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입대를 앞둔 친구와 대화를 나눈 일이 있다. “자격증을 여럿 준비해 겨우 공군에 붙었다”며 기뻐하던 친구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이미 전역을 한 나로서는, 군대가 ‘합격’의 대상이 돼 버린 것이 꽤 충격이었다. 3년 전만 하더라도, 자격증 하나 없이도 무난하게 공군 입대가 가능했다.
병무청에 따르면 공군 입영 경쟁률은 2023년 2.9:1에서 2024년 5.0:1로 급격히 올랐다. 특히 3월 경쟁률은 10.7:1을 기록했다. 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관련 스펙이 기본이라고 한다. 공군을 준비하던 한 지인은 “가산점을 받으려면 헌혈과 정보기술자격증은 필수”라고 말했다. 믿기 힘들겠지만, 경쟁력 있는 스펙을 위해 그는 지게차 학원 등록까지 알아봤다고 한다. 월 150만 원에 공군 입대를 ‘컨설팅’하는 업체도 등장했다고 한다. 대입 경쟁을 방불케 하는 군대 ‘입시’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특정 군별의 인기로 경쟁이 치열한 현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십여 년 전에는 해병대 지원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공군 열풍은 해병대와는 좀 다르다. 공군의 인기가 지원자의 경쟁 과열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에선 대입·취업 경쟁이 날로 극심해지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 뉴스에는 ‘6세 의대반’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공군 열풍’으로 인한 경쟁 과열 현상을 보면 기시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군입대까지 번진 경쟁 과열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군대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주제다. 군 생활은 많은 공인과 유명인의 가장 기본적인 평가 기준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젠 입대부터 스펙이 성공을 좌우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현상이 군 생활의 영역까지 스며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사회의 경쟁 과열 구도를 더욱 고착시키게 할지도 모른다.
공군이 인기 있는 이유는 타군별보다 나은 복무 여건, 많은 휴가일 수 등이라고 한다. 반대로 말하면 군별마다 생활 여건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육·해·공 구별 없이 모든 군인이 같은 수준의 환경에서 군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개선이 시급하다. 또 의무복무만큼은 스펙보다 모두에게 기회를 주는 선발 방식이 바람직하다. 군대마저 서열화, 입시화되는 사회는 피하고 싶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1
- 2
- 3
- 4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