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에 열린 ‘2025학년도 1학기 캡스톤디자인 챔피언스리그’에서 ‘요게미들’ 팀이 대상을 받았다. 우수한 캡스톤프로젝트로 각 전공에서 선발된 팀 중, ‘요게미들’ 팀은 막걸리 부산물 술지게미를 활용한 디핑소스 ‘막요’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막요’는 ‘막걸리 요거트’를 의미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팀장 정재우(식품영양학 2019) 씨를 만나봤다.
캡스톤디자인은 졸업 논문을 쓰는 대신 사회 문제를 주제로 한 학기 동안 해결책을 찾아가는 대표적인 산학협력 교과목이고, 자유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지난 대회는 희망자에 한해 해당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대회에 참가하는 방식이다.
우연으로 모인 요게미들
각자의 강점으로 완성된 팀워크
‘막요’를 만들어 대상을 받은 ‘요게미들’ 팀은 5명 모두 식품영양학과 학생으로, 여느 강좌의 조별 활동처럼 우연으로 모이게 됐다. 팀원들은 각자의 강점을 살려 역할을 나눴다. 홍보에 관심이 있는 박수아(식품영양학 2021) 씨는 마케팅을, 분석력이 뛰어난 박예진(식품영양학 2021) 씨와 시장 조사를 잘하는 베트남 유학생 레마이두귀엔(식품영양학 2022) 씨는 자료 조사를 맡았다. 정윤(식품영양학 2021) 씨는 처음 구상했던 스프레드를 디핑소스로 바꾸며 실현 가능한 방향으로 구체화했다. 팀장인 정 씨는 평소 흥미롭게 여긴 막걸리를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팀명은 이들이 개발한 제품 ‘막요’의 이름 후보 중 하나였던 지게미와 요거트를 합친 ‘요게미들’로 정해졌다.
제품 아이디어로, 약주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술지게미에 주목했다. 정 씨는 “약주 제조 시 버려지는 술지게미 처리 비용이 연간 약 12억원에 달한다는 기사를 접했다”고 말했고, “평소에도 취미로 직접 술을 빚으며 술지게미의 부피와 폐기량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이에 남은 술지게미를 ‘업사이클링’을 통해 막걸리를 알리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전통주인 막걸리가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한 그는 “부산물을 활용하면서 막걸리의 복합적인 향과 개성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 술지게미를 활용한 디핑소스 ‘막요’를 개발한 정재우 씨는 “불닭소스처럼 해외까지 널리 사랑받는 제품으로 국위 선양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진=서라수 기자)
푸드 업사이클링 활용
술지게미와 그릭 요거트의 만남
해당 아이디어를 술지게미와 그릭요거트가 결합된 ‘막걸리 맛 디핑소스’로 구체화해 ‘막요’라는 제품을 만들었다. 요거트의 산미와 향이 막걸리의 고소함과 누룩향과 어우러지며, 기존 막걸리의 맛을 한층 친근하게 경험할 수 있게 했다. 국내 요거트 시장 성장세와 요거트에 대한 외국인의 친숙도 역시 고려했다. 정 씨는 “소주와 맥주를 즐겨 마시는 국내 20~30대 젊은 층과 우리나라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을 주요 타켓으로 막걸리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막요’가 완성되기까지 우연한 발견도 있었다. 막걸리를 가만히 두면 하얀 침전물이 생기는데 정 씨는 이를 활용해 제품을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하얀 부분만 추출하려면 맑은 부분을 걸러내야 했고,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던 중 팀원 정윤 씨의 “집에 굴러다니는 그릭요거트 메이커가 있다”는 말에 이를 활용하기로 했다.
정 씨가 집에서 술지게미를 분리해보니 침전물과 액체가 잘 나눠졌다. 이후 메이커로 직접 만든 그릭요거트를 맛보며 “처음 먹어봤는데 의외로 맛있다”며 놀랐고, 이어 “수용성 성분인 요거트를 막걸리 침전물에 섞으면 잘 섞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우연한 발견이 ‘막요’의 출발점이 됐다.
하지만 개발 과정이 처음부터 순조롭지는 않았다. 개발 초기에는 잼처럼 펴바르는 스프레드 형태로 만들 예정이었지만, 기름 성분이 많은 스프레드 특징상 막걸리와 잘 섞이지 않았다. 학부 수준에서 물과 기름을 잘 섞이게 만드는 유화제를 활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일주일에 4개씩 약 10번 이상의 실험을 진행하면서 3주의 시간을 들였지만 실패했다. 그러던 중 앞서 시도했던 그릭요거트의 발견으로 “불닭소스처럼 소스 시장이 커지고 있으니 소스로 가자”는 생각 끝에, 디핑소스 형태로 바꾸는 식으로 문제를 보완했다.
방향성을 바꾼 이후부터는 수월했다. 정 씨는 “스프레드 제형일 경우 버터 같은 기름 성분에 물과 친한 수용성 성분이 섞일 수 있도록 유화시켜야 하는데, 디핑소스는 이 과정을 생략해 가장 애먹고 있던 부분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팀은 이취를 발견하기도 했다. 이취란 재료에서 예상치 못한 향이나 맛이 나면서 음식의 풍미를 방해하는 냄새를 뜻한다. 술지게미와 요거트를 섞자, 원래는 느껴지지 않던 풀 향과 미묘한 토 냄새가 발현된 것이다. 정 씨는 “술지게미나 요거트 자체는 문제가 없었는데, 섞으니까 이상한 향이 났다”며 이를 제거하기 위해 여러 실험을 진행했다.
2주간의 시도 끝에 설탕을 넣었을 때 발효가 더 활발해지고 기포가 생기는 현상까지 확인했고, 결국 설탕을 쓰지 않고 가열 살균을 선택해 발효를 억제했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통해 ‘막요’를 맛과 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디핑소스 형태로 완성할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대상
“식품업계를 향한 꿈의 시작”
이번 경험을 통해 정 씨는 식품 개발이라는 직업적 꿈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막연하게 생각만 했던 식품 개발을 실제로 해보니 어렵지만 재밌었다”며 “이 경험을 통해 내가 식품 연구원이 되어야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막요’가 나중에 출시까지 이어지게 된다면 불닭소스처럼 해외까지 널리 사랑받는 제품으로 국위 선양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 ‘막요’는 요거트의 산미와 향이 막걸리의 고소한 누룩향과 어우러지며, 기존 막걸리의 맛도 공존한다. (사진=서라수 기자)
정 씨는 역대 수상작을 살펴보며 정보디스플레이학과나 약학과 학생들의 프로젝트가 학문적으로 전문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반면 ‘요게미들’팀은 단순하게 막걸리 찌꺼기를 가열하고 혼합하는 방식으로 접근해 전문성이 부족해 보일까 우려했다. 캠퍼스타운사업단 심사단은 “푸드업사이클링을 사용한 것이 신선하다”는 점을 들어 팀의 대상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우수상만 받아도 기분이 좋을 것 같았는데, 예상치 못하게 대상을 받아서 놀랐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이 애정하는 전통주 산업을 주제로 수상했다는 점에서 크게 만족했다.
후배들에게는 자신이 느낀 점을 반영해 전문성이 반드시 프로젝트의 우수성을 결정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식품 전공의 무한한 가능성과 매력을 언급하며 도전해볼 것을 격려했다. 또한 제품 개발 과정에서 도움을 준 지도교수, 원료를 무상으로 제공한 양조장 사장님, 조언을 준 대학원생, 팀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어 “팀원들과 함께할 수 있어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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