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양] 올해는 '노막'의 시대, 노천극장에서도 막걸리는 흐른다
다가오는 벚꽃 개화 시기, 분홍빛으로 물든 사색의 광장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문화가 올해는 노천극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올해만큼은 ‘노막’의 시대라지만, 가슴 한쪽에는 ‘사막’이 선연하게 남아있다.
‘사막’은 사색의 광장과 막걸리가 합쳐진 단어로, 사색의 광장에 둘러앉아 막걸리를 마시는 문화를 뜻한다. 잔을 나누며 봄날의 정취를 만끽하는 것은 오늘날 새내기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 했다.
| 날씨 좋은 날에는 막걸리
‘사막’은 기록물로서 존재하는 자료가 없어 그 유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힘들다. 경희기록관 측은 “정리한 자료나 콘텐츠가 없다”고 밝혔다. ‘사막’이라는 단어도 언제부터 쓰였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졸업생들의 기억 속에서 그 시절 ‘사막’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다. 자연과학대 91학번 김 씨는 “날씨 좋은 날이면 수업을 빼먹고 도서관 앞 광장에서 술잔을 기울였다”며, “짜장면에 막걸리를 자주 곁들였다”고 회고했다. 02학번 이씨는 “판을 벌려 고기를 구워 먹기도 했다”면서 “그 자리에 막걸리가 빠질 수 없었다”고 말했다.
막걸리는 당시 대학가에서 가장 대중적인 술이었다. 사색의 광장이 정식 개방된 1995년 무렵만 해도, 소주나 맥주보다는 막걸리가 더 익숙했다. 가격이 저렴한 데다 양도 넉넉했으며, 특히 봄처럼 따뜻한 계절에는 산뜻한 맛이 살아나 주변 분위기와도 잘 어울렸다.
그 시절 ‘사막’은 마땅한 놀거리가 부족했던 캠퍼스에서 자연스레 형성된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고기를 굽던 불판은 배달음식으로 바뀌었지만,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잔을 나누는 모습은 옛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는 아쉽게도 ‘사막’을 즐길 수 없다. 매년 이맘때 발 디딜 틈조차 없던 사색의 광장은, 타일 공사로 분진만이 가득하다. 학생들은 아쉬움을 달래며 노천극장에서 ‘노막’을 즐긴다. 경희랜드 행사도 사색의 광장을 대신해 노천극장에서 열린다. 학생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사막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어 좋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공간이 협소하고 사막보다 분위기가 덜하다”는 아쉬움도 이어졌다.
장소는 달라졌지만, 벚꽃 아래서 막걸리를 나누는 그 마음만큼은 여전히 캠퍼스를 흐르고 있다. 사색의 광장 타일 공사는 오는 5월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중간고사가 끝날 즈음, 날씨 좋은 날에 소중한 사람과 피크닉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심명준 기자 | shim030129@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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