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양] 청년들이 정치 이야기를 피하는 진짜 이유 | [청년, 정치 앞에서 침묵하다]
청년들이 정치 이야기를 피하는 진짜 이유 | [청년, 정치 앞에서 침묵하다]
청년들 사이에서 정치는 어느새 ‘말하면 안 되는 주제’가 되었습니다. 극단적인 정치 환경과 온라인의 공격성은 청년들을 침묵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침묵은 갈등과 양극화를 더 키울 뿐입니다. 서로의 생각을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건강한 정치 문화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기획 신희재 | tlsgmlwo58@khu.ac.kr
진행 김다희 / 구성 VOU
[영상 전문]
청년들 사이에서 정치 이야기는 어느새 금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친구들과 만날 때도, 가족과 식사를 할 때도, 일상의 대화에서 정치는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사회 분위기가 공격적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의견이 편견으로 낙인찍힐까 봐 두려워서 청년들은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회, 대화와 타협의 공간이어야 할 이곳은 이제 대결의 장이 되었습니다. 갈수록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정치는 더 이상 합의의 과정이 아닌, 대결의 수단이 되었습니다.
올해 1월, 동아시아연구원의 조사에서는 응답자 절반 이상이 앞으로 정치권 갈등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국회 안의 대립은 국회 밖의 일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는데요.
특히 온라인 공간에서 그 양상은 더욱 극단적입니다. SNS에는 서로를 공격하는 댓글이 넘쳐납니다. 하나의 의견을 말하면 즉각적인 공격이 쏟아집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말하든, 논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올해 5월에 진행된 한국 갤럽 조사에 따르면 20대 청년 가운데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사람은 단 27%에 불과했습니다. 10명 중 7명은 침묵하고 있다는 뜻인데요. 왜 청년들은 침묵할까요?
[권민서 / 중어 25]
"일단 얘기를 하다 보면 갈등의 소지가 생기고, 정치에 대해서 정확히 모르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이 결국에는 편향되게 되는 것 같아요."
[강우혁 / 컴공 23]
"정치 자체가 워낙 개개인별로 생각도 다르고, 잘못 말하면 싸움이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좀 조심하는 것 같습니다."
청년들은 침묵합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관계를 지키기 위해, 하지만, 이 침묵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김수진 교수 / 정치외교학과]
"자기가 속한 어떤 사회적 집단이랑 맞는 쪽의 어떤 정당을 지지하는 거에 대해서 갈등이 일어나면 그거를 대화로 갈등의 요인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고 풀어나가는 게 순서인데, 대화를 꺼리고 회피하려는 것만 보이면 아무래도 양극화 현상이 더 심해지고 갈등이 더 심해지지 않을까요?"
청년들의 침묵, 그것은 무관심이 아닙니다.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 편견과 낙인을 두려워하는 사회, 그것이 만들어낸 강요된 침묵입니다.
[임형진 교수 / 후마니타스칼리지]
"그러니까 학생들이 세상에 나와서 비판적 사고를 키워라. 세상이 내 뜻대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아야 해. 그리고 '저게 과연 진짜인가?', '저걸 내가 그대로 받아들여도 되는가?' 내가 못 받아들이면 주변에 있는 친구들한테 물어봐야 해. 대화를 해야 해. 그리고 교수님들한테도 찾아가고, 선배들하고 대화하고, 또 동아리에서도 주제를 꺼내 보고, 가족들하고도 대화하고, 이러면서 나의 식견을, 나의 견해를 넓히는 거니까. 그거 하는 게 학생이에요. 그래서 그렇게 움츠려 있지 말고 나와라. 손을 내밀고 잡아라. 이 얘기를 난 가장 해주고 싶어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건강한 정치 문화입니다. 정치적 논쟁이 항상 싸움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회와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청년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을 때, 우리 사회는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1
- 2
- 3
- 4
-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