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품새부

오민혁(태권도학 2023) 선수

# 경기장에서의 환호 뒤에는 선수들의 혹독한 훈련, 그리고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우리신문은 이번 호부터 체육부 선수들을 직접 만나 그 목소리를 담아내려 한다. 성적과 기록뿐만 아니라, 종목을 향한 열정과 선수로서의 일상, 그리고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주인공으로, 지난 7월 독일 라인-루르 세계대학경기대회 태권도 남자 품새 금메달을 목에 건 오민혁(태권도학 2023) 선수를 만나봤다.

태권도의 피겨스케이팅

자유품새

태권도 경기는 크게 겨루기와 품새로 나뉜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대표적인 효자종목 겨루기지만, 아시안게임과 세계대학경기대회에는 품새 역시 정식종목이다.

‘품새’는 ‘공격과 방어를 정해진 순서대로 배열해 엮어놓은 틀’이다. 틀 안에서 정확한 자세로 기술의 완성도와 표현력으로 승부를 본다. 오 선수는 “점수를 얻는 게 아니라, 10점에서 시작해 감점을 피해야 하는 게 대표적인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품새는 또 공인품새와 자유품새로 나뉜다. 공인품새는 정해진 동작이 있다. 하지만 자유품새는 정해진 틀 없이 음악과 함께 기술과 동작을 표현한다. 자유품새는 태권도의 예술성과 다양성 확장을 위해 지난 2012년부터 공식대회 종목으로 채택됐다.

자유품새의 공식대회 종목 채택이 오 선수에게는 터닝포인트였다. 오 선수는 “같은 동작만 반복하다 보니 공인품새에 질릴 때가 있었는데, 이를 해소해 준 것이 자유품새였다”고 말했다.

▲ 세계대학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오민혁 선수 (사진=오민혁 선수 제공) 

목표하던 태권도학과 입학

태극마크까지 승승장구

대학 진학을 앞둔 오 선수는 우리학교 태권도학과를 선택했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리학교 선수에게 밀려 낙마했던 슬픈 경험의 영향도 있었다. 오 선수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밀린 후부터 우리학교 태권도학과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오 선수는 입학 3년 차인 올해, 우러러봤던 선배의 뒤를 이어받아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렇게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이번 세계대학경기대회에서 오 선수는 자신의 첫 국제대회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여러 대회에 출전하며 경험을 쌓았지만, 국가대표의 무게감은 확실히 달랐다.

오 선수는 “선발되고도 믿기지 않았고, 시합을 뛰기 전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결승전 후 시상대에 올라가서야 ‘내가 진짜 국가대표가 맞구나’ 싶었다”며 “시상대에 섰을 때 우리나라 국기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것을 보니까 감회가 새로웠다”고 회상했다.

고마운 사람들도 많았다. 오 선수는 “체력이 큰 변수였는데, 선생님들께서 컨디션을 계속 체크해 주시면서 적절히 휴식을 주신 부분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임신자 학과장님, 전민우 교수님, 이재희 코치님, 임승진 코치님, 유승아 AT 선생님, 박찬호 PT 선생님 등 저를 도와주신 분들께 꼭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내년 나고야 아시안게임 정조준

“실력 올라온 만큼 자신 있어”

내년에는 일본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2년 전 아시안게임 선발전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오 선수는 “실력이 올라온 만큼 이번엔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본다”며 “올해 10월 전국체전에서 확실한 1등을 해서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올림픽의 꿈도 품고 있다. 품새는 아직 올림픽 정식종목이 아니지만, 오 선수는 “올림픽에 시범 종목으로라도 들어가면 정말 좋은 기회일 것”이라며 “아직 멀지만 2028 LA 올림픽을 바라보고 연습할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금메달을 차지했던 이번 세계대학경기대회가 오 선수의 첫 국제대회였지만, 그는 “오히려 즐겼다”고 말했다. 또한 “너무 간절히 바랐던 순간을 긴장감으로만 채우고 싶지 않았다”며 “열정 있게 열심히 하되 그 순간만큼은 즐기자는 생각으로 임했다”며 당찬 모습을 보여줬다. ‘긴장보다 즐기겠다’는 오 선수의 말처럼, 다가올 아시안게임에서도 같은 미소와 자신감을 보여줄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