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한 문학을 연구해온 오태호(문학) 교수는 지난 15일 『경계를 넘는 상상력』을 출간했다.(사진 = 김민영 기자)
지난달 15일 남북한 문학을 하나의 비평 공간에 올려놓은 『경계를 넘는 상상력』이 출간됐다. 국문학자이자 20여 년간 남북한 문학을 연구해 온 오태호(문학)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분단의 경계를 넘어 평화로 나아갈 길을 묻는다.
오 교수는 앞서 『문학으로 읽는 북한』과 『한반도의 평화문학을 상상하다』를 통해 북한문학을 깊이 있게 연구해왔다. 앞선 두 책이 학술 논문을 모은 중량감 있는 연구서라면, 『경계를 넘는 상상력』은 남북한 문학 개별 작품에 대한 서평을 중심으로 보기 쉽게 구성한 대중 비평집이다. 오 교수가 2017년부터 격월간지 『민족화해』에 연재한 글을 비롯해 총 26편의 서평을 엮었다. 오 교수는 “남북의 교류가 막혀 있더라도 문학 안에서만큼은 분단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자는 의도에서 책을 집필했다”고 밝혔다.
책은 총 3부로 나뉜다. 1부에서는 12편의 남한 문학 작품을 통해 분단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살폈다. 김훈의 「명태와 고래」는 분단 시대를 살아간 월남민 어부의 삶을 그리며, 김연수의 『밤은 노래한다』와 노희준의 『킬러리스트』는 1930년대 항일운동의 기억을 불러냈다.
한반도의 미래를 상상한 작품도 눈에 띈다. 이응준의 『국가의 사생활』과 장강명의 『우리의 소원은 전쟁』, 박초이의 「강제퇴거명령서-2039년 평성」등은 북한 체제의 붕괴나 통일 뒤에 이어지는 혼란을 그려냈다.
2부는 북한 문학 10편을 통해 사회주의 체제 안에서 살아가는 주민의 일상과 욕망을 읽어냈다. 백남룡의 『벗』에서는 이혼 위기에 놓인 부부의 삶을, 렴예성의 「사랑하노라」와 곽금철의 「선보는 날」에서는 연애와 결혼을 둘러싼 개인의 감정을 살폈다. 아울러 지도자를 인민을 보살피고 사회 발전을 이끄는 존재로 그리는 ‘수령형상문학’ 또한 2부에서 다룬다. 김하늘의 「들꽃의 서정」과 주설웅의 「소나무」등을 통해, 지도자의 인민 사랑과 함께 세계적 수준의 기술과 상품을 개발하려는 욕망이 현재 문학 작품 속 어떻게 투영되어 있는지 분석했다.
3부는 남북한 문학을 직접 비교하고 한반도 밖으로 논의를 확장했다. 1장에선 남북한 작품에 공통적으로 나타난 사랑과 뿌리, 혈연의 의미를 비교했다. 2장에선 반디의 『고발』을 통해 북한 사회의 억압적 현실을 살피고, 요나스 요나손의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과 이민진의 『파친코』를 통해서는 제3국 등 외부의 시선으로 북핵 문제와 한반도의 이주 역사를 바라봤다.
『경계를 넘는 상상력』은 주로 2000년대 이후의 작품을 다루며, 특히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2010년대 이후 남북한 문학에 주목했다. 이는 동시대 주민의 삶을 살피고 오늘날 한반도의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한국전쟁과 항일무장투쟁 등 역사적 기억들이 오늘날 남북한 사람들의 삶과 인식에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도 짚어냈다.
오 교수는 문학을 “금기와 위반이 가능한 장르”라고 설명했다. 문학은 반어와 풍자, 역설을 통해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수많은 가능성을 질문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문학의 특성은 책을 관통하는 ‘다원주의적 상상력’과 맞닿아 있다. 이는 어느 한쪽의 이념이나 체제를 강요하는 데서 벗어나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다양한 공존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태도다.
오 교수는 “여러 종류의 나무와 풀이 어우러져야 생태계가 안정되듯, 한반도의 미래 역시 하나의 답으로만 구성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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