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양] 우연을 삭제한 시대, 당신의 세렌디피티 지표는 몇 점입니까? | [별점 5점, 우리는 무엇을 믿고 있는가]
요즘 밥을 먹거나 물건을 살 때, 무조건 별점과 후기만 믿고 결정하지는 않으셨나요? 실패를 피하려고 알고리즘이 주는 선택지만 고르다 보면, 우연히 내 취향을 발견하는 즐거움은 영영 놓치게 될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우리가 본 리뷰들이 사실은 알고리즘 맞춤형 글일 수도 있죠. AI가 정해준 안전하고 뻔한 정답에서 잠시 벗어나, 가끔은 기분 좋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진짜 '나'만의 취향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기획 신희재 | tlsgmlwo58@khu.ac.kr 편집 신희재 / 진행 이소정 / 출연 이소정 박상근 교수님 / 구성 VOU 도움 주신 분들 홍성철 교수님 김지원 교수님 [영상 전문] "오늘 뭐 먹지?"라는 고민의 시간은 이제 1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배달 앱을 켜고, 검색 필터를 설정하고, 상위 매장 중 하나를 고르는 데 걸리는 시간. 그것이 우리가 하루 중 들이는 '선택'의 전부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스스로 선택하지 않죠. ‘5.0’이라는 숫자가 대신 결정하고, 몇백 개의 리뷰가 대신 증명해 줍니다. 누군가는 이것을 '효율'이라 부릅니다. 실패하지 않는 선택, 후회하지 않는 소비. 그렇다면 이 안전한 선택들 끝에서 당신의 취향은 안녕하십니까?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취향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들여다보는 화면은 놀라울 만큼 닮아 있죠.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추천 목록을 나란히 놓아보면, 서로 다른 사람이라는 게 무색할 만큼 겹치는 부분이 자주 보입니다. 우리는 각자 자기만의 고유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알고리즘의 눈에는 우리 모두가 '비슷한 취향을 가진 하나의 집단'일 뿐이죠. 추천 시스템은 우리의 클릭과 체류 시간을 빠짐없이 기록합니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만족한 선택지를 우리에게 다시 돌려주죠.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알고리즘이 정교해질수록 추천의 폭은 오히려 점점 좁아집니다. 알고리즘의 목표는 단 하나, '틀리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언제나 '새로운 도전'이 아니라 '안전한 익숙함'을 정답으로 내놓죠. [박상근 교수님 / 경희대 소프트웨어융합학과] "간단하게 기본적인 추천 알고리즘으로는 '협업 필터링'이라는 알고리즘이 있어요. 내가 어떤 물건을 사야 될 때, 내가 산 적이 없어. '근데 이 사람이 물건 이것들 중에 어떤 물건을 살까?'를 예측하려면 '이 사람이랑 가장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 어떤 물건을 샀는가'를 보면 됩니다." 우리는 늘 두 갈래 길 앞에 서게 됩니다. 새로운 것을 탐색할 것인가, 이미 검증된 것을 활용할 것인가. 이것을 '탐색-활용 딜레마'라고 부릅니다. 상위 랭킹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것인가? 아니면 골목 끝에 새로 생긴 낯선 찻집에 들어갈 것인가? 우리의 손가락은 늘 실패 없는 '활용'만을 향하지만, 그 대가로 ‘낯선 즐거움’이라는 선택지는 조용히 사라지게 되죠. 홍성철 교수(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는 "이미 SNS를 통해 별점 높은 상점 중심으로 대기 줄이 형성되면서, 길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발견하는 맛집은 점차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며, "이는 개인의 취향과 다양성을 지우는 미디어의 부작용"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중요한 개념을 마주하게 됩니다. 바로 '세렌디피티 지표(Serendipity Metric)'입니다. 추천시스템이 사용자가 기대하지 못했던 뜻밖의 아이템을 추천하고, 그 아이템이 사용자에게 얼마나 높은 만족을 주었는지 측정하는 지표이죠. 단순히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우연히 발견했는데, 정말 좋았다'는 그 감정을 수치화한 겁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날 우리의 세렌디피티 지표는 점점 0을 향해가고 있습니다. 플랫폼들은 사용자의 이탈을 막기 위해 철저하게 안전하고 검증된 콘텐츠만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우리가 결정을 내릴 때, 판단의 근거로 내세우는 그 수많은 별점과 리뷰는 과연 믿을 만할까요? 우리가 '순수한 타인의 후기'라고 믿는 글들 중 상당수는 사실 철저한 계산과 매뉴얼에 따라 생산된 '알고리즘 맞춤형 콘텐츠'입니다. 마케팅 대행사와 자영업자들 사이의 가이드라인을 보면, 어떤 키워드를 몇 번 반복해야 하는지, 글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정교한 공식으로 짜여 있습니다. 알고리즘은 돈이 되는 안전한 콘텐츠를 상위에 띄우고, 자본은 그 알고리즘의 기준에 맞춘 리뷰를 찍어냅니다. 이러한 순환 속에서, 우리의 세렌디피티 지표는 조용히 바닥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단국대 김지원 교수(단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는 "오늘날의 리뷰는 소비자, 플랫폼, 판매자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만들어진 하나의 정보 생태계"라고 말했습니다. [박상근 교수님 / 경희대 소프트웨어융합학과] "어떤 서비스든 추천 시스템이 지금 굉장히 많이 들어와 있는데, 너무 추천 시스템이 추천해주는 것에만 매몰되면 본인의 정체성을 잃게 될 겁니다. 그런 작은 부분부터 내 주도권을, 내 선택에 대한 주도권을 가져가는 연습을 해놔야 AI 시대에 AI 인재로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우리는 흔히 실패하지 않는 것을 성공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다른 순간, 예상 밖의 만남. 그 모든 시행착오 속에서, AI는 대신해 줄 수 없는 진정한 나만의 것을 발견할 수 있죠. 오늘 당신은 무엇을 믿고 선택하셨습니까. 그리고 당신의 세렌디피티 지표는 지금 몇 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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