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교사가 초등학생을 살해하고 자해를 벌인 일이 발생했다. 범인은 사건 발생 전에도 동료 교사를 상대로 폭력적인 행동을 저질렀지만, 이후에도 아무런 대책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사건이 보도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것은 교사의 ‘정신 병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현대인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우울증 환자에 대한 ‘낙인찍기’가 우려되는 지점이다.
이 사건은 범인이 우울증을 앓았기에 살인을 저질렀다고 보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우울증의 증상 중 타인에 대한 공격성이 심해지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또 질환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중범죄율을 비교했을 때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따라서 이는 계획적인 이상동기범, 일명 ‘묻지마 범죄’로 보는 것이 설득력 있다.
최근 몇 년간 벌어져 왔던 이상 동기 범죄가 그렇듯이, 이 사건도 원인과 해결책을 뚜렷하게 정의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누군가는 이를 쉽게 이해하려 한다. 편하기 때문이다. 사건과 관련한 일부 보도를 보면 ‘정신 질환’, ‘우울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뉴스 소비자는 복합적인 사건 배경‧원인에 대한 이해 없이 ‘우울증이 살인을 부추겼다’는 쉬운 논리를 취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정신 건강의 상태가 단순히 교사의 ‘자격 검증’ 수단으로 직결되는 것은 적절한 재발 방지 대책으로 보기 힘들다. 되려 문제를 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신적으로 심각한 증상을 가진 자에겐 분리 조치가 이뤄지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증 우울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보도를 보며 흠칫했을 것이다. 그러고는 자신의 증상을 더욱 숨기고, 질환은 더 심각해져 추후 더 큰 일을 벌일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우울증은 현대 사회에서 심화되고 있는 질환이다. 이런 흐름에서 질환을 낙인찍는 방식의 보도와 분위기 형성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관련 정책 및 인프라 구축 확대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우울증을 만연한 증상 중 하나로, 눈치 보지 않고 즉시 치료가 가능한 병 중 하나로 받아들이는 열린 분위기 형성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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