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2025.03.05 오전 9시 52분
【서울】 우리학교 한의과대학(한의대)이 지난달 1일 한국한의학교육평가인증에서 ‘한시적 인증’을 받았다. 평가 기준 일부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이를 연속 2회 받으면 한의대는 신입생 모집 제한, 학과 폐쇄, 졸업예정자의 국가시험 응시 자격 제한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한의대 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등교육법 제11조 2의 제2항에 따르면 의학‧치의학‧한의학 또는 간호학에 해당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절차에 따라 인정기관의 평가‧인증을 받아야 한다. 한의학의 경우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한평원)에서 실시하는 한의학교육평가인증 제도를 통해 평가‧인증을 받는다.
평가 영역은 ▲사명과 성과 ▲교육프로그램 ▲학생평가 ▲학생 ▲교수 ▲교육자원 ▲교육프로그램 평가 ▲대학 운영체계와 행정 ▲지속적 개선으로 총 9개다. 해당 영역의 하위 평가 항목 안에 총 71개의 평가 기준이 있다. 71개의 평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인증’ 판정을 받을 수 있다. 평가 기준은 다시 우수 기준과 기본 기준으로 나뉜다. 우수 기준의 50% 이상, 기본 기준은 모두 충족해야 ‘인증’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심사 기준으론 ‘조건부인증’임에도
규정상 ‘한시적인증’ 받아
한 번 더 받으면 행정처분 대상
한의대는 기본 기준 중 2개의 기준을 미충족해 조건부 인증 수준으로 판정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한시적 인증을 받았다. 한의대는 지난 2022년 ‘조건부 인증’을 받은 경험이 있는데, 조건부 인증을 연속 2회 받으면 그 해는 한시적 인증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한시적 인증은 조건부 인증보다 한 단계 낮은 평가다. 판정은 ▲인증 ▲조건부 인증 ▲한시적 인증 ▲인증 불가로 나뉜다. 우수 기준의 50% 이상, 기본 기준은 모두 모든 평가 기준(71개)을 충족시키면 인증, 한 개라도 기준을 미충족하면 조건부 인증을 받는다.
한시적 인증은 모든 평가 기준에서 절반 이상 미충족하거나, 조건부 인증을 연속 2회 받을 시에 부여된다. 인증 불가는 평가인증 미신청 및 한시적 인증 연속 2회 부여 시 부여된다. 또한 한시적 인증을 받고 시행되는 본평가에서 인증을 받지 못할 시에도 부여된다. 따라서 내년에 우리학교 한의대가 인증 평가를 받지 못하면 인증 불가 판정을 받을 수도 있다.
한평원은 우리학교 한의대 일부 교수자가 한평원 연수 이수 기준을 미충족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평가편람 평가 중 ‘한의과대학은 교수가 전체 교육과정을 충분히 이해하는 정책이 있고 이와 관련된 활동을 지원한다’라는 기준에 해당한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선 신임 교수는 한평원 연수 과정 중 8시간 이상 이수해야 한다. 한평원은 우리학교 한의대의 2021년, 2022년 임용된 신임 교수 6인 중 5인이 이를 6시간 이수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한평원은 ‘한의과대학은 교수의 교육 및 연구 활동 지원을 위한 정책이 있고 이와 관련된 활동을 지원한다’는 기준 또한 우리학교 한의대가 충족하지 못했다고 봤다. 한평원은 편람의 주석에서 ‘한의학 기초 분야 교육과 연구를 보조하는 인력으로 대학에서 직접적으로 재정 지원을 하는 조교 또는 직원 최소 5명과 임상교육 분야를 지원하는 조교 및 직원 1명을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한평원은 우리학교가 합계 기준치 6명에 못 미치는 4.5명의 조교‧직원을 채용했다고 봤다.
▲ 우리학교 한의대가 ‘한시적 인증’을 받았다. 이를 연속 2회 받으면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사진=대학주보 DB)
교육 시간‧직원 수 미충족
한의대, ‘과도한 평가 기준’ 주장
한의대는 ‘연수 이수 기준 미충족’이 유감이라는 입장이다. 한의대는 해당 교원이 교내에서 추가로 이수한 2시간 교육에 대한 증빙을 한평원에 제출했다.
하지만 한평원은 추가로 이수한 2시간 교육을 인정하지 않았다. 한평원 평가 편람에 따르면 학교 자체 교육은 신임 교수가 아니라 기존 교수에 대한 연수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임 교수의 경우 한평원 교육만 인정된다. 서형식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 단장은 “한평원의 교육은 모든 한의과 대학들을 평가하는 공통된 기준이 추구하는 방향을 신임 교수들에게 전달하는 교육으로, 다른 기관 교육과 차별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의대 행정실은 이에 대해 “한평원처럼 평가원의 자체 교육만 인정하는 사례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평원 연수의 실제 내용도 타기관 교육연수 또는 대학별 자체 교육연수와 대동소이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미충족 기준이었던 조교 및 직원 채용 수와 관련해선 한평원이 공개한 평가편람 내 주석에 담긴 ‘직접적인 재정적 지원’에 대한 한평원과 한의대간 해석이 달라 문제가 됐다. 한평원은 직접적인 재정적 지원 요건을 대학이 부담하는 4대 보험으로 증빙한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한의대는 4대 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대학원생 조교도 포함해 해석했다. 한의대 측은 “평가원이 편람에 명시되지 않은 기준으로 판단했다”며 판단에 이의를 제기했다. 4대 보험 가입자만 해당한다는 내용은 편람이 아닌 한평원 홈페이지 Q&A에만 고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 단장은 “각 한의과대학에 평가 관련 공문을 보낼 때 편람과 홈페이지에 있는 Q&A를 참고하라고 언급한다”고 말했다.
한의대는 한시적 인증을 받은 이후 미충족한 두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한의대는 교육 및 연구 업무 지원을 담당 업무로 하는 4대 보험 가입자 직원 4명을 지난달 15일 신규 채용해 총 8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평가원이 제시하는 충족 기준은 6명이다. 또한 한의대 행정실은 “한의과대학에서는 2024년 11월 30일부터 12월 1일에 개최한 한평원의 교육 이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2025년 본평가에선 2023년과 2024년의 자료만 평가해 2025년 1월 신규 채용 직원은 집계되지 않는다. 이에 한의대 행정실은 "집계가 안 된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지만 해당 항목 충족을 위해 추가 채용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한의대 측
법적 조치 예고
우리학교 한의대는 한평원의 한시적 인증 판정에 이의신청을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서 단장은 학교 측의 대응에 대해 4년 또는 6년 인증을 받으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라고 설명한다.
한의대 측에선 한평원 인증이 과도한 인력과 비용을 요구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리학교 한의대에서 평가인증 업무를 담당하는 차웅석(한의예) 교수는 “각각의 기준에 필요한 항목들이 보통 3, 4개씩이기 때문에 수백 개의 항목을 신경 쓰게 된다”며 “평가 준비 업무로 인해 연구에 모든 것을 집중해야 할 교수들이 혹사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의대는 과도한 인력과 비용 낭비를 야기하는 한평원의 평가 제도의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기 위해 법적 조치를 비롯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서 단장은 “조건부 인증을 연속해서 받아 재인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겨 인력과 비용이 타학교 대비 많이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수 연구를 중시하는만큼 교육도 힘써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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