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대문구 전세사기 피해, 우리학교 학생도 포함돼
“이런 일로 만나 뵙지 않았으면 좋았는데...”
지난해부터 벌어진 전세 사기가 대학가로 번지고 있다. 당장 우리학교 학생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회기동과 이문동에 복수의 오피스텔을 소유한 김 모씨 일가의 연속적인 보증금 미반환이 발생했다.
지난 6일 한국외대 인문과학관에서 열린 ‘동대문구 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는 이철빈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의 다소 씁쓸한 인사말로 시작했다. 현장에는 한국외대 학생뿐만 아니라 우리학교 학생과 졸업생을 포함해 20명 남짓한 인원이 참석했다. 장년층 지역 주민과 외국인 유학생 피해자도 보였다.
▲ 지난 6일, 한국외대 인문과학관 3층 강의실에서 ‘동대문구 전세 사기 피해자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에는 우리학교 학생을 포함한 동대문구 거주 대학생들과 지역 주민들이 참석했다. (사진=이지수 기자)
피해자 모두 보증금 반환과 관련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이 공동위원장은 “결론적으로는 보증금을 온전히 다 돌려받는 것은 이상적인 목표”라며 “동대문구 사례는 대부분이 후순위 임차인이고, 선순위 임차인이라고 하더라도 손실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전적인 손실을 최소화한다거나 강제 퇴거로 쫓겨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라고 조언했다.
또한 이 공동위원장은 이어 전세 사기 특별법에 따라 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해선 대항력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항력이란 임차인이 자신의 임대차 관계를 주장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이 공동위원장은 “일단 대항력이 있어야 한다”며, 이는 “주택에 실제로 거주하며 전입신고를 한 경우, 혹은 임차권 등기를 하고 퇴거를 한 경우”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항력을 유지하기 위해 피해 건물에서 거주하고 있는 피해자들은 사태가 장기화 시 열악한 주거 환경에 노출될 불안감도 안고 있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우리학교 재학생 피해자 A 씨는 김 모씨 앞으로 온 세금 체납서를 언급하며 “수도세도 밀리는 마당에 건물 관리인도 줄어 청소도 안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피해자 모임은 우리학교와 한국외대 학생을 포함해 최소 80명 이상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우리학교 서울캠 학생지원센터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경찰서와 얘기했을 때는 우리학교 학생 피해자가 7명 정도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동대문경찰서는 전세 사기 혐의로 김 모씨에 대한 수사를 개시한 상태다.
피해 오피스텔 회기·이문동 한 채씩
몇몇 다세대 주택도 포함
일부 부동산은 거래 꺼려
동대문구 소재 여러 공인중개사 증언에 따르면 피해 오피스텔은 회기동의 ‘D 오피스텔’과 이문동의 ‘S 오피스텔’ 등으로 밝혀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피해자 B 씨는 “보증금을 받으면 바로 다른 건물을 짓는 것”이라며 “D와 S 오피스텔 외형이 거의 똑같다”고 말했다.
임대인이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전세 보증금으로 또 다른 건물을 매입하고, 해당 건물을 또 전세로 내놓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이문동 소재 부동산 공인중개사 C 씨는 “전세 보증금을 받아 건물을 짓는 것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안 되지만 집을 짓고 전세를 또 받아 지으면 자기 수중에는 현금이 없게 된다”며 임대인의 보증금 관리 방식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계약이 만료된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전세 매물이 많은 김 모씨와 일부러 거래하지 않았다는 공인중개사도 존재했다.
공인중개사 C 씨는 김 모 씨를 ‘부동산 업자’라고 기억하며 “외대 후문 쪽에서 부동산을 하다가 이득을 보니 돈이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그런 사람인 걸 알고 있어서 애초에 거래를 아예 안 했다”고 말했다. 회기동 소재 부동산 공인중개사 E 씨는 위 사례를 “김 모씨 개인의 일탈”이라고 말하며 “전세 매물이 많은 김 모씨에게 처음부터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동대문구 회기동과 이문동에 위치한 복수의 오피스텔에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위 사진은 이문동 거리에 오피스텔이 들어서 있는 모습. 기사 내용과는 무관. (사진=조병연 기자)
김 모씨와 거래한 부동산은 여러 곳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문동 소재 부동산 공인중개사 G 씨는 보증금 미반환으로 문제가 되는 김 모씨와 거래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당연히 있다”며 “부동산은 다 거래한 적이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피해자 간담회에서도 김 모씨와 거래한 부동산 상호가 여럿 언급됐다.
간담회에 참석한 피해자 일부는 김 모씨를 연결해 준 공인중개사에 대한 법적 대응을 진행 중이었다. 전국적으로 전세 사기 피해가 급증하며 임차인과 임대인의 가교역할을 하는 공인중개사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다만, 회기동 스타부동산 최순호 공인중개사는 “공인중개사도 법적 책임이 따르기에 전세 사기를 조심한다”면서도 “공인중개사가 거래 당시 집주인에 대해 꼼꼼히 확인하지만 불과 1년 사이에도 집주인이 욕심을 부리면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임대인의 무책임한 보증금 관리
전세 인기 하락으로 자금 마비
“터질 사람 또 있다”
공인중개사 C 씨는 앞으로도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C 씨는 “전세 사기가 터지고 나서 모든 대한민국 사람이 전세를 꺼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C 씨는 “김 모씨 말고도 또 터질 사람이 몇 명 더 있기는 하다”며 “시립대 쪽에도 한 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증언했다. 또한 “사기에 연루돼 주변에 문 닫은 부동산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피해에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 서원석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만이 가진 주거 형태인 전세 제도의 허점으로 전세 수요자의 정보 접근성이 불균형한 점을 지적했다. 서 교수는 이번 사건이 오피스텔에서 주로 발생했다는 점에 대해 “수백 세대가 피해를 보는 상황인데 사회적으로 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보 공개를 통해 한 사람이 수백 채의 주택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소비자가 그것을 미리 알고 전세로 들어가지 않을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피해 당사자 마인드 세팅 중요
피해자끼리 연대해야 대응 가능
현장에서 피해자 네트워크 형성돼
간담회에서 이철빈 공동위원장은 사기 대응에 있어 피해자들의 연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전세 사기 대응 절차에서의 정보 공유가 중요하고, 외부 대응 시에는 개인보다 집단 대응이 효과적이라고 뒷받침했다.
이 공동위원장은 “피해자가 모여서 언론 인터뷰 혹은 사례를 제보하는 과정은 개별로 하는 것과 많은 차이가 난다”며 “경찰, 법원, 지자체 등에 문제를 제기할 때도 피해자가 모여서 대응해야 반응한다”고 말했다.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피해자 모임을 구성하기를 조언했다. 실제로 간담회 질의응답 시간이 지나고 본격적인 피해자 공동 대응 조직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피해자는 거주지 임대인별로 집단을 형성해 둘러앉아 서로 간의 상황과 정보를 공유했다.
또 이 공동위원장은 전세 사기 소송을 대비하기 위해 “피해자가 연결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며 그 방식은 ‘오프라인’이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온라인으로 정보만 공유하게 되면 연대력이 약해진다”며 오프라인 모임으로 피해자 간의 연대감을 형성해 공동으로 전세 사기에 대응해야 함을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전세 사기 피해자 종합 지원 방안으로 ‘전세 사기 특별법’을 제정해 작년 6월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시행 중이다. 법안 핵심은 경·공매 절차 지원, 요건을 충족한 피해자에게 주택 우선 매수권을 부여하거나 LH 매입 임대주택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지수 기자 ssu1404@khu.ac.kr
조병연 기자 choby0309@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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