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새로운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는 소식이 핫하다. 다만 내용은 씁쓸하다. 관광 상품이 성형외과와 대형 학원이 밀집한 곳을 돌아보는 것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서울이 이른바 ‘다크투어리즘’의 대상이 된 것이다.
다크투어리즘은 본래 역사적으로 비극적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방문해 그 속에 깃든 의미를 되새기고 기억하는 여행을 말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DMZ가 그 예다. 이런 장소들은 우리가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역사의 경고이자 기억과 성찰의 공간이다.
물론 서울의 성형외과나 학원가를 아우슈비츠나 DMZ와 동일한 의미의 다크투어리즘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장소가 현대 사회에 주는 의미와 그로 인해 우리가 성찰할 수 있는 점이 있기에, 다크투어리즘과 어느 정도 맥락이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가령 즐비한 성형외과와 대형 학원가는 한국 사회 고질병인 외모지상주의와 과잉 경쟁이 지배하는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처럼 한국 문화를 다룬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세계가 우리 문화를 주목하는 현상은 더 이상 놀랍지 않다. 다만 우리 문화가 더 건강한 문화로 주목받길 원한다면, 그 이면을 살펴보는 모습도 필요할 듯하다. K팝 산업이 공장식 아이돌 양산의 결과인 점을 무시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어느 날 외국인 유학생과 거리를 걷다가, 한 유학생이 “왜 밤 10시만 되면 교복 입은 사람들이 가득하냐”고 물었다. 내게 답은 간단했다. 10시에 학원이 공식적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외국인에겐 이해하기 어려운 듯했다. 한국의 사교육을 설명하며 오히려 내가 너무 익숙해져 있던 풍경이 다시금 낯설어졌다. 이런 낯섦이야말로, 우리가 우리 사회를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게 한다.
사람들은 서울 다크투어리즘을 두고 한국 현실을 과도히 왜곡해 외국인에게 소개했다고 지적한다. 물론 한국 사회의 민감한 문제를 외부에 드러내는 것이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현상이 왜 생기게 됐는지를 직시하는 것이 먼저 아닐까. 다크투어리즘은 불편함을 마주하는 여행이다. 하지만 그런 불편함은 때로 우리를 더 나은 인간, 더 성숙한 사회로 이끈다. 다크투어리즘 여행지는 성찰의 공간이지, 그 자체를 애써 외면할 공간은 아니다. 현대 사회 서울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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