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의대생 전원이 복귀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의과대학 총장협의회(의총협)는 17일 유급된 의대생들의 2학기 복귀 방안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핵심은 유급 조치는 유지하되, 2학기부터 곧바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사 운영 체계를 ‘학년제’에서 ‘학기제’로 전환하고, 본과 4학년 학생 중 실습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국가시험을 추가 시행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하기로 했다.
표면적으로는 교육 공백 최소화와 학업 지속 보장을 위한 조치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학사 규정을 형식적으로만 유지한 채 사실상 예외를 허용하는 이번 결정은 ‘특혜’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정부는 불과 얼마 전까지 “학사 유연화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그 약속은 이제 공허한 선언으로 전락했다.
우리학교도 1, 2학년은 대부분 온라인 강의 형태로 복귀했지만, 실습 중심의 3, 4학년 과정은 여전히 복귀가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특히 본과 4학년은 국가시험 응시 자격과 실습 이수 여부가 밀접히 연관돼 있어 우려가 크다.
유급은 교육과정 미이수에 따른 정당한 학사 제재다. 그러나 유급된 학생의 2학기 복귀가 허용된다면 유급의 실질적 의미는 사라지고 만다. 더구나 국시를 추가 시행하는 방안은 기존 수험생들이 오랜 시간 준비해 온 시험 체계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 특정 집단을 위해 학칙을 변경하고, 국가시험 제도를 조정하는 전례는 고등교육 체계를 심각하게 왜곡시킬 수 있다.
언론과 시민사회도 이러한 문제를 강하게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왔던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에게 정부가 특혜를 부여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국민청원에 2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교육당국과 대학은 이러한 조치가 다른 전공생들과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의대생의 복귀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복귀가 어떠한 원칙과 절차에 따라 이뤄지느냐다. 납득 가능한 기준과 투명한 과정이 수반되지 않는 복귀는 ‘봐주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공정한 교육과 자격 검증은 신뢰 위에 성립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향후 집단적인 수업 거부나 정치적 요구로 학사 운영이 중단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교육부와 대학은 사전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수립해야 한다. 지금처럼 ‘버티기’가 학사 유연화를 이끌어내는 전례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당장 필요한 것은 신뢰 회복이다. 복귀한 학생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피해에 대해 최소한의 책임을 지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전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 사안이 특정 집단의 특권을 고착화하는 선례가 아니라, 고등교육의 원칙과 신뢰를 재정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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