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창간 70주년-나는 주간교수다⑥] ‘형식, 취재, 관계’, 학생기자에 필요한 세 가지 기본기, 대학언론의 신뢰 받기? “디테일을 소홀히 않는 것”
창간 70주년
나는 주간교수다⑥ - 남윤재(커뮤니케이션학·2020.05 ~ 주간)
# 창간 70주년을 맞아 대학주보는 역대 주간 교수들을 만나, 그들이 마주했던 시대와 학생기자들과의 기억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 마지막 순서로, 2020년 5월부터 신문방송국 국장을 맡아 어느덧 6년째 주간을 이어오고 있는 남윤재 교수를 만났다. 현장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본 그에게, 지금 대학주보가 서 있는 자리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물었다.
내용 이전에 ‘형식’ 지켜야
발로 뛰는 기자정신도 필요해
남윤재(커뮤니케이션학) 교수가 학생기자들에게 줄곧 강조해 온 것은 대단한 특종이나 대담한 논조보다도, 오히려 단어 하나, 숫자 하나, 문장 하나의 정확성이다. 실제로 조판 현장의 남 교수는 기사 하나하나의 문장과 인물 표기 등을 직접 검색하며 꼼꼼하게 확인하고, 캡션 한 줄에도 신중함을 요구하는 ‘디테일형’ 주간이다.
재학 OB인 이동건(대학주보 70기)은 “국장님이 단어 하나하나 사전 찾아보며 쓰라고 하셨던 게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마감 직전까지 사소한 오탈자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그 습관은, 학생기자들에게 기본기를 체득시키기 위한 신념에 가깝다. 남 교수는 수년간 조판에 참여하며 겪었던 오류 사례를 떠올리며 “사람 사진이 잘못 들어가거나 책 제목이 틀리는 사소한 실수가 기사 전체의 신뢰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민감하게 대응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 남 교수는 대학주보의 발행 주기인 ‘2주에 한 번’을 언급하며, “그 주기를 감안했을 때, 한정된 지면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이지수 기자)
학생기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로는 ‘앉아서 하는 취재’를 꼽았다. 에브리타임이나 커뮤니티에서 퍼진 갈등을 정리하는 식의 보도는, 사실상 이미 알려진 사실을 되풀이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남 교수는 “수만 명이 있는 경희대학교라는 공동체 안에는 매일같이 크고 작은 사건들이 벌어진다”며 “그 이야기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듣고 글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은 바로 학생기자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문화가 정착되면서, 이메일이나 간접적인 정보 수집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그는 “취재가 주도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숨겨진 이야기나 주목받을 만한 기사들을 만들 가능성도 줄어든다”며 “방법은 간단하다. 좀 더 발로 뛰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편집장이 각 기자들에게 취재처를 배분해, ‘밖’에서 기사를 몰고 들어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단순히 안에서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 이야기를 찾아오는 능력이야말로 진짜 ‘주목받는 기사’의 시작이라는 뜻이다.
남 교수는 2주마다 돌아오는 대학주보의 발행 주기를 언급하며, “그 주기를 감안했을 때, 한정된 지면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단신과 스트레이트 기사에 대해 “우리 신문은 단신 하나가 사진까지 포함해 반면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짧고 명료한 기사로 더 많은 학내 소식을 담는 편이 오히려 독자들의 주목도를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우리 신문은 호흡이 너무 길다”고 짚으며 “오프라인 신문은 12면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최대한 알차게 써야 한다”며 “지면이 너무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독자의 관심을 얻기 위한 길은 ‘더 짧고, 더 많이’ 담는 방식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한두 면의 기획기사를 제외한 기사는 신문의 체급에 맞게 호흡을 조절하고, 지면 활용도를 높이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자의 기본은
관계 맺음과 신뢰 형성
기자가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역량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남 교수는 망설임 없이 ‘사람들과의 관계 맺음’이라고 답했다. “기자라는 명함 하나만으로 누군가에게서 본심이나 사실, 그리고 그 너머의 숨겨진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그런 신뢰는 단시간에 만들어지지 않고, 시간이 걸리는 복잡한 과정 속에서 쌓여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좋은 기사’는 취재원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남 교수는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한다”며, “지금 이렇게 만나는 사람들이 훗날 기성 언론인이 되든, 또 다른 전문 분야에 종사하게 되든 결국은 모두 개인 자산이 된다”고 강조했다. 학생기자라는 위치는 단지 대학 언론의 역할을 넘어서, 관계의 폭을 넓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학생 기자들이 대학주보에서 경험하는 관계 맺음의 경험은 비단 ‘기자’를 꿈꾸는 이들에게만 유용한 것은 아니다. 남 교수는 “나를 도와주는 사람,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사회관계망이고, 그런 튼튼한 관계들이 쌓이면 그게 소셜 캐피털(사회 자본)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신뢰를 형성해 가는 그 일련의 경험들이 결국 더 좋은 기사를 만들고,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는 설명이다.
신문방송국 국장을 맡아온 지난 6년을 돌아보며, 남 교수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학생기자들의 이야기가 교내에서 들려올 때’를 꼽았다. 보직자들이 “이번 편집장은 참 당돌하더라”, “누가 직접 찾아와서 이런 질문을 하더라”고 건넨 말 한마디, 불편했지만 인상 깊었다는 반응들이 쌓일 때, 남 교수는 대학주보가 학교 안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신호를 느낀다고 했다. 그런 말들이 들려오면 “속으로는 잘했다고 생각하고, 오히려 뿌듯함을 느낀다”며 웃었다. 반면, 아무런 반응도 없이 조용한 상황은 주간으로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냥 예산만 쓰는 기관처럼 여겨질 수 있다”며, ‘불편함조차 없는 침묵’이야말로 대학 언론이 사라졌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짚었다.
남 교수의 바람은 학생기자들이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물음들이 누군가의 귀에 닿아 또 다른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 그렇게 이어지는 순환 속에서, 대학주보도 살아 숨 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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