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오피니언] 얼룩진 학내 민주주의, 외국어대학 경선 속의 민낯
[기사 전문]
올해 국제캠퍼스에는 총학생회와 외국어대학 선거가 치열한 경선으로 진행되며, 학생자치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제도권 언론에서 제기하는 ‘학생자치의 위기’라는 담론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열기가 매우 뜨거웠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은 이 열기가 과연 학생 자치의 성숙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특히, 외국어대학 학생회 선거는 ‘공정’과 ‘신뢰’라는 학생자치의 근본 가치를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이번 선거에서 hear 선본과 그믐 선본은 각자의 비전을 제시하며 팽팽하게 맞섰다. 선거 결과는 단 11표 차이로 결정되었고, 몇 표만 더 움직였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개표 이후 hear 선본은 승리 거머쥐었고, 이후 열린 회식 자리에는 그믐 후보자도 참석하여 ‘더럽게 선거하지 않았다’며 당선을 축하하기도 했다.
11월 29일, 그믐 선본은 hear 부후보자와 외국어대학 선거관리위원회 소속 집행부원 A씨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를 근거로 이의제기서를 제출했다. 공개된 이의제기서와 소명자료, 회의록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카카오톡 대화 속에는 선거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 공정에 만전을 기해야 할 선거관리위원회 집행부원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은 매우 유감스럽다. ‘상대편이랑’ ‘안친한 ㅎ’라는 내용과 함께 투표 종용행위를 한 것은 그 행위의 발생 여부와 상관 없이 발상 자체만으로도 명백히 공정성을 훼손한 것이다.
그러나, 해당 증거물은 모두 불법적으로 취득된 것이다. 누군가 외국어대학 학생회실에 보관된 집행부원 A씨의 노트북을 무단으로 열람하고 촬영한 것으로, 이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 그 사람은 줄지에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믐 선본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인물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불법적으로 취득된 증거를 사용한 것은 비도덕적인 행위이며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학내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에 두 선본 모두가 정말 공정하게 임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모두 외국어대학의 발전이라는 같은 목표 아래 출발했지만, 선거 과정에서 두 선본은 서로의 행동을 따라했고 학생 자치의 근본을 부분적으로 훼손했다.
최근 총학생회칙 개정으로 학생 총투표 탄핵 기준 역시 1/2로 완화된 상황에서, 여전히 당선에 관한 이의제기는 전원 찬성이라는 시대 착오적인 기준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종이 투표 시대에 머물러 있는 선거 시행 세칙을 전면 재검토하여 경희대학교 학생 자치가 신뢰받는 민주주의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
국제캠퍼스 대학의소리방송국 V.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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