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어권 MZ세대 사이에서 ‘슈렉킹(Shrekking)’이라는 새로운 연애 트렌드가 화두에 올랐다. 외모가 덜 매력적인 사람과 의도적으로 연애하며, 상대방이 외모 콤플렉스를 보상하기 위해 더 잘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이러한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는 ‘슈렉 당했다(Getting Shrekked)’는 비아냥거리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이 용어는 2001년 개봉한 영화 '슈렉(Shrekk)'에서 착안됐다. 영화 속 투박한 얼굴의 슈렉이 피오나 공주와 사랑에 빠져 외모로 인한 역경을 견디고 헌신하며 사랑을 쟁취한다. 심리학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외모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과 감정적 기대치가 충돌하면서 나타나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 겉모습에 대한 피로도가 쌓이며 내면과 외면의 가치 판단 충돌 과정에서 ‘슈렉킹’ 현상이 탄생한 것이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 '외모는 능력이다'라는 말이 있듯, 외모를 가꾸는 행위 자체는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하지만 외면의 가치가 내면의 가치까지 침범하게 두어선 안 될 일이다.
최근 국내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겉모습에 실망하고 스스로를 폄하하는 현상도 보인다. 대학경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 10개권 대학생의 93%가 ‘외모가 성공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며, 47%는 ‘자신의 외모가 인생 성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씁쓸한 현실이다.
국내에 성행하고 있는 사전 면접을 거쳐 외모기준을 통과해야 입장 가능한 주점이나, 외모가 매력적인 젊은 남녀가 등장하는 ‘솔로지옥’, ‘나는 솔로’ 같은 연애 프로그램의 흥행은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외모지상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회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스스로를 슈렉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외모지상주의를 더욱 키우는 건 남이 아니라 내면 깊숙이 꽁꽁 숨어 있는 우리 자신일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슈렉 당하지 않는 마땅한 묘수란 없다. 다만 스스로가 슈렉임을 인정하는 것에서 작은 변화는 시작될 수 있다. 슈렉이어도 괜찮다. 슈렉에게도 피오나 공주가 있지 않았나.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1
- 2
- 3
- 4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