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배낭 비닐봉지에 싸온 5천만원...동대문 거주 90대 노인 "기부하러 왔다"
"어려운 학생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부자 예우 프로그램도 한사코 거절 "예우도 돈이다"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90대 노인이 지난달 27일 서울캠을 찾아와 현금 5천만 원을 기부했다. “학생들 장학금으로 꼭 써달라”고 당부한 노인은 예우품과 기념사진을 거절하고 학교를 떠났다. 기부금은 다음 학기 특별 장학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지난달 27일, 단출한 옷차림의 한 노인이 짐이 한가득 담긴 배낭을 메고 본관 건물로 들어섰다. 지팡이를 대신해 우산을 땅에 짚던 노인은 복도에 나온 대외협력처 직원에게 “기부하러 왔다, 총장님을 만나러 왔다”고 말했다. 곧이어 배낭에서 비닐봉지를 꺼냈다. 그 안에는 신문지 더미가 들어있었다. 천만 원씩 세 묶음, 100만 원 스무 묶음, 총 5천만 원을 감싼 신문지 더미였다.
▲ 가방에 챙겨온 기부금을 꺼내는 기부자 (사진=대외협력처 제공)
대외협력처 정이나 차장은 “어르신께서 키가 150cm 정도 되시려나, 작은 분께서 배낭에 그렇게 큰 금액을 싸 오실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는데, 그것도 신문지 더미 20개 정도를 꺼내시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기부자는 당시 “좀 더 시간이 있으면 더 가져올 수 있는데, 나이가 많아서 우선 이만큼만 가져왔다”고 말했다고 한다.
기부자는 평생 파마를 한 번도 해본 적도 없을 정도로 절약 정신이 몸에 밴 삶을 살아왔다. 기부금을 전달하며 “나는 형편이 어려워 못 배웠지만, 어려운 학생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부금이 장학금으로 쓰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한, “높은 곳에 기부해야 정당하게 쓰이게 될 것 같아서 경희대에 기부를 하니, 학생들 장학금으로 꼭 써달라”라고 다시 한번 당부했다.
우리학교는 기부자에게 총장 감사패 전달, 기념행사 등의 예우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날 기부자는 “예우품도 다 돈”이라며 한사코 거절했다. 하필 기부자가 학교를 찾은 날은, 총장과 부총장 모두 회의 참석차 학교를 비운 날이었다. 대외협력처 직원이 식사 대접이라도 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거절했다.
기부자는 아들에게 보여줄 기부 증서와 약정서 양식, 우리학교 한방 제품을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정 차장은 “집으로 돌아가시는 길에 우산을 들고 걸어가시는 그 뒷모습이 정말 따뜻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 지난 27일, 익명의 기부자가 전달한 기부금 5천만 원 (사진=대외협력처 제공)
우리학교와 연고가 없는 사람이 직접 찾아와 거액을 기부한 사례는 지난해 11월 남순자 여사 이후 두 번째다. 정 차장은 “기부자가 학교 앞까지는 오셔도 기부를 어디에 해야 하는지 몰라 정문에서부터 길을 물어보셨을 텐데, 학교에 있는 천사분들이 친절하게 안내해 드린 덕에 소중한 기부금이 전달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교내 구성원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이날의 기부금 5천만 원은 남 여사가 지난해 기부한 금액에 더해져 특별한 이름의 장학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정 차장은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가 되길 바란다는 마음으로 소중하게 모으신 금액이기에, 그 의미를 잘 안내하는 이름을 붙이고 장학생을 공정하게 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협력처는 최대한 다음 학기 안에 기부금으로 장학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차장은 “소중한 기부금을 최대한 빠르게 장학금으로 전달해서 기부자분들의 뜻을 잘 전달하는 것이 저희의 의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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