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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현장의 간호사는 법의 경계에서 전공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 가뜩이나 과중했던 업무의 무게는 더 커지고 있다. 의료계 집단행동이 이어진 35일째,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경희의료원 지부를 찾았다.
병상 가동률, ‘반토막’
재정난 메꾸려 ‘무급 휴가’
반강제로 사용하기도
경희의료원 지부 이은영 지부장은 “병원은 거의 초토화 상태예요. 전공의들이 빠진 업무를 대신해야 해서 간호사들은 업무 부하가 엄청 많이 걸려요.”라고 말한다. 경희의료원 7년 차 간호사 A 씨는 “전공의 공백으로 오더를 내리고 처방을 제대로 확인받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병원 전체가 어수선하고 환자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입니다.”라고 어려움을 설명한다.
전공의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공백 사태에 전국 대학병원이 비상 상황이다. 경희의료원도 다르지 않다. 전공의들은 떠났고, 교수들도 옷을 벗겠다고 한다.
▲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경희의료원을 찾아 이은영 지부장(위 사진 왼쪽)과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하시언 기자)
의료연대에 따르면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사 부족으로 많은 병원은 병동을 통합, 폐쇄하면서 병상 가동률은 50% 안팎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희의료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외래 진료를 받기 위해 온 환자들은 더러 있었지만, 병동은 한산했다. 이은영 지부장에 따르면, 평소 80% 가량이던 병상 가동률은 40% 정도에 불과한데 특히 정형외과는 10% 대며 아주 소수 과만 정상 운영된다고 한다.
병상 가동률과 함께 의료원 매출이 떨어지는 것도 당연하다. 간호사들이 당장의 급여를 걱정할 정도라고 한다. 이 지부장은 “우리가 노력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대화가 불가한 상황이니 언제까지 끝날지도 걱정이다. 4월, 5월이면 의료원에서 급여를 줄 수 있을지도 모를 정도로 휘청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간호사들은 무급휴가를 사용하고 있다. 본인들의 임금을 희생해 의료원 손실을 메꾸려고 하는 것이다. 이 지부장은 “무급휴가를 쓰라고 강요는 못 하지만, 병원에서 급여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 때문에 자진해서 무급휴가를 쓰고 있다”고 언급했다.
7년 차 간호사 A 씨는 “3월 초에는 간호사들이 전체적으로 지쳐 있는 상태였기에 300명 가까이 되는 간호사들이 무급휴가를 냈다. 하지만 일주일을 쉬면 임금이 약 100만 원 깎인다. 따라서 4월에는 복귀하려는 사람이 많았는데 병원의 전체 분위기가 좋지 않아 눈치를 보고 무급휴가를 쓰기 시작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46조(휴업수당)에 따라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은 사용자의 귀책 사유로 휴업하는 경우 이 기간 근로자에게 평균임금의 70% 이상을 수당으로 지급해야 하나, 무급휴가를 사용한 간호사들은 주휴 수당도 받지 못하고 있다.
동료 수↓, 중증 환자는 그대로
전공의 업무도 간호사 몫
문제 될까 무섭기도
집단행동 영향으로 간호사 업무 부하도 상당해졌다. 환자 수는 줄었으나 중증 환자는 남아있고, 무급휴가 사용으로 함께 일하는 동료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 지부장은 “사태 전에는 상태가 양호한 환자가 병원에 많았는데 지금은 절대 보내면 안 되는 중증 환자만 입원시킨다.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는 줄었을지 몰라도 중증도가 올라가서 4명이 협업하던 일을 2명이 보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현 상황은 환자 안전에도 문제가 된다. ‘의료 사고’를 걱정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무급휴가를 사용하는 간호사도 존재했다. 인터뷰 전날 병원 라운지를 돌았던 이 지부장은 “무급휴가를 사용한 간호사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문제가 되면 물어보기라도 할 곳이 있어야 하는데, 내부에서 응급 상황이 생기면 대처할 인원도 부족해 무섭다고 한다”고 한탄했다. 간호사 A 씨 역시 “병원 전체가 어수선하고 환자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떠나간 전공의 업무를 떠맡는 것 역시 간호사 몫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정부가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을 실시하며 의료기관의 장이 간호사 수행 업무 범위를 결정할 수 있게 됐음에도 여전히 합법과 불법의 기로에서 떨고 있다.
또 지난 3일 복지부가 발표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지침’에 따르면 정부는 숙련도와 자격에 따라 전문간호사와 전담간호사, 일반간호사로 구분해 이들이 할 수 있는 업무 범위를 설정했으나 기준이 애매하다. 응급 약물 투여, 기관 삽입 등 간호사가 할 수 없는 업무가 대거 포함돼 있다. 더욱이 응급 상황 발생 시 간호사 업무 부담도 늘어났다. 이에 경희의료원은 간호사의 불법 의료 예방과 환자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지부장은 “간호사가 한다면 불법이었던 전공의 업무를 간호사끼리 팀을 꾸려 합법적인 업무만 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에서 간호사가 절대 하면 안 되는 것도 할 수 있도록 허용해 놨기에 해당 업무를 하더라도 법적인 문제가 없는 범위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경희 의료원은 한산했지만, 간호사의 업무 과중은 심화되고 있었다. (사진=하시언 기자)
수술장 보조, 검사 시술 보조, 검체 의뢰, 응급 상황 시 보조 등의 역할을 하는 PA 간호사의 업무 강도 역시 높아졌다. 경희의료원 PA 간호사는 60명 정도다. 현재는 업무가 과중해 일반 간호사 중에서 받으려 하는 실정이다. 이 지부장은 “노동조합과 의료원이 PA 간호사를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어떻게 운영할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 지부장에 따르면, 다수의 병원에서 일반 병동의 간호사를 PA 인력으로 투입하는 사례도 있었다. 의료연대본부는 “간호사는 짧은 교육 직후 의사 업무에 무방비로 투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경희의료원은 PA 간호사 확장을 막고 있다. 이 지부장은 “숙련되지 않은 간호사가 곧바로 PA 업무를 하는 것은 환자를 속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 교수 사직 절대 불가”
“파업 이해하지만, 명백한 문제”
지난 26일 우리학교 교수들은 사직서를 내겠다고 공언했다. 간호사들은 행여나 더 큰 의료 대란이 닥쳐 환자에게 피해가 갈까 걱정이다.
이 지부장은 “의사로서 근무를 하겠다는 건지, 학교만 이탈한다는 건지 명확한 건 없고 그 메시지를 받았을 때는 교수직 사퇴하면 병원에 안 나오나 보다 생각한다”라며 “간호사 파업 당시에는 조정 기간을 둬 대책을 마련한 뒤 진행했고, 필수과 간호사는 빼지 않았다. 교육자이자 환자의 생명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의사직까지 내려놓는 것은 윤리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집단행동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필수 부서까지 참여한 것은 명백한 문제가 있다고 한다. “현 정원의 70% 정도를 증원하겠다는 건데 교육을 너무 우습게 보다 보니 의사들이 파업을 안 할 수도 없었다”면서도 “하지만 필수 부서에서도 몽땅 나간 것은 명확히 문제가 있다” 말했다.
이동건 기자 ehdrjs3589@khu.ac.kr
하시언 기자 hse0622@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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