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양] 잃어버린 나만의 시간을 찾아서 | [갓생의 역설]
기획 이여진 | gjin19@khu.ac.kr
편집 이여진 / 진행 김다희 / 출연 김예람 노지윤 오예린 유현서 이하림 / 구성 VOU
도움 주신 분들 박민아 교수님 박창호 교수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부지런히 채워 나가는 사람들.
우리는 계획대로 쉼 없이 흘러가는 삶을 ‘갓생’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갓생은 단순한 자기계발을 넘어,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압박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그렇다면 이런 준비 중심의 삶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요?
미래와 지금의 나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삶의 균형을 찾아야 할까요?
[영상 전문]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강의를 듣고난 뒤에는 자격증 공부를 이어갑니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독서로 하루를 마무리하죠.
우리는 이렇게 계획대로 쉼 없이 흘러가는 삶을 ‘갓생’이라고 부릅니다. 자기관리와 성취를 추구하는 모습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된 거죠.
SNS에서도 갓생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하루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부지런히 채워 나가는 사람들. 하지만 우리는 정말 ‘나를 위해’ 갓생을 살고 있는 걸까요?
‘갓생’은 ‘God’과 ‘生(생)’을 결합한 신조어로, 하루하루를 계획적이고 부지런하게 살아가는 생산적인 삶을 의미합니다. 스스로를 관리하고 성장해 나가려는 태도는 많은 청년들에게 긍정적인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갓생은 단순한 자기계발을 넘어,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압박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특히 SNS에서는 타인의 성취와 일상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신과 비교하게 되고, ‘나도 저렇게 살아야 하는 건 아닐까.’하는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겁니다.
[노지윤 / 태권도학과 26]
"처음에는 자극이 되기도 했는데 계속 보다 보니까 점점 부담으로 느껴졌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쉬고 있어도 괜히 시간을 낭비한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김예람 / 중국어학과 26]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갓생을 사는 모습들을 보게된 적이 있는데, 제가 그렇게 살지 못했던 사람이었어서 다른 사람들이 갓생을 사는 걸 보면서 ‘나도 이 사람처럼 조금 더 열심히 살아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트렌드가 있습니다. 바로 ‘레디코어(Ready-core)’ 입니다.
레디코어는 ‘Ready(준비된)’와 ‘Core(핵심)’의 합성어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고 계획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의미합니다.
바쁘고 예측하기 어려운 일상 속에서, MZ세대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일상의 모든 순간을 데이터화, 루틴화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겁니다. 저축과 재테크를 시작하고, 자격증과 어학시험을 준비하며, 취업을 위한 포트폴리오와 대외활동을 차근차근 쌓아가는 것처럼 말이죠.
이처럼 레디코어는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되기도 하는데요. 그렇다면 이런 준비 중심의 삶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요?
박민아 교수는 이제 비교의 대상이 결과뿐 아니라 그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으며, 준비와 통제에 대한 지나친 믿음 역시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모든 시간을 미래를 준비하는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면 현재를 온전히 경험하기보다 휴식마저 미래를 위한 수단으로 여기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갓생과 레디코어는 모두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노력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목표를 향해, 또 미래를 위해 달려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과연 ‘현재의 나’를 충분히 돌보고 있을까요?
실제로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면, 지금 이 순간을 즐기기보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준비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습니다.
하나의 계획을 달성하면 또 다른 목표를 세우고, 잠시 쉬는 순간에도 마음 한편에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는 생각이 쉽게 떠나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어느새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기보다, 끊임없이 미래를 우선하는 삶에 더 익숙해지고 있는 겁니다.
[유현서 / 한국어학과 25]
"준비를 제가 남들에 비해서 특별히 많이 하는 것 같진 않은데요, 근데도 모르게 뭔가 뒤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시간이 나도 불안해서 뭔가 저만의 여유 시간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이하림 / 생체의공학과 26]
"미래를 생각하면서 항상 불안이 디폴트인 것 같아요. 그래서 나만의 시간에 대해서 깊게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가지고 나만의 시간에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서…"
[오예린 / 전자공학부 23]
"저 같은 경우에는 2학년에서 3학년 넘어갈 때 전과를 했는데, 그래서 1, 2학년 때 원래 노는 시간이 많은데 그거에 비해서 전과 준비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다보니까 하고 싶었던 거를 못했던 것 같아요. 3, 4학년 때는 취업 준비를 해야 하니까 그런 게 조금 많이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누구를 위해 시간을 쓰고 있는 걸까요?
미래의 나를 위해 정작 지금의 나를 뒤로 미루고 있는 건 아닐까요?
박민아 교수는 삶의 균형을 위해 필요한 태도로 몰입과 유연한 사고를 제시했습니다.
준비 과정을 미래를 위한 투자로만 여기기보다 그 과정에서 배우고 몰입하는 경험 자체에서 의미를 찾고,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새로운 상황에 맞춰 방향을 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박창호 교수 /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신만의 주관이라던지, 자신만의 목표를 가지고 삶을 살아가는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현재의 나를 잃지 않는 것 역시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일입니다.
어쩌면 진정한 갓생은, 미래를 준비하면서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균형있는 태도에서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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