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양] 사람들은 왜 닫힌 공간을 선택할까? | [폐쇄형 SNS를 찾는 젠지들]
사람들은 왜 닫힌 공간을 선택할까? | [폐쇄형 SNS를 찾는 젠지들]
인스타그램, 틱톡 등에서 넘쳐나는 콘텐츠 보던 젠지 세대가 이제는 닫힌 디지털 공간을 찾아 가고 있습니다. 바로 폐쇄형 SNS인데요, 비리얼과 로켓위젯 같은 플랫폼들이 출시 되면서 젠지 세대가 SNS를 이용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연 젠지들은 왜 폐쇄형 SNS를 이용하는 걸까요?
기획 이하윤 | hayun069@khu.ac.kr
진행 이소정 / 출연 서명준 교수 김지민 박병준 / 구성 VOU
[영상 전문]
보정된 사진과 화려한 광고, 끝없이 이어지는 피드까지, 우리는 SNS속에서 하루에도 수십 개 수백 개의 콘텐츠를 마주합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점점 지쳐가고 있는 거죠. 그런데 여기 젠지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닫힌 SNS’가 있습니다. 바로 폐쇄형 SNS입니다.
폐쇄형 SNS란 주로 가까운 지인들끼리만 소통하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처럼 낯선 사람과도 쉽게 연결되는 개방형 플랫폼과 달리, 친한 지인들끼리만 소통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최근에 나온 폐쇄형 SNS로는 비리얼과 로켓 위젯이 있습니다. 둘 다 조금 독특한 규칙을 가지고 있는데요, 비리얼은 매일 불규칙한 시간에 알람이 울리면 2분 안에 전면과 후면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올려야 합니다.
그때 똑같이 알람을 받은 친구들이 올린 사진을 볼 수 있어 같은 순간에 친구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습니다.
로켓위젯은 사진을 찍어 올리면 친구 핸드폰 위젯에 내 사진이 뜨는 방식인데요, 재미있는 점은 친구로 등록할 수 있는 인원이 최대 스무 명이라는 겁니다. 이렇게 두 앱 모두 진짜 가까운 사람들만 소식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점점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젠지들이 이런 앱에 빠지게 된 이유로는 기존 SNS에 대한 피로감이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끝없이 올라오는 피드와 광고 속에서 불필요한 정보까지 접하게 되고 이용자들의 피로는 점점 쌓이게 되는 거죠.
[박병준 / 러시아어학과]
"인스타그램을 사용하고 있는데, 원치 않는 정보가 좀 많은 것 같아서 비리얼에서는 원하는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비리얼을 더 선호하게 되는 것 같아요."
또한 누구나 내 게시물을 보고 좋아요를 누를 수 있는 환경이 부담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반면 친한 지인끼리만 공유하는 공간에서는 진짜 나의 모습을 편하게 드러낼 수 있는 거죠.
[김지민 / 화학공학과]
"인스타그램은 되게 보정된 사진이 많은데 비리얼은 보정 없이 제 그 순간의 모습을 담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저랑 친한 친구들만 볼 수 있고 그 친구들이 뭐하는지 실시간을 볼 수 있는 것도 좋았던 것 같아요."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지인과 편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폐쇄형 SNS를 찾고 있습니다. 이는 개방성과 폐쇄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양가적인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인데요. 내 일상을 어딘가에 공유하고 싶지만 많은 사람이 보는 건 불편한 거죠.
[서명준 교수 / 후마니타스칼리지]
"SNS에는 ‘좋아요’라고 하는 인터페이스가 있어요. 그래서 사용자들 조차도 계속해서 ‘좋아요’에 종속됨으로써 원하든 원하지 않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됩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SNS를 통해 문어발식으로 얽힌 인간관계에 피로감을 느껴 폐쇄형 SNS를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명준 교수 / 후마니타스칼리지]
"타인과의 교류가 현실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로서 일어나기 때문에 현실로부터 멀어지고 벗어나는 그런 것들을 오랫동안 겪어온 Z세대가 상품성으로부터 벗어난 비상품적인 본인들 만의 일상적인 문화를 교류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거죠."
실제로 많은 젠지세대가 인스타그램에서 부계정을 만들어 가까운 친구들과 편하게 소통하곤 하는데요, 폐쇄형 에스엔에스를 쓰는 것도 비슷한 심리에서 비롯됩니다.
하지만 폐쇄형 SNS는 플랫폼 자체가 폐쇄적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광고도 거의 없고 알고리즘 기반으로 게시물을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업로드 순서대로 피드가 정렬되기 때문에 진짜 가까운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이런 제한된 네트워크는 장점이 될수도 단점이 될수도 있습니다. 내 친구가 사진을 올려야만 상호작용이 가능해서 쉽게 지루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친한 친구들끼리 모이는 만큼 서로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게 되는데요, 일부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에코체임버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앱 안에서는 닫혀있는 것처럼 보여도 여전히 이용자들은 다른 매체에서 의견을 보고 듣고 생각을 나눕니다.
[서명준 교수 / 후마니타스칼리지]
"디지털공간에서는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디지털 생활만 하는게 아니에요. 일상적이고, 더 나아가 다양한 다른 매체, 내가 사용하는 플랫폼 뿐만 아니라 다른 매체를 통한 뉴스나 많은 정보들을 접하게 돼요. 그 얘긴 즉슨, 나의 앱을 떠나서 진보적이고 보수적인 담론이 계속 쏟아져 나온단 말이죠. 이미 그것을 통해서 어떤 흐름들이 있구나 하는 것을 사람들이 파악하게 됩니다."
젠지세대를 중심으로 시작된 폐쇄형 SNS 유행. 그 시작하는 개방형 SNS에 대한 피로감이 있었습니다. 수많은 피드와 광고가 쏟아지는 공간 속에서 무엇을 볼지 선택하는 것조차 피곤하게 만들죠.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친구를 맺는 기존 SNS와는 정반대의 흐름이 나타난 건데, 과연 다음 세대의 SNS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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