육에 필요한 한국수어 통역, 문자 통역”을 교육책임자가 적극적으로 제공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학교에서 속기사 고용으로 장애 학생을 지원한 경우는 없었다. 장애 학생이 속기사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학습 도우미를 신청할 때 속기사를 함께 요청해야 한다. 요청을 한다고 바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관련 부서 및 전문가가 참석한 ‘특별지원위원회’ 개최를 통해 장애 학생이 제출한 자료를 검토한다. 이에 속기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시 비로소 속기사 채용이 이뤄진다. 즉 관련법 규정과 달리 교육책임자가 아닌 학생이 직접 위원회 개최를 요청해야 하고 개인 사정 및 중증도 심의가 필요하다.
장애학생 학습도우미만으로는
온전한 학습권 보장에 한계 있어
학습도우미는 한 학기 내내 배정받은 과목의 자료를 작성하고 장애 학생에게 제공해야 하지만 속기 및 장애 학생 인식에 대한 훈련 및 교육은 한 시간 남짓이다. 학습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는 이예령(사학 2023) 씨는 “최선을 다해 장애 학생의 수업을 돕고 있지만 한 시간 남짓의 교육으로 속기나 장애 학생에 대한 이해를 모두 갖추기는 어려울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장애 학생 역시 학습도우미만으로는 현실적 한계가 있음을 토로했다. 전수빈(사회학 2022) 씨는 “홍보가 부족해 학습도우미가 구해지지 않을 때도 있고 실제로 두 과목의 도우미를 못 구한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씨는 “학습도우미로 지원하는 학생에게 큰 고마움을 느끼지만 훈련을 제대로 받은 속기사가 적는 내용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실시간으로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만 요약해서 전달받게 되면 혼자 책을 읽은 것과 큰 다름이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장애 학생인 한채정(행정학 2019) 씨는 학습도우미 제도와 전문 속기사 고용에 “학습도우미가 매 학기 충분히 구해지는 것은 아니기에 학습도우미가 부족할 때 속기사가 투입되는 방법도 있고, 전공 지식이 필요한 과목에는 동일한 전공을 배우는 학습도우미가 투입되는 방법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 씨는 “한 예로 성균관대학교의 경우 전문 속기사, 대필 도우미 학생, 장애 학생이 수업에 맞춰 필기를 정확하게 했는지 확인해 주는 필기 인력이 따로 있어 장애 학생 당사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지원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사자 관점에서
최선의 지원책 검토돼야
장애학생지원센터 측은 “아직 정식으로 속기사 신청서가 접수된 바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속기사 고용을 원하는 장애 학생의 요청은 꾸준히 있었고, 학생의 요청은 장애학생지원센터로부터 반려의 답변을 들었다. 청각 장애 학생 A 씨는 속기사 지원을 요청했으나 “재정문제가 있고, 속기사가 필요해 보이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경증 청각 장애가 있는 장애 학생 B 씨 역시 지난해부터 장애학생지원센터 측에 전문 속기사를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변은 “성사되지 않을 것 같다”는 반려 의사였다. 장애학생지원센터 측은 “속기사 수요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행정업무 등의 부분에서 문제가 있을 것 같아 속기사 고용은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었다.

▲ 장애 학생의 수업 자료를 대필하고 있는 학습도우미는 “어떤 학습 도우미가 배정되는가에 따라 자료 형식이 달라질 수 있고, 속기 역시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무이기에 언제까지나 학습도우미 학생들에게 그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또한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속기사를 고용하는 임금이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 명의 속기사가 몇 명의 학생을 담당할 수 있는지 등과 같이 고용 형태 부분도 정립돼 있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학습 도우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학습 자료와 속기사로부터 얻을 수 있는 자료가 상이하다면 당연히 속기사를 통해 학습권을 보장해 줘야 할 것”이라며 전문 인력 고용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B 씨는 속기사 신청에 요구되는 심사 절차 자체에도 미심쩍음을 드러냈다. “특별지원위원회 심의를 거친다는 절차는 속기사 고용이 꼭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확실한 속기사 지원이 보장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어 “명확한 신청 절차에 대해 안내된 바가 없고, 타 대학이 일반적으로 실시하는 지원 제도인데도 신청이 없었다는 이유로 검토를 미뤄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또한 장애 정도가 경증일 시에는 중증 장애만 지원하는 원칙에 근거해 사유서를 따로 제출해야 한다. B 씨는 이 또한 “장애 학생 개인마다 정도는 세세하게 다를 수 있고 개인의 필요도 다양하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행정업무의 편리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서울특별시와 함께 장애 인식 개선 동아리 지원 사업을 운영 중인 조석준 사회복지사는 “전문 지식을 보유한 속기사 고용을 통해 장애 학생의 실질적인 강의 참여 환경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결국 대학에서 취해야 하는 학습권 보장의 방향은 수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기 때문에 장애 학생 당사자가 가장 원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김동희 기자 kdh0626@khu.ac.kr
한진석 기자 1_jinseok@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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