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젠 못 버티겠어요. 주인한테 가게 내놓는다고 말해 놓은 상태예요.” 국제캠 정문건너편(정건) 뒷쪽 골목에서 ‘경돈가스’를 운영하는 최미정 사장은 깊은 한숨과 함께 말했다. 최근 들어 매출이 급감하면서 더 이상 가게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정건’, 국제캠 정문 맞은편을 가리키는 학생들의 용어다. 정건은 국제캠 학생이 찾는 주요 상권이다. 다양한 밥집과 술집, 카페 등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정건 상권은 싸늘하기만 하다. 곳곳에 ‘임대’ 현수막이 걸리고, 학생들이 부담 없는 가격으로 즐기던 식당도 하나둘 문을 닫고 있다.

▲ 국제캠 정문 맞은편 대로변의 2층 건물은 반년 넘게 공실이다. 학생들이 자주 찾던 ‘부대통령’과 ‘탐앤탐스’가 자리했던 건물이다. (사진=하시언 기자)
한때 학생 사이에서 인기 있던 음식점과 카페도 예외는 아니었다. ‘부대통령’과 ‘탐앤탐스’가 자리했던 대로변 2층 건물은 반년 넘게 공실이다. 부대통령은 저렴한 가격으로 학생들이 즐겨 찾던 밥집이었다. 정의진(환경조경디자인학 2020) 씨는 “부대통령은 저렴한 가격에 맛도 준수해 자주 찾았던 음식점”이라며 “학기 중 점심시간에 가면 항상 대기를 할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바로 옆 카페 탐앤탐스 역시 시험 기간마다 새벽까지 문을 열어 시험을 준비하려는 학생으로 붐비곤 했다. 그러나 두 곳 모두 문을 닫았다. 대로변 뒷골목 상황은 더 심각했다. 영일로6번길과 매영로 일대에는 ‘장기 휴업’ 안내문을 붙여놓은 가게들이 여럿 보였으며 임대 현수막이 붙은 음식점이 곳곳에 있었다. 특히 매영로 415번길은 50m 남짓한 거리에 연속해서 세 개의 상가가 공실 상태다.
이유진(중국어학 2024) 씨는 “점심시간에 영통역 근처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빠듯해 정건이나 마을에서 점심 식사를 해결하는데, 종종 밥을 먹던 곳이 하나둘씩 사라지니 이제는 어디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영통3동 상권활성화지수 10등급
평균영업기간↓ 평균폐업기간↑
정건의 행정 구역은 영통3동이다. 경기도 상권정책지원 사이트에 따르면 영통3동의 지난 6월 상권활성화지수는 10등급으로 가장 낮은 등급을 기록했다. 상권화활성화지수는 매출, 인프라, 인구, 금융 지수를 합산한 결과로, 해당 지역 상권의 침체 정도를 반영한다.
영통3동은 낮은 평균 영업 기간과 긴 폐업 기간을 기록하고 있다. 영통3동 음식점 평균 영업 기간은 3년으로, 경기도 평균인 3.2년보다 낮으며 전년 동기 대비 0.1년 감소했다. 평균 폐업기간 역시 60.4개월을 기록해 수원시 평균인 58.4개월보다 높았다. 이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폐업이 이뤄지고, 폐업 후에도 오랜 기간 공실로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
평균 매출 역시 감소 추세다. 상권정보 사이트 오픈업에 따르면 영통3동 매출은 전년 동월대비 약 19%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통3동의 평균 3개월 점포당 매출액은 약 5,300만 원으로, 경기도 점포당 매출액 8,200만 원에 비해 낮다. 또한, 전년 동기 5,600만 원 대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 때보다 심각”
폐업 예고도 속출
정건 상권인 덕영대로, 영일로6번길, 매영로 일대의 음식점 사장을 직접 만나 상황을 들어봤다. 국제캠 총학과 제휴를 맺은 식당, 학생이 즐겨 찾는 식당을 위주로 방문했다.
