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비가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서울캠 후문 근처에서 2년째 거주하고 있는 조상연(자율전공학 2025) 씨는 매달 납부하는 8만 원의 관리비의 구체적인 사용 내역을 알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조 씨는 “월세만으로도 지출이 큰데 별도로 내야 하는 관리비도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증가하는 ‘제2의 월세’ 관리비
정작 산정 기준은 몰라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근 보증금 1,000만 원 전용면적 33㎡ 이하 원룸의 평균 월세는 지난해 동기간 대비 7.7%, 관리비는 10.9% 상승했다.
우리학교 서울캠의 경우 지난해 63.4만 원이었던 평균 월세는 올해 64만 원으로 0.9%, 관리비는 8만 원에서 8.2만 원으로 2.5% 증가했다. 월세와 비교해 관리비의 상승 폭이 더 큰 셈이다. 브라운홈즈공인중개사사무소 오인혁 대표 공인중개사는 “최근 학교 주변 원룸의 관리비는 평균 월 10만 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며 “임대인마다 다르겠지만 관리비는 주변 시세에 맞춰 정하는 경우가 8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국제캠 인근에서도 원룸 관리비 부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신문이 지난 2일 ‘다방’에 등록된 국제캠 인근 원룸 매물을 조사한 결과, 관리비가 기재된 118개 매물의 월평균 관리비는 약 6.31만 원이었다. 망고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 최희원 대표 공인중개사는 “국제캠 근처 원룸 평균 관리비는 약 5만 원 정도”라며 “엘리베이터 같은 전기 시설이 있는 곳은 공용 관리비로 10만원까지 오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학생들이 매달 적지 않은 관리비를 납부하면서도 산정 기준이나 구체적인 사용 내역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박호연(응용영어통번역학 2024) 씨는 “매달 11만 원의 관리비를 낸다”며 “임대인에게는 건물을 관리하는 비용이라는 설명만 들었을 뿐 정확한 내역은 안내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매달 관리비로 9만원을 납부하고 있는 장예성(스페인어학 2023) 씨는 “관리비에 당연히 냉·난방 비용이 포함될 줄 알았는데 별도였다”며 “학생 입장에서 관리비에 냉·난방비까지 따로 내면 꽤 큰 돈이기 때문에 부담으로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대학생들이 매달 적지 않은 관리비를 납부하면서도 산정 기준이나 구체적인 사용 내역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진=김가빈 기자)
사각지대에 놓인 대학가 원룸
관리비 규제 없는 ‘깜깜이 관리비’
대학가 원룸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다가구주택은 건축법상 단독주택에 해당해 ‘공동주택관리법’과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집합건물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에 따라 공동주택과 달리 관리비 산정 방식과 사용 내역을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동주택관리법 제14조에 따르면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관리비는 의결 사항이다. 제93조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은 관리비 사용 내용에 대한 자료 제출이나 명령을 통해 공동주택의 관리에 관한 감독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집합건물법 제25조는 관리인에게 관리비의 청구·수령·관리 행위를 담당할 권한과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주택세입자 법률지원센터 ‘세입자114’의 운영위원 김희성 변호사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과는 달리 대학가 원룸이 적용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관리비에 관한 규정이 없어 임대인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며 “대학가 원룸은 임대인이 관리비의 청구와 집행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 이를 관리·감독·통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유예원(문화엔터테인먼트학 2024) 씨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건물은 오래돼 관리비 역할을 크게 체감하지 못했다”며 “기존에는 관리비에 인터넷 비용도 포함됐는데 이번 달부터 갑작스럽게 인터넷을 따로 설치해야 한다고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결국 대학가 원룸은 임대인과 임차인의 계약에 따라 관리비가 책정되는데, 단기 계약과 임대인의 우월적 지위 등으로 임차인의 협상력이 약하다”며 “이 때문에 임대인의 일방적인 관리비 책정이나 관리비 사용 내역의 불투명성 등의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관행 되어 버린 깜깜이 관리비
투명성 확보를 위한 방안은
관리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임차인이 계약 과정에서 관리비의 기준 및 내역을 적극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김 변호사는“개업공인중개사가 주택 임대차를 중개할 때 관리비 금액과 그 산출내역을 확인·설명하도록 의무화돼 있다”며 “임차인은 계약 체결 후 관리비 내역을 보고 실제 관리비로 징수된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확인이 현장에서 원활하게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오 공인중개사는 “관리비는 임대인이 산정하는 부분이다 보니 어떠한 이유로 해당 금액의 관리비를 산정한 것인지 중개사 입장에서는 임대인에게 세부 산정 방식을 문의하기 애매한 부분들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리비의 세부 항목이나 근거를 꼼꼼히 따지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장 씨는 “처음 월세 계약서를 작성할 때 관리비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관행으로 받아들였다”며 “매달 관리비를 낼 때 세부 명세서나 영수증은 따로 확인하지 않고 납부하라고 하면 낸다”고 말했다. 김재훈(경영학 2021) 씨 역시 “관리비는 산정 기준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월세와 함께 총액만 송금한다”며 “관리비 세부 내역에 대해서 임대인에게 따로 물어본 적은 없다”고 전했다.
한편 김 변호사는 임대차 법제 안에서 해결 방안을 모색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존재하는 ‘관리비 내역 제공 요청권’을 주택임대차보호법에도 마련한다면 세대수와 관계없이 임차인에게 관리비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 문제점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관리비 내역을 볼 수 있는 권리일 뿐이기 때문에, 공동주택관리법에는 정기적 공개의무, 감사, 자자체 감독 등이 있는 점을 고려해 관리비 내역 제공 요청권에 더해 관리비에 대한 검증, 지자체의 감독 등 추가적인 보완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가빈 기자 woo289504@khu.ac.kr
조천호 기자 cjsgh1026@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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