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8일, 스노보드 국가대표 이채운(스포츠지도학 2025) 선수가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노보드 불모지인 대한민국에서 갑작스럽게 출전했던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부터 첫 출전에 우승을 차지했던 2023 세계선수권대회, 내년에 있을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까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신동’ 소리 들어온 유년 시절
만 16세에 세계 챔피언 되다
이 선수는 12살 때 스노보드 신동이라는 별명으로 SBS ‘세상에 이런 일이’에 출연했을 정도로 어릴 때부터 큰 주목을 받아왔다. 그리고 만 15세였던 2022년에는 올림픽에 데뷔했다.
어린 나이에 출전하게 된 올림픽이었지만 출전은 갑작스럽게 결정됐다. 개인 훈련지였던 스위스 숙소에서 쉬던 중, 당장 짐을 챙기라는 아버지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었다. 독일 선수가 건강상 문제로 출전을 포기해 올림픽 출전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예선 탈락으로 결선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올림픽 출전은 값진 경험이었다.
값진 경험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 조지아 바쿠리아니에서 열린 2023년 세계선수권대회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만 16세에 세계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스노보드 세계선수권대회 역사상 남자부 최연소 우승자 타이틀은 덤이었다. “전에 다른 대회에서 7등-5등-4등-4등을 해 3위 이내에만 들자는 게 목표였어요. 세계선수권 우승은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 아시안게임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 금메달리스트 이채운(스포츠지도학 2025)선수를 만나봤다. (사진=이환희 기자)
부상도 막지 못한
아시안게임 출전
세계선수권대회를 우승하며 잘 풀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순조롭지 않았다.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준비가 시작부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무릎 연골판이 찢어지는 부상으로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보드를 타고 착지할 때 연골끼리 부딪쳐 심한 통증을 느끼는 부상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1월, 스위스 스노보드 월드컵 도중 꼬리뼈와 쇄골을 다쳤다. 부상 악화를 우려해 주변에서는 주 종목인 하프파이프에만 집중할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이 선수는 두 종목 모두 입상이 가능하다는 확신으로 주 종목이 아닌 슬로프스타일까지 도전했다. 그리고 이 도전은 최고의 결과를 가져왔다.
금메달까지 가는 길은 더욱 험난했다.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 결선에 올랐지만, 경기 당일 강풍으로 결선 경기 진행이 불투명했다. 슬로프스타일은 여러 장애물과 점프대로 구성된 슬로프를 내려오며 다양한 기술을 보여주는 경기로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대회 규정상 경기 취소 여부는 각국 코치진과 선수 투표로 결정되는데, 이 선수는 이를 두고 “거의 떼를 썼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경기 취소 여부를 상의하는 과정에서 강하게 밀어붙였어요. 할 수 있다고 계속 어필한 덕분에 경기를 치를 수 있었죠.”
가까스로 결선이 시작됐지만 강한 바람으로 위험한 환경이었다. “위험할 수 있지만 죽더라도 일단 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대담하게 자신의 연기를 펼친 이 선수는 81.25점을 받아 1위로 1차 시기를 마쳤다.
2차 시기에서는 맞바람을 맞아 마지막 슬로프에서 크게 넘어지는 실수를 범했다. 순식간에 금메달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다른 선수들이 무섭게 따라붙었지만, 그는 태연했다. “3차 시기에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서 별로 긴장되지 않았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최대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려고 해요.”
그 자신감은 결과로 이어졌다. 결선 3차 시기, 꿈의 기술 ‘1,440도 트리플 콕’을 완벽하게 성공하며 90점을 받았다. 2위(76점)와 큰 점수 차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관중석이 환호로 뒤덮였고, 이 선수는 두 팔을 벌려 환희를 만끽했다.
이 선수가 성공한 ‘1,440도 트리플 콕’은 현역 중 3명만이 성공한 기술이다. 난도가 높은 기술인만큼 부상 위험도가 높다. 시도하는 이유는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서다. “새로운 기술을 시도하기 전에는 다치면 다치는 거고, 성공하면 좋은 거다, 그렇게만 생각해요. 목표는 세계 최고니까 세계 최고들이 하는 기술을 따라가야죠.”
▲ 아시아 정상에 선 순간의 이채운 선수.
(사진=이채운 선수 제공)
비결은 ‘즐기는 것’
다음 무대는 내년 올림픽
이 선수에게 스노보드는 대회에서 메달을 따기 위한 수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는 보드를 탈 때 개성과 멋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선수 고유의 스타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보드를 탈 때 ‘이채운’이라는 사람을 보여주려고 노력하죠”
자신감과 대담한 성격 또한 그의 강점이다. 이 선수는 “경기에 나서기 전 긴장감이 20%, 즐기자는 마음이 80% 정도예요. 제가 유독 경기를 즐기는 선수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제 시선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으로 향한다. 이 선수는 첫 번째 올림픽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출전 경험 유무에 따라 선수의 여유가 달라져요. 내 기술에 대한 자신이 있고 여유도 있을 때 더 잘할 수 있죠.”
내년 올림픽에서의 목표를 묻자 이 선수는 당연하다는 듯 금메달을 말했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땄으니 이제는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야죠.” 이어 “지금이 전성기라고 생각해요. 언제까지 스노보드를 탈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항상 자신감 있게 탈 거예요.”라며 포부를 밝혔다.
이 선수는 우리학교 새내기로 스포츠지도학과에 입학한다. 이 선수는 “해외에서 지낸 시간이 많아 한국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가 적었어요. 입학 후엔 한국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싶어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내년 겨울, 새하얀 이탈리아에서 자신의 연기를 즐기고 있을 이채운을 기대해 본다.
이환희 기자 hwanhee515@khu.ac.kr
원희재 기자 whj6470@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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