국제캠 총학과 12년째 제휴를 맺고 있는 ‘멕시모부리또’ 안미경 사장은 “특히 저녁 시간대에 사람이 없어 매출이 많이 줄었다”며 “코로나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한탄했다. 24시간 영업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한국순대’라고 불리는 ‘원조한국순대국 해장국’ 직원 역시 “예전에 비해 장사가 더 안돼 겨우 운영하는 상태”고 말했다. 이어 “장사가 잘되던 ‘부대통령’ 같은 식당도 문을 닫아 학생이 찾을 음식점이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로변에 위치해 많은 학생이 찾던 ‘수누리감자탕’ 또한 찾아갔다. 수누리감자탕마저 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해 3분의 1 정도 감소했다고 전했다. 수누리감자탕 조혜진 직원은 “지난 학기 기말고사 때부터 체감이 많이 됐고 지금쯤이면 학생이 개강을 맞아 다시 돌아올 때인데 아직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대로변 뒷골목 경돈가스는 2월 셋째 주에 폐업을 앞두고 있다. 경돈가스 최 사장은 “학생을 상대로 영업하는 것이라 질 좋은 음식을 제공하고 싶어 그동안 고급 원자재를 사용해 왔지만 원자재값은 계속해서 오르는데 학생을 생각하면 가격을 올리기도 어려워 남는 게 없다”며 코로나 때보다도 더 심각한 상황에 결국 폐업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최 사장은 “‘찜생찜사’ 같이 장사가 잘 되는 식당도 손님이 아예 없어 한동안 문을 닫았다”며 “장사가 안돼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줄어드는 매출로 폐업은 늘고, 들어오려는 식당은 감소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동산 거래 역시 부진한 상태다. 그 결과, 문을 닫는 공인중개소가 늘고 있다. 경기부동산 포털에 따르면 올해 1월 영통구 부동산 매매 거래량은 251건으로, 전년 동월 387건 대비 100건 이상 급감했다. 전·월세 거래량 역시 올해 1월 1,423건으로, 전년 동월 2,434건 대비 약 1,000건 감소했다.
부동산중개소 역시 폐업 위기
거래량 1000건 감소해
정건 상가에서 신한부동산을 운영 중인 한추란 공인중개사는 “십 년 이상 운영하던 부동산을 그만두는 공인중개사도 엄청 많다”며 “월세를 못 내니 그만둘 수밖에 없어 피가 마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럭키부동산 박영철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거래량 역시 현저히 줄었다”며 “학교 앞 상권이 죽는 핵심 요인은 배달업도 한몫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로또부동산 이영진 공인중개사는 코로나 이후 달라진 대학 문화 영향에 대해 언급했다. 이 공인중개사는 “예전에는 대그룹이 모여 회식이나 각종 행사를 활발하게 했다면 코로나 이후로는 주로 소규모로 모이고 전처럼 술도 많이 마시지 않는 것 같다”며 “그러다 보니 학교 앞 장사가 점점 힘들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방학 동안의 매출 감소 폭이 큰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공인중개사는 “이쪽 가게의 주 고객층은 학생이라 방학 때는 매출이 확 줄어든다”며 “개인적 생각으로 다른 일반 사람도 많이 방문하도록 가격을 저렴하게 하면 좋겠지만, 비싼 임대료 때문에 그럴 수도 없어 악순환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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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캠 정문 맞은편 상권 지도, 빨간색으로 표시한 곳이 현재 공실이다.
공동 마케팅 펀드
학교 연계 마케팅
해결책 될 수도 있어
전문가들은 영통 상권 침체 원인으로 인근 상권 이용률 분산, 거주 인구 감소 등을 언급했다.
단국대 도시사회·부동산학부 유정석 교수는 “영통 청명 일대 상업시설이나 온라인 배달 서비스 확장으로 캠퍼스 인근 상권의 이용률이 분산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학가 특유의 ‘안정적 수익’ 기대감 역시 한몫한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안정적 수익 기대감으로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높게 책정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실제 학생 수요는 제한적이라 공급 대비 수요가 부족해져 폐업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신인철 교수는 거주 인구 감소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신 교수는 “국제캠 특성상 통학하는 학생으로 인해 캠퍼스 인근 거주 인구 감소가 1차적 원인일 것”이라며 “두 번째로는 기존 상권이 학생 수요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상권 활성화 방안으로 학교와 연계한 전략적 마케팅을 강조했다. 유 교수는 “대학 행사로 테마 거리 조성이나 공동 프로모션을 기획할 수 있다”며 “창업·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과 연계해 학생이 지역 상권에 직접 창업할 수 있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마련하면, 자연스러운 수요 창출과 서비스 모델의 유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동 마케팅 펀드 조성 역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상인회와 대학 등이 참여하는 공동 기금을 조성해 이를 상권 개선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권도연 기자 khudy94@khu.ac.kr
하시언 기자 hse0622@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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