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양] 더 이상 뉴스를 보지 않는 아이들 | [조각난 뉴스]
조각난 진실이 자연스럽게 전시되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그 조각들이 전부인 것처럼 세상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흩어진 조각을 맞춰 온전한 사실을 전하는 일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뉴스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걸까요? 무너져서는 안될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해, 뉴스와의 거리를 한 걸음 좁혀 볼 때입니다.
기획 홍지원 | hziione@khu.ac.kr
편집 홍지원 / 진행 김다희 / 출연 김상연 교수님 김형구 기자님 / 구성 VOU
도움주신 분 장원석 대표님
[영상 전문]
9시가 되면 온 가족이 TV 앞에 모여 앉아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유심히 지켜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뉴스를 보며 환호하고, 동시에 분노하며 작은 방 안에서 '100분 토론'을 펼치기도 했죠.
하지만 2026년 현재, 사람들은 더 이상 리모컨을 들어 뉴스를 찾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흥미롭지 않아서, 혹은 편향된 시각으로 전한다고 느껴서, 미처 다 알 수 없는 저마다의 이유로 공영 방송을 떠납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TV 뉴스 이용률은 48.2%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낮았고, 국민 10명 중 7명은 뉴스를 일부러 피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른바 '뉴스 회피' 현상입니다.
[김상연 교수 / 이화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지면 신문이나 지면 신문 구독률은 당연히 내려가고 있고 이제 기존에 이제 소비하던 그 방식에서 조금 더 이제 뭔가 키워드 중심으로 카드 뉴스로 본다든가 아니면 쇼츠 위주로 보는 거는 맞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뉴스를 떠난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많은 이들이 향한 곳은 유튜브와 SNS였습니다. 20대의 SNS 뉴스 이용률은 16.3%로, 다른 연령대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형식으로 소식을 전하던 뉴스는 자연스레 ‘올드 미디어’라는 이름을 얻고, 짧게 요약된 카드뉴스와 쇼츠는 ‘뉴미디어’가 되어 이슈를 전하는 새로운 창구로 몸집을 불리고 있습니다.
[김형구 기자]
"통계적으로 보면 “PV(page view)”라고 따로 언론사들은 다 관리를 합니다. 그런데 이제 그게 과거에 비해서 좀 많이 떨어진 건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이고 그 반대급부로써 유튜브나 대안 미디어 같은 경우에는 조회수가 점점 상방이 올라가고 있다고 저희는 표현을 하거든요. 뉴스 회피 현상이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는 체감된다고, 좀 씁쓸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이화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최지향 교수는 뉴스를 일부러 찾지 않아도 필요한 정보는 알아서 나를 찾아올 것이라는, 이른바 '뉴스 파인즈 미(News Finds Me)' 현상이 젊은 세대에 두드러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우연히 접하는 정보들이 커뮤니티발 짜깁기 정보나 선정적인 정보, 허위 정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특히 알고리즘은 극단적인 주장과 분노를 유발하는 콘텐츠에 더 많은 노출을 부여하고,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가짜뉴스와 왜곡된 정보의 확산을 가속화합니다.
결국 좋은 뉴스를 통해 지식을 쌓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민주주의의 선순환 구조가 뉴스 회피로 깨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현직 언론인 20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기자들은 뉴스 회피의 원인으로 언론의 정파성과 이용자들이 자신의 정치 성향과 맞는 뉴스만 소비하는 현실을 함께 지적했습니다. 언론은 기존 독자를 붙잡기 위해 더 편향되고, 그 편향이 다시 뉴스 회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겁니다.
더불어 뉴스의 질이 떨어졌다는 자기반성도 나왔습니다. 포털 중심의 유통 구조가 트래픽 경쟁을 부추기면서,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빠르게 베껴 더 자극적인 제목을 다는 일이 공공연해졌습니다.
주기적으로 담당 분야가 바뀌는 출입처 제도 탓에 전문성을 쌓기 어렵고, 블로그나 유튜브의 전문가만큼 깊이 있는 콘텐츠를 만들지 못한다는 한계도 언급됐습니다.
[김상연 교수 / 이화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기술적으로 급변하는 시대이고, 역정보나 가짜뉴스 이런게 많은 시대에서 결국에는 팩트 체크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담보돼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언론에 대한 신뢰도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라고 알고 있거든요."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발맞춰 언론에서도 독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형구 기자]
"저희도 되게 적극적으로 유튜브 시장에 진출하는 그런 언론사도 있고 아니면 좀 프리미엄 콘텐츠를 만드려고 하는 언론사도 있고 또 그 프리미엄 콘텐츠를 대중에게 어떻게 공개하느냐 공개하는 방식에 대한 차이를 두는 매체들도 있어요.
그냥 '우리가 만들었으니까 너희는 그냥 흡수해' 이게 아니라 대중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이런 정보도 한번 다뤄볼 필요가 있겠구나 이런 거에 수요가 있구나 라는 식으로 조금 더 너무 고루한 사상에 갇혀 있기보다는 혁신적인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좀 같이 고민해 봐야 될 시점이 아닌가..."
뉴스 한 줄이 세상에 미치는 힘은 생각보다 큽니다. 때로는 기사로 다룬 한 사람의 이야기가 수백만 관객이 보는 영화로 다시 태어나기도 하는데요. 「범죄도시」 시리즈부터 「왕과 사는 남자」까지. 천만 영화만 네 편을 만든 장원석 대표는, 자신의 수많은 작품이 아침마다 신문을 읽는 습관에서 나왔다고 말합니다.
뉴스의 힘을 현장에서 체감해온 장 대표는 외압이나 이해관계에 흔들리지 않고 진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는 것이 저널리즘이며, 진실이 묻히는 사회는 반드시 퇴보한다고 말합니다.
[김형구 기자]
"짧은 인터넷 기사 한 줄을 보면 1분을 아낍니다. 세상이 돌아가는 걸 파악하는데 1분을 아끼고요. 신문 하나를 보면 1시간을 아끼고요. 방송까지 같이 보면 2시간을 아낍니다. 26시간을 살 수 있는 거예요.
신문과 방송 모든 언론은 그날 가장 중요한 것들을 다룹니다. 여러분들이 구태여 품들여서 하나하나 찾아갈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분들의 시간을 아끼십시오."
조각난 진실이 자연스럽게 전시되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그 조각들이 전부인 것처럼 세상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흩어진 조각을 맞춰 온전한 사실을 전하는 일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서로 다른 우리가 어우러지기 위해서는, 하나의 신뢰할 수 있는 공론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뉴스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걸까요? 무너져서는 안될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해, 뉴스와의 거리를 한 걸음 좁혀 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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