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회기동과 이문동에서 임대 사업자 이 씨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우리신문이 파악한 경희대 피해 학생 사례만 10건에 이른다.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중 한 피해자는 보증금 7,000만 원 중 5,000만 원을 대출로 마련했지만 1년 7개월째 돈을 돌려받지 못하여 대출을 연장하고 매달 이자를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에는 법원에서 보증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확정 판결까지 나왔지만 여전히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 한 상황이다.
우리신문은 지난 2024년에도 회기동과 이문동 일대에서 발생한 임대인 김 씨 일가의 보증금 미반환 사건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한 공인중개사가 “터질 사람이 또 있다”고 했던 경고는 2년 뒤 현실이 됐다. 같은 동네에서 다른 임대인을 상대로 같은 문제가 반복된 것이다.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에게 자취는 선택이 아니다. 서울캠 인근 원룸 평균 월세는 60만 원을 웃돌고, 보증금까지 마련해야 하는 학생에게 주거비는 결코 가벼운 부담이 아니다. 그렇게 어렵게 구한 방에서 계약이 끝난 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면 학생에게 남는 것은 빚과 불안일 것이다.
반복되는 보증금 미반환 피해를 단순히 세입자 부주의로 돌리기도 어렵다. 우리신문이 만난 피해자 B씨와 C씨는 계약 당시 신탁등기 사실을 안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신탁등기는 일반 학생이 계약 과정에서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소유권과 임대차계약의 관계, 수탁자와 수익자의 권리, 특약의 의미까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사의 확인·설명 의무는 2024년 7월 강화됐지만, 핵심적인 권리관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제도가 실제 계약 현장에서 작동하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학생에게 “등기부등본을 확인하고 조심하라”고만 말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현행 전세사기피해자법의 지원을 받는 것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해 피해자로 인정받은 경우에만 가능하다. 임대인이 처음부터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의도가 있었는지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 임차인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더라도 특별법의 보호 밖에 놓인다. 우리학교 피해자들도 이와 같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임대인에게 반환을 독촉하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특별법을 개정하고 중개사의 의무를 강화하는 등 사후 구제와 예방책을 마련해온 것은 분명한 진전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제도가 마련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보증금이 임대인의 자금 사정에 묶이지 않도록 하는 근본적인 예방책과 함께 피해자가 제도의 보호망에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보증금 반환을 개인 간의 신뢰와 분쟁 해결 능력에 맡겨두는 한, ‘터질 사람이 또 있다’는 경고는 언제든 또 다른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개별적으로 운용하다 반환하지 못하는 상황 자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